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꽃

냉이로그 2016. 3. 23. 23:43

 

 

 벌써 몇 해째 가지를 못하고 있다. 마지막 갔던 게 이천십이년, 혼례식을 올리고 난 다음 주 그때였나 보다. 이바지떡을 해가지고 공연장을 찾았던 게. 그 다음 해에는 달래 뱃속에 처음 감자가 찾아주었다가 공연을 얼마 앞두고 유산을 해 움직일 수가 없던. 그 다음 해에는 나 혼자 제주에 내려와 일을 하며 지내는 동안 달래 뱃속으로 또다시 감자가 찾아와 주어 제주에서 영월로 오가기에도 조심스럽기만 하던. 그리고 지난 해에는 감자가 태어난지 얼마 되지 않던 봄. 그리고 또 올 해는 품자가 태어난지 스무 날도 채 되지 않고 있는 봄.

 

 

 

 

 요즘 들어 큰이모의 책 <<꽃은 많을수록 좋다>>를 편편 읽으며, 거의 날마다 거기 공부방을 넘나들고 있는 기분이다. 이모삼촌들 한 사람 한 사람의 얼굴, 그리고 만석동의 그 골목들이며, 아이들 웃음소리. 그래도 나름으로는 공부방을, 그곳 공동체 식구들을, 그 삶을, 어느만큼은 잘 안다 싶어는데, 그게 아니었다. 이모 역시도 "니가 다 아는 얘기들인데 뭘 또 그래?" 하고 말을 하지만, 그렇지도 않았다.

 

 굳이 말하자면 모를 얘기들이야 거의 없다 싶었지만, 그렇다고 아는 건 아니었다. 안다는 건, 그 마음이 되어 같이 뭉개지는 것 같을 때, 비로소 조금은 알 것 같은, 그런 건지 모르겠다.

 

 

  

 

 엊그제 공부방에서 기차길 신문과 함께 이번 정기공연의 포스터와 초대권을 감자네 집으로 보내주었다. 그리고 이모가 보내어준 공연 연습을 담은 사진들, 아이들의 얼굴들. 특히나 올 공연을 마치고 나면 공동체의 한 식구가 잠시 외국에 나가있게 되어, 연습 때마다 아이들 사이에서 눈물바람, 이모들도 밥을 먹다말고 눈물을 훔치곤 한다는 얘기까지. 한동안 외국에 나가 있게 되는 식구에는 감자와 동갑내기 친구인 예준이도 있어. 그리고 감자가 잘 따르고, 감자를 예뻐해주는 예나 누나, 예담이 누나.

 

 "나랑 감자랑 둘이서만이라도 다녀올까?"

 

 예준이네 외국 나가기 전에, 감자랑 예준이 인사도 해야 할 거 같고, 예나랑 예담이한테도.

 

 

 달래에게 그렇게 물어보았다고 큰이모에게 얘길 했더니, "어딜!" 하면서 그러면 안 된다고 ㅜㅜ 아무래도 나는 또 철없는 소리를 한 모양이었다. 하긴, 공연 날짜가 품자에게는 태어난지 겨우 30일 되는 날. 달래는 여전히 밤중 수유를 하느라 잠도 거의 못자고 있는데, 나혼자 감자를 데리고 인천엘 갔다 오면 어떻겠냔 소릴 했으니 ㅠㅠ

 

 

  

 아무래도 감자네는 이번 정기공연도 보러 갈 수가 없을 거라. 그래도 지난 해에는 군대가기 전 감자네 집에 한 달 정도 머물고 있던 상근이가 있어서, 상근이에게 초대권을 주면서 감자네 집 대표로 다녀오라고, 마침 상근이 여자친구가 인천에 살고 있으니, 여자친구랑 함께 보고 오라고.

 

 이번에는 공부방에서 초대권을 넉장이나 보내주었는데, 이거를 누구에게 선물할까. 그 전까진 두 장씩을 보내어주더니, 이젠 감자에 품자까지 해서 넉장을 넣었는가봐. 암튼, 이 초대권을 어쩔까 하다가 혹시 보러갈 사람 있으면 여기여기 붙으라고, 여기에다가 댓글로 손드는 사람 있으면, 보내어주어도 좋겠다, 하는 생각 ^ ^

 

 

 맨 위에 있는 동영상은 2016 정기공연 "우리는 모두 꽃이다" 홍보영상이었고, 이거는 작년에 했던 2015 정기공연 "그꿈들"의 공연후기 영상. 냉이로그 보는 사람들이야 이미 기차길옆작은학교의 공연이 어느 정도인지를 다들 익히 알고도 남겠지만, 혹시 아직 모를 사람이 있으면은, 공연후기 영상을 올려놓는 게 좋을 거 같아서 ^ ^  

 

 공연 예약

 공연장 찾아가는 길

 

 기차길옆작은학교, 공부방에서는 올해도 이렇게 공연을 한다. 공부방 아이들, 공동체 식구들은 올해도 이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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