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이모야가 온 둘쨋 날, 이날은 저녁에 금릉에 있는 까페 <그곶>에서 공연이 있어. 그런데 감자네 식구는 과연 공연을 제대로 볼 수는 있을까. 처음엔 다른 관객들에게 방해가 될 수 있으니 여섯 살 미만 아이는 공연을 보러 올 수 없다던가. 그날 무대에 설 시와하고 함께 가는 아가라고, 순한 아이여서 칭얼대거나 그러지 않을 거라고, 부탁하듯 말을 하여 허락을 받기는 했지만, 혹시라도 감자가 어떤 소리를 내거나 하면 바로 안고 나가기로 작전을 세워두었다. 감자는 내가 안고 나갈 테니까, 달래는 공연을 보는 걸로 하자고.

 

 감자야, 어젯밤엔 우리 집이니까 괜찮았지만, 오늘은 이모야 노래할 때 따라부르고 그러면 안 된다. 이모야 노래 듣는 게 좋다고 큰 소리로 까륵까륵 웃거나 끄응끄응 추임새를 넣어도 안 돼, 알았지? 아빠도 쫓겨나기 싫다구, 이모야 공연 보고 싶다구! 그러니까 감자가 도와줄래.  

 

 감자와 눈을 맞추고 이런 부탁을 몇 번이나 했나 몰라 ㅋ 감자가 얼마나 알아들을 수가 있으려나. 아이의 자연스런 반응에 대해, 나는 벌써 이러저러한 까닭으로 '조용히 해!'를 말하는 기성세대, 어른이 되어버리고 마는 걸까 ㅠㅠ 암튼 감자에게 부탁을 하곤 했다. 오늘은 감자가 이모야 노랠 따라 부르면 안 된다구.

 

 공연이 일곱 시 반이니 리허설을 하기 전까지는 어제 못한 애월 바닷가를 거닐기로 해. 다행히 날씨는 아주 맑았다. 하늘이 파랬고, 햇볕이 빛나며 내리쬐어.

 

 

 

 

 이모야가 감자네 식구랑 그렇게 편하게 지낼 줄을 몰랐네. 감자네 집에서도 누워서 뒹굴뒹굴을 할 수 있었으니, 밤에도 굳이 잠잘 곳을 따로 구하질 않아도 좋았을 텐데. 그럴 줄을 몰랐지 뭐야. 다음에는 따로 방을 잡지 않고 감자네 집에서 묵고 갈 거라고 ^ ^ 예약해둔 곳은 감자네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소길산방. 아침은 소길산방에서 차려주는 '소길밥상'을 함께 먹기로 해. 듣던대로 정말 맛있는 밥상이 차려져 나왔네.

 

 

 

 달래 언니 편하게 먹으라고, 아침엔 이모야가 감자를 안고 먹겠대. 어머나, 아빠도 저거는 잘 못하는 거거든. 딴 건 다한다지만 감자를 안고 밥 먹는 거는 이상하게 잘 되지가 않아. 그런데 시와 이모야는 처음이라면서도 편안하게 안은 채 밥을 먹네. 감자도 좋은지 몸을 틀거나 하질 않아. 좋은 게로구나, 감자는, 이모야 품이.

 

 

 

 아침 밥을 먹고 나선 다시 헤쳐모여 하기로. 이모야도 산방에서 씻고, 챙기고, 조금은 더 쉬어야 할 거고, 감자네 식구도 감자 목욕에, 감자 짐을 꾸려놓고, 아빠엄마도 씻고 나갈 준비를. 그렇게 헤쳤다가 다시 이모야랑 만나. 이모야는 감자네 집 오는 길을 기억해, 산방에서 혼자 걸어 내려왔네. 아하하, 이거봐라, 감자야. 시와 이모야가 감자네 집에서 손톱도 깎았다네!

 

 

 

 엄마가 어딜 갔더라. 이젠 엄마가 잠깐 자리를 비워도, 이모가 있으니 괜찮아 ^ ^  

 

 

 

 집을 나서려던 때. 여기 좀 앉아 봐요. 감자네 집 돌벽을 뒤에 두고 사진을 찍고 싶어.

 

 

 

 아빠가 사진을 잘 찍을 줄 알면 더 좋을 텐데. 그래도 여러 장 찍은 가운데 젤로 맘에 드는 ^ ^ 

 

 

 

 감자랑 엄마랑도 같이!

 

 

 

 

 

 감자야, 이제 바닷가 구경시켜줄래.

 

 

 

 애월 해안도로로 나갔어. 어딘가 앉을 자리가 있어 거기에서 쉬어갔지. 수박을 꺼내 먹으며, 커피를 마시며, 감자도 맘마를 입에 물고, 랄랄라.

 

 

 

 해안도로를 다 지난 뒤 닿은 한담산책로 입구. 저 아래로 봄날이 있고, 놀멘이 있다고 얘길 해주었더니 이모야는 놀멘 라면을 먹어본 적이 있다지 뭐야. 감자네는 그 앞을 지나기만 했지 한 번도 못먹어봐놓고는 아는 체를 했네 ㅋ 엄마랑 이모야는 우산에 양산, 검은 안경에 핫도그 하나씩을 들고 뜨거운 볕 아래 산책 준비를.

 

 

 

 뜨거웠지만 바람이 불면 시원했어.

 

 

 

 다시 이모야를 세워놓고 사진을 ^ ^

 

 

 

 

 햇볕 때문에 눈을 뜨는 게 힘들었지만 ㅋ 그래도 감자를 안을 땐 안경을 벗고 ^ ^

 

 

 

 

 이렇게 시와 이모야랑 같이 바닷가를 거닐어.

 

 

 

 저 걸상에 앉아봐라, 하고는 사진을 찍기도 하고.

 

 

 

 어느덧 공연장까지 가야할 시간이 다 되어가고 있었네.

 

 

 

금능 바닷가에 있는 까페 그곶.

 

 

 

 감자야, 이모야가 노래 잘 하라고 응원해줄 거지. 엄마아빠도 이모야 노래 들을 수 있게 도와줄 거지? (굽신굽신 ㅠㅠ)

 

 

 

 안 그럴 줄 알았는데, 이모야는 조금 긴장이 되기도 하고 그런가봐.

 

 

 

 감자가 이모 편안하게 노래할 수 있게 힘을 줘.

 

 

 

 어젯밤 감자네 집에서 노래할 때처럼 하면 되잖아요!  

 

 

 

 공연이 시작했어. 첫 곡은 감자네 집에서랑 똑같이 <처음 만든 사랑노래>. 그리고 공연이 시작하기 직전, 감자는 잠이 들었네. 그래도 혹시 모르니 잠이 깨어 칭얼거릴까 싶어 문 앞에 자리를 잡고 앉아.  

 

 

 

그런 뜻으로 한 말이 아니었어 / 시와, 까페 그곶, 20150529

 

 

 

 

하늘공원 / 시와, 까페 그곶, 20150529

 

 

 

 관객들 얼굴을 보는데 다들 참 좋아하더라. 이모야도 편안한 자리여서 노래를 하는 게 더 좋다고 여러 번을 얘기해. 정말로 좋았네, 소박하고 따뜻한 자리, 이모의 노랫소리. 이모야가 모두 열두 곡을 불렀던가, 기적처럼 감자는 그 두 시간 가까이 한 번도 깨질 않고 곱게 잠을 잤네. 노래가 끝나고 사람들이 손뼉을 칠 때, 그때만 잠깐 눈감은 채로 움찔, 하다간 다시 잠에 들기를 열두어 번 했을 뿐. 세상에나, 신기해라, 어쩜 공연 시간에 딱 맞추어 그렇게 잠에 들 수가 있었니.  

 

 

 

 이모야는 분위기가 아주 좋았다며 아주 흡족한 얼굴이었어. 공연 전보다 오히려 더 힘이 나 보이는. 엄마랑 아빠도 얼마나 좋던지. (엄마는 이모야 노래를 듣다가 또 눈물을 닦았네. <나의 전부>를 부를 때).

 

 이모야가 공연 중에 이 자리에 이백 일 쯤 된 아기도 와 있다며, 감자 얘기를 하기도 해. 공연이 끝나고 나니 사람들이 감자를 보러 모여들곤 했네. 어쩜 이렇게 순하게 있을 수가 있냐며, 아기가 있는 줄도 몰랐다며. 이모야 노래를 좋아하는 이들이라 그런가, 관객들끼리도 어느 새 친한 사이인듯 이야기를 주고 받고 있네. 엄마는 어느 관객에게 결혼식 초대까지 받았다나봐. 가을에 할 거라며, 초대하고 싶다고 전화번호를 물어갔다지. 아! 아빠도 아는 사람을 만났구나. 우리가 앉은 테이블에 다른 관객이 합석을 하게 되었는데, 누군가 아빠를 알아보는 거야. 혹시 OOO 선생님 아니세요? 제라진에 원화전시회를 보러가기도 했고, 책을 읽기도 했다고, 예전에 보리출판사에 다니기도 했다며 얘기를 하는데, 암튼 이모야 노래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어딘가가 다 비슷하고 닮은 사람들인 것 같아.

 

 

 

 금릉에서 소길까지, 이모야랑 감자네 식구는 아주 기분이 좋아 돌아왔어. 마음 같아서는 좋았던 공연, 벅찬 기분을 맥주라도 마시며 함께 더 즐기고 싶었지만 시간은 이미 늦어. 게다가 감기 기운이 살짝 있는 이모야는 다음 날 공연이 또 기다리고 있으니 목을 아껴주어야 해. 이모야가 먼저 씻고나서 산방으로 올라가고, 감자네 식구도 잠자리에 들어. 열두 시가 넘어가는 걸 보았네, 엄마 생일이 되었어. 아빠는 잠들기 전에 미역을 씻어 물에 담가놓고 잠자리에. 

 

 내일은 더 특별한 날이 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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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냉이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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