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

냉이로그 2016. 4. 4. 02:18

 

 

0.

 

 오랜만에 선거라는 거에 조그맣게나마 설렘, 긴장 같은 게 있다. 녹색당에서 다섯 개 지역후보와 다섯 명의 비례대표 후보를 내놓아. 그 가운데에는 오래도록 존경하는 마음으로 인연을 맺어온 친구, 이계삼 선생도 들어 있어.

 

 

 계삼이 녹색당의 비례 후보로 선출되었다는 소식은 지난 연말, 울진에서 명희 샘이 난장이공에 다녀가면서 들려준 얘기. 얼마나 놀라웁던지, 그이가 제도권에 들어가 정치활동을 할 거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기에 더 놀랍게 들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놀라움은 잠시, 가슴이 두근거려지는.

 

 그게 언제였더라. 이천사년, 그토록 바라던 진보정당의 원내진출이 성사되었을 때, 꿈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기쁘고 흥분되던 그때의 심정. 어쩌면 다시 그때의 감동을 기대할 수도 있을 것만 같아. 비례대표 의원 한 명을 원내에 보내려면 3%의 정당득표율이 필요하다는데, 그러려면 70만표 이상을 얻을 수 있어야 한다는데, 아직은 요원해보이기는 하지만, 어쩌면, 어쩌면.

 

 

 

 

 

1.

 

  

 31일, 선거운동이 시작하던 첫날. 계삼은 밀양 할매들과 함께 서울로 올라갔고, 광화문 앞에서 밀양 할매들이 녹색당에 입당을 하는 기자회견을 여는 것으로 선거운동을 시작했다. 그 때 모습을 담은 동영상이 올라있어. 계삼과 할매들은 그날 저녁, 바로 제주로 내려와 선거운동의 첫날 일정을 보냈다.

 

 

 

 할매들이 제주에 내려오시는구나, 계삼이 제주엘 내려오는구나. 당장에라도 달려나가 맞이하고 싶었지만, 스무 날을 겨우 넘긴 품자와 감자를 보며 달래 혼자 쩔쩔 매고 있을 테니, 그렇게 하기란 무리였다. 다음 날, 아침엔 강정 해군기지 앞에서 구상권 청구에 대한 규탄 기자회견, 그리고 강정에 경찰병력을 투입할 당시 TF팀장이던 자를 후보로 공천한 더민주와, 그런 후보자에게 단일화를 허락한 정의당에 대한 규탄을 함께.

 

 강정 미사를 본 뒤 오후에는 제주시로 넘어온다고 했다. 43 평화공원 분향, 한살림 조합원들과 간담회, 그리고 저녁 시간엔 제주시청 앞 선전활동. 마음이야 강정으로 달려가 함께 밤을 지새우고 싶었지만, 그렇게까지 할 순 없었고, 다음 날 오후 일정이라도.

 

 

 현장의 급한 일은 오전에 최대한 마쳐놓고, 할매들과 계삼을 사삼 평화공원에서 기다려. 계삼은 삭발 이후 머리가 다 길었구나. 초록빛 후보자 잠바가 생각보다 어색하질 않아. 할매들이 곁에 있으니 얼마나 든든할까. 스스로 편지에 썼던 것처럼 '호랑이 등을 탄' 양 그 무어가 두려울까. 한살림 매장으로 자리를 옮겨 조합원들과 이야기를 나누던 시간. 계삼도 계삼이지만, 할매들 한 분 한 분의 말씀에 울컥하는 마음이.

 

 그랬다, 나는. 수년 가까이 그 동안 계삼의 메일이 편지함에 들어와 있을 때면, 메일을 열어보는 손이 망설여지곤 했다. 심호흡을 하고서야 읽을 수 있게 만드는 그의 진심들. 외면할 수 없게 만드는 몸뚱이의 말, 어느덧 메일 너머로 그이의 눈망울이 일렁였고, 할매들과 깍지를 끼고 놓지 못하는 그 손떨림이 전해졌다. 이내 내가 선 자리를 돌아보게 만드는.

 

 할매들이 들려주시던 말씀 또한 그랬다. 밀양의 아픔, 밀양과 닮은 강정의 아픔, 지금껏 이어지고 있는 사삼의 아픔, 그리고 세상 곳곳 입이 있어도 말하지 못하는 약하고 서러운 이들의 아픔, 그래서 칠십 나이에 입당이라는 걸 하셨다는, 웃음섞인 눈물의 말들. 두근거리게 하는 희망의 말들.  

 

 

 

 

 

2.

 

   이발사와 시와가 함께 만들어 부른. 

 

 

 

 선거가 가까워오면서 당원이 이천 가까이 들어 이제 구천 명 정도가 되었다던가. 칠십만 표가 되려면 그보다 백 배가 더 되어야 해. 말 그대로 당원들 모두 일당백이 되어야 할 거.

 

 

 

 

3.

 

 어쩔까나. 여기 냉이로그에 한 번씩 들렀다 가는 사람이 하루 얼마나 되려나, 읍소라도 올리고 싶은 마음. 투표용지는 두 장입니다, 정당명부 비례대표에는 15번 녹색당을 을 선택해주세요. 소박하고 행복한 내일을 선택해주세요, 평화를 숨쉬는 날들을.

 

 

 "품자야, 엄마랑 아빠도 녹색당원이래."

 


  감자도 녹색당을 골랐네 ^ ^ 

 


 허리까지 빠지는 녹색 풀밭으로 성큼성큼 ㅎ

 

 

 감자네 식구는 모두 녹색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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