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본

냉이로그 2015. 4. 17. 06:08

 

 

   

 두어 달 전부터 계획을 두고 있었지만 팽목에는 가지 못했다. 한 주일 전부터 시작이던 것이, 달래가 허리가 많이 아파. 좋은 컨디션이어도 감자와 함께 뱃길로, 찻길로 그곳을 찾는 건 용기를 내어야 하는 일이어야 했으니, 아무래도 무리. 

 

 일 년이 지났다. 새벽 빨래를 마쳐놓고 나서 아침 밥상을 차리면서 이제쯤부터 선체가 기울기 시작했겠구나, 이제쯤이면 뉴스 화면 아래로 속보 한 줄이 잇달아 나오고 있었겠구나, 그리고 배에 물이 차기 시작했겠구나, 가만히 있으라, 가만히 있으래, 엄마 보고 싶어, 살려주세요……. 그날 뒤로 그 바다 위로는 눈물겨운 삼백넷의 별이 반짝이고 있어.

 

 제주에도 추모의 자리는 곳곳에 마련되었다. 그 가운데 선흘의 어느 조그만 농가 창고를 고쳐 만들었다는 <기억공간, 리본(re:born)>. 거기에 '아이들의 방'이라는 이름으로 기억의 전시를 하고 있다는 기사를 보게 되어.

 

 

 

 

 

 아이들의 방에서 나와 제주시청 앞으로. 추모문화제가 시작하기 전에도 이미 많은 이들이 모여 있어. 조금 전에 보고 나왔던 - 교복과 체육복, 운동화, 휴대폰, 일기장 들로만 남은 그 아이들과 또래의 아이들이 차가운 바닥 위로 촛불을 들고 앉았고, 그보다 어린 아이들도, 그리고 감자처럼 엄마 품에 안긴 갓난 아이들도.

 

 선흘의 기억공간에서 산 리본 배지를 하나씩 가슴에 달아. 그러고보니 한 해가 지난 이제서야 노란리본 가슴에 달았구나.

 

 

 

 

 

 

 

 사흘 전, 피네 아저씨가 보내어준 사진들. 지난 번 들이네 집에 모여 함께 그린 기억타일들 아저씨는 마지막 작업을 위해 팽목에 있었고, 그동안 더 모아진 기억타일들과 그 가운데 새겨둘 석조 조형물을 설치하고 있었다. 비가 오던 날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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