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형아들

냉이로그 2015. 4. 5. 06:58

 

 

 

 

 벌써 일주일도 채 남질 않았네. 오늘도 일요일이니 아이들이랑 이모삼촌들은 다 모여서 마지막 연습을 하고 그러겠구나. 해마다 정기공연을 무대에 올려왔으니 벌써 스물다섯 번째. '길 · 동무 · 꿈'이라는 이름으로 그 앞의 숫자만 바꾸어왔으니 올해는 <2015 길 · 동무 · 꿈>이 되겠다. 올해 준비한 정기공연의 제목은 <그꿈들>.

 

 올해 공연에선 불가사리와 어둑시니가 나오는 인형극이 주축일 거라는 건 지난겨울 큰이모가 쓴 한겨레 칼럼을 읽어 기억하고 있어. 쌍용자동차의 해고노동자 둘이 칠십 미터 높이의 굴뚝으로 외로이 오르던 그 매섭던 겨울날.

 

 

 

 지난 주에 기찻길에서 보내어온 공연 포스터가 왔다. 감자가 잘 볼 수 있게 한 쪽 벽에 붙여 놓았더니, 감자를 안고 그 앞을 지나다니면 얼마나 좋아하는지, 한참이나 포스터 그림에 정신을 빼앗겨 들여다 보곤 해. 그러다가 뭐가 좋은지 팔다리에 힘을 주어가며 부르르 떨기도 하고, 버둥거려 휘저어 대면서. 아우우우, 부부부부 알아들을 수 없는 말로 무어라 얘기도 하네. 아마 이런 말일까 - 기찻길옆작은학교 언니형아들 힘내요, 이모삼촌 보고싶어요, 감자도 공연보러 갈래요!  

    

 

  

 

 기찻길옆작은학교 아이들이 무대에 올리는 공연이 정말로 감동스러운 건, 그저 무대 위에서 노래나 춤, 연극을 연습해 보여주거나 그러기만 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야. 아이들은 무대에 올릴 이야기를 무대 바깥에서도 살아가고 있어. 그래서 그 마음을 몸짓과 노래, 연주에 진심을 다해 담아낼 수 있는 거. 실제로도 이 땅에서 가장 외롭고 아픈 자리에는 어김없이 기차길옆작은학교 식구들이 있곤 해. 그 가운데에서 지난 겨울, 쌍용자동차 굴뚝 위로 올라간 굴뚝 아저씨들에게 보내는 기찻길옆작은학교 동무들이 주고받은 편지들엔 그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 

 

 굴뚝 위에 부친 편지 고공이 지상에게

 

 

 

 

 

 기찻길옆작은학교 정기공연, 길 동무 꿈. 거기엔 희망이 있다. 평화가 있고,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이 있어. 2015년 4월 11일, 12일 늦은 2시, 6시. 인천아트플랫폼 C동 공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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