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감자

감자로그 2016. 3. 4. 01:24

 

 

 바다를 보고 좋아할 줄을 알다니, 지깟 게 바다가 몬 줄 알기나 하냔 말이지. 그런데 신기하게도 감자는 바다에 반응을 했다. 그것도 어쩌다 한 번이 아니라 바다를 볼 때마다, 바다 앞을 지날 때마다, 입을 쫙 벌려, 한참토록 다물지를 못하고는, 어쩔 줄을 몰라해. 심지어는 <<구리와구라의 헤엄치기>> 그림책에서 바다 그림이 나올 때도, 어느 날 할머니 방 텔레비전에서 송혜교, 송중기가 나오는 수목드라마에 바다가 잠깐 비추어질 때도, 감자는 이런 얼굴을 짓곤 했다. 아직 말이 터지지 않아 '바다'란 말을 하지는 못했지만,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음! 음! 음!" 하면서, 흥분한 얼굴로 입을 함박 벌려 다물지 못한 채 좋아라 하면서. 

 

  

 

 

 

 

 

 

 

 그 편의점에서 바다를 내다보는 것만으로는, 아무래도 안되겠다 싶어, 바닷가로 내려가자. 모래밭이 있는 바다로 가자, 하곤 다시 감자를 안아 차에 태우고 한담 해변으로 좀 더 나아갔다. 바다 앞에서 흥분을 감추지 못하며 연신 손가락질을, 저리로 가자고, 바다를 데려다 달라고, 난간에 매달리는 모습에, 잠깐이라도 그 아래로 내려가야만 할 것 같았다. 바로 눈 앞에서 하얀 거품 파도가 쓸려오는 걸 보여주고 싶어, 밀려왔다 쓸려가는 바닷물살의 그 소리도, 물방울 섞여 불어오는 그 바람도.

 

 

 

 

 

 

 

 

 

 

 

 그 다음 날이었다. 제주 날씨는 정말 얼마나 변화가 무쌍한지, 이 날은 햇살이 좋으면서도 바람은 엄청나게 불어대었어. 그랬으니 바닷물 빛은 무지하게 예쁘면서, 게다가 저 먼 데서부터 거센 파토의 하얀 거품들이 온갖 모양을 만들어내어. 파도가 아니라 마치 눈사태라도 난 것처럼.

 

 

 그래서 다시 한 번 그 길엘 나갔다. 감자에게 보여주고 싶어, 감자가 이걸 보면 또 얼마나 놀라워할까. 게다가 우리가 사진기를 하나 살까, 그런데 어떤 걸 골라야할지 모르겠다며 고민하고 있었더니, 라다 이모야가 안 쓰는 사진기가 하나 더 있다며 그걸 그냥 우리에게 주었거든. 그래서 사진기 개시도 할 겸, 나가보자! 하고 나갔던 길.  

 

   

 

 

 

 

 

 제주 날씨는 참, 알 수가 없어. 다음 날은 삼일절 휴일. 그래도 아빠는 작업 현장을 둘러보아야 해서 이번엔 온 식구가 함께 아빠 일하는 남쪽으로 내려가는 길. 아빠 일하는 데엘 갔다가 돌아오는 길, 모처럼 남쪽까지 내려왔는데, 할머니 절에도 들르시게 할 겸, 엄마아빠가 신혼여행 때 가보았던 거기를 다같이 가보자 하고 갔던 산방산 아래. 전날만 해도 파도가 요동을 치고 그러더니, 이날 바다는 아주 망망하게 펼쳐져 있기만 해. 감자는 또다시 바다를 보며 입이 벌어졌고, 감자네 식구는 엄마아빠가 신혼여행 길에 둘이서 갔던 그 카페엘, 이제는 할머니에 감자, 품자까지 다섯 식구가 되어 다시 찾아.

 

 

 

  

 

 

 

 감자가 그렇게나 바다를 좋아할 줄 몰랐다. 암만 생각해도 신기하단 말이지. 바다가 몬지 지가 몰 안다고. 그래도 바다를 보면 몬가 다른 게 느껴지는가. 끝도 없이 펼쳐지는, 빛깔이며 소리며 냄새. 그 모든 게 만들어내는 그 어떤 것.

 

 어쨌거나 감자가 좋아하는 걸 해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고 기쁘다. 지가 몰 알건 말건, 훗날 기억을 하건 못하건, 어쨌거나 그토록 좋아하니까. 나중에 우리가 영월로 돌아가면은, 그땐 바다가 보고싶어도 쉽게 볼 수 없을 텐데. 여기에선 십 분만 나가도, 그 좋다는 바다가 펼쳐지니, 감잔 참 좋겠네. 있는 동안이라도 질리도록 봐둬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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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냉이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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