어젯밤에 살짝 맛보기를 올려놓기는 했지만, 지난 사흘 감자네 집에는 깜짝 놀랄 선물이 있었어. 그꿈들  북콘서트에서 감자네 식구와 만난 시와 이모가 다녀간 거. 오월 마지막 주, 제주 잇달아 공연이 있다고 했거든. 서쪽에서 한 번, 동쪽에서 한 번. 그렇게 이틀동안 공연이 있는데, 그보다 하루 일찍 내려와 감자네 식구를 만나 함께 지내기로.

 

 사흘 내내 신기한 기분. 세상에나, 이럴 수도 있구나. 몇 해 동안 노래를 찾아들으며 좋아하던 뮤지션을 가까이에서, 내내 시간을 함께 하다니. 게다가 그 사흘 동안엔, 날마다 놀라울만한 일들이 있었어. 그 첫날엔 그야말로 생각지도, 뜻하지도, 기대하지도 못했던 감자네 집에서의 콘서트.

 

 스마트폰이라는 게 생긴 뒤론 아무 때나 사진기를 들이댈 수 있게 되었네. 그러니 나는 자꾸만 찰칵찰칵을, 훗날 이 사진들을 보면 감자도 얼마나 신기해할까 싶기도 하고, 날아가버릴 그 순간들을 어떻게 붙잡아둘 수 있을까 싶으니.

 

 자, 그럼 여기 그 순간들. 물론 아무리 사진을 찍는다 해도 그 시간들을 담아내는 건 백분지 일도 채 되지 못하겠지만.

 

 

 

 

 

 맨 처음은 감자 사진으로 시작 ^ ^ 공항으로 마중나가 기다리던 커피숍에서. 감자야, 이제 곧 시와 이모야가 올 거야.

 

 

 

 이모야를 기다리다 감자는 배가 고파 ㅎㅎ 그런데 공항에서 시와 이모야를 만나고 한 사람을 더 기다리게 되어. 시와 이모야하고 친한 뮤지션인 동희 언니가 탄 비행기도 조금 뒤에 공항에 닿을 거라고. 어차피 동희 이모야도 소길리 수니 언니네 집으로 갈 거니까 좀 더 기다렸다 같이 가기로.

 

 

 

 동희 이모야가 타려했던 비행기를 못타고, 좀 더 늦어졌네. 시와 이모야는 아까부텀 배가 고프다는데 ㅋ 우리가 가려했던 밥집은 브레이크가 걸려 가질 못하고, 시내에 있는 도토리밥집으로. 거기에서 동희 이모야가 새 앨범을 감자네에게 선물 ^ ^  그래서 선물받은 씨디를 들고 인증샷을 팡, 팡, 팡!

 

 

 

 이 자리에서 감자네랑 찍은 인증샷은 동희 이모야 트위터에 바로 올라가게 되었네. 이로써 감자랑 엄마는 연예인 트위터에 사진이 올라가기도 했단 말이지 ^ ^

 

 

 

 동희 이모야를 데려다주면서 들른 수니 이모야네 집. 마당 저 안쪽에 있는 아이가 달래, 왼쪽에 있는 아이가 냉이, 그리고 오른쪽 완두. 그 아이들 덕분에 수니 이모야랑 첫만남을 할 수 있었지 ^ ^ 수니 이모야에게도 새 음반에 싸인을 받아. 얼마 전 푸른곰팡이 식구들이 낸 강의 노래.

 

 

 

 시와 이모야가 잠을 잘 소길산방에 잠깐 들른 뒤엔 바로 감자네 집으로. 아빠는 가수 이모야를 집으로 초대해놓고는 빨래 개는 일부터 시켜먹었네 ㅋ

 

 

 

 이모야는 즐겁게 감자 옷이랑 기저귀 빨래들을 개어. 하하, 신난다!

 

 

 

감자야, 이제 시와 이모야하고는 감자 똥기저귀 빨래를 함께 갠 사이가 되었단다 ^ ^ 

 

 

 

 원래 오늘 계획은 공항에서 오는 길에 애월 바닷가 어디쯤에서 밥을 먹고, 바닷길을 선들선들 걷다가 집에 와 저녁을 먹자는 거였는데, 시간이 늦어지면서 그냥 집에서 뒹굴뒹굴.

 

 

 

 요즘 손가락 빨기에 꽂혀있는 감자는, 이모야 손을 잡아 입에 넣으려 안간힘을.

 

 

 

 신기해라, 감자는 이모야 목소리를 정말 기억하는구나. 처음 본 사람 앞에선 한참이고 뚫어져라 바라보는 게 평소 모습인데, 이모야를 만나서는 어제 만난 이모야한테처럼 웃으며 달려들어.

 

 

 

 생각했던 산책은 아니더라도 해넘어갈 무렵 애월 석양이라도 보러 나가자던 것도, 어느덧 시간을 놓치고 저녁이 되고 말아.

 

 

 

 세상에나! 이모야는 감자네 집에서 노래를 불러주고 싶으대. 이걸 어쩐대, 이렇게나 지저분하고 아무 것도 준비가 되어있질 않은데. 되는대로 방에 있던 스탠드도 꺼내오고, 시와 이모가 선물해준 여우 인형이랑 병수 아저씨의 조그만 '시' 솟대랑 옆에 앉히곤 무대를 만들어. 그렇게 시작한 이모야의 노래들. 첫 곡은 <처음 만든 사랑 노래>, 두 번째 곡은 <즐거운 이별>

 

 

 

처음 만든 사랑노래 / 시와, 감자네 집, 20150528 

 

 

 

즐거운 이별 / 시와, 감자네 집 20150528

 

 

 

 아홉 시쯤 되었을까. 밥은 안 먹어도 된다니까 굳이 먹어야 한다고. 그게 그러니까 이모야가 온다고 아빠가 그 전날 반찬 몇 가지랑 해놓고 준비해둔 거를, 그거를 먹어야 한다는 거. 노래 두 곡을 부른 뒤, 밥을 먹고 다시 콘서트를 이어가기로. 우아아, 그럼 이런 것도 디너쇼 같은 거가 되려나 ㅋ 암튼 감자야, 이로써 시와 이모야하고는 아빠가 차린 밥을 먹은 사이가 되기도 했네 ㅎㅎ

 

 

 

 밥상을 거두고 다시 이어진 공연. 이 순간의 감동을 어떻게 말로 할 수 있을까.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지, 어떻게 이런 시간이 있을 수 있을지, 이 조그만 집 안에서, 감자네 세 식구만을 앞에 놓고서, 저렇게 맑은 얼굴과 목소리로 노래를 불러주는 이가 누구인지, 이런 선물을 받을 수가 있다니. 

 

 

 

 

가까이 / 시와, 감자네 집 20150528

 

 

 

굿나잇 / 시와, 감자네 집 20150528

 

 

 

마시의 노래 1 / 시와, 감자네 집 20150528

 

 

 

마시의 노래 2 / 시와, 감자네 집 20150528

 

 

 

나무의 말 / 시와, 감자네 집 20150528

 

 동영상이라는 걸 찍었지만, 그런 거 잘 할 줄을 몰라서 화면이 그리 좋지는 못해. 게다가 전화기에 저장 공간이 다 되었다고 해서 마시의 노래는 중간에 끊겼고, 나무의 말은 끝까지 다 담지도 못했네. 모두 일곱 곡을 불러주던 시와의 마지막 노래, 나무의 말이 끝날 즈음 달래는 손수건을 찾아 눈물을 닦아.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 곡을 더. 이번엔 시와하고 달래가 함께 노래를 불러.

 

  

 

랄랄라 / 시와&달래, 감자네 집 20150528

 

 

 

 

  

시와 이모야가 마련해준 선물같은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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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냉이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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