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 해 반

냉이로그 2015. 5. 2. 13:25

 

 

     

 나흘 전에 아저씨에게 전화를 받았던 거를, 이제야 다 읽고 메일을 썼네. 감자엄마랑 감자는 한참을 놀더니 잠에 들어 있어. 먹통 엉아가 남겨놓은 글들, 그 글들을 묶어 책을 내는 건 아주 조심스러웁고, 아프고 눈물겨운 일. 세상에 단 한 권이 될 그것. 

 

 <흙으로 된 나라>라는 글과그림 선집으로 묶은 그것에는 사잇골 농사꾼으로, 끌과 대패를 든 목수로, 탄가루를 뒤짚어쓰고 지내던 철암선의 철도원으로 지내던 때의 글들, 그리고 말을 아끼고 아낀 채 온몸을 끝까지 밀어넣어 남긴 몇 편의 시들을 담고 있었다. 여기에 선집을 묶어낸 뒤에 쓴 글들과 그보다 오래 전 교사로 살았고, 싸웠고, 사랑했던 그 때의 글들을 더 찾아내어. 

 

 어떤지 보아달라고, 이미 다 본 글들일 테니 그 뒤의 원고들까지 전부 다 볼 건 없고, 그 앞부분에 새로 가려꼽은 그 글들이 어떤지 보고 얘기 좀 해 달라고. 그게 나흘 전이었다.

 

 좀 전에야 다 읽어. 맨 첫 글을 읽기 시작하면서, 나는 아저씨의 부탁은 잊어버린 채 그저 먹통 엉아를 마주하고만 있었고, 새로 찾아내고 가려꼽은 그것들만이 아니라 맨 마지막 글까지 다 읽어야만 했어. 이제야 막 마지막에 놓인 <달걀>까지를 읽어.

 

 그러곤 아저씨에게 메일이라도 몇 줄 쓰려고 보니까, 나는 할 말이 없네. 그저 보고싶을 뿐. 벌써 여섯 해 하고 또 반 년이 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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