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습

냉이로그 2015. 4. 3. 07:41

 

 

 

 

 그림을 그리는 화가이며, 노래를 부르는 뮤지션이며, 그리고 공방을 하며 도자기인형을 만드는 제주 동쪽에 사는 친구의 집, 선흘에 다녀왔다. 겨울 어느 날, 그 친구들은 제주 서쪽 감자네 집엘 다녀갔고, 그 얼마 뒤 감자의 백일 선물로 자신들이 만든 도자기로 모빌을 선물해 주었어. 그러곤 봄이 오면 꼭 감자랑 함께 동쪽으로 놀러오라 초대를 하면서. 그리고 어느 봄날, 감자네 식구들은 동쪽 친구의 집엘 다녀왔다.

 

 

 

 감자네 방 한 구석에 걸어놓은 모빌. 감자가 얼마나 좋아하는지 몰라.

     

 

 

 

 

 민은 그림을 그린다. 그런데 고향인 제주에 내려와 지내면서부터는 아마도 그림그리는 일보다는 인형을 만들어 굽는 일을 더 많이 하고 있는 것 같아. 요즈음은 한참 올 6월에 있을 인형 전시 준비로 아주 바쁘다고 해. 거기, 그꿈들 원화전시를 처음 열던 합정동의 벼레별씨 까페, 사각형 갤러리에서.

   

 

 

 

  

 경도 그림을 그린다. 그리고 민과 함께 '모습'이라는 공방에서 도자기 인형을 만들어. 그러나 내게는 그림그리는 사람, 도자기 인형을 굽는 사람보다는 노래하는 뮤지션으로 더 또렷하게 그려지기만 해. 그건 어쩌면 내가 곡을 쓰고 음악을 하는 이에 대한 어떤 동경이 있기 때문일까. 소리를 다룬다는 것, 노랫말이 없더라도, 어떤 음과 박만으로 내 감정을 전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부럽기만 한 일인지. 게다가 그 아름다운 음과 박에 노랫말까지 실어 흐르게 할 수 있다는 건.

 

 

 

 

 

 봄이 되었다. 제주에는 손꼽히는 아기자기 벼룩시장이 둘 있다는데, 그 하나는 섬의 동쪽 세화리 바닷가에서 열리는 '벨롱장', 그리고 또 하나는 섬의 서쪽 장전리 하루하나 까페에서 열리는 '반짝반짝착한가게'. 그러나 일 년이 넘도록 어느 곳도 제대로 가보진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민과 경은 그동안에도 달마다 한 번씩 하루하나 벼룩시장엘 나오곤 했었다는 거. 모습공방이라는 이름으로 만들어온 도자기인형들. 아, 그랬구나. 거기라면 감자네 집에서 한 걸음이면 닿는 곳, 왠지 혼자서는 쑥스러워 가보지를 못하고 있었는데, 친구들도 좌판을 펼친다는 걸 알았다면 진작에 갔을 것을. 하지만 겨울 동안은 벼룩시장도 방학에 접어들어, 봄이 오면 다시 시작을 한다 하였는데, 꽃삼월이 되면서 마지막 주말에 장터가 다시 열릴 거라고.

 

 

 

 

 

 섬의 서쪽 감자네 집 가까이 장터에서 반갑게 만난 뒤, 그 다음 주엔 감자네 식구가 섬의 동쪽 돌고래 이모삼촌네 집으로 넘어갔어. 물론 닷새가 열흘이 되고, 열흘이 보름이 되고, 보름이 한 달이 되어가고 있는 근이 삼촌도 함께. 그러니까 섬의 서쪽 중산간 마을에서 섬의 동쪽 중산간 마을로.

 

 

 

 선흘에서 돌아오는 길, 우리 넷은 입모아 얘기를 해. 어디 다른 세계엘 다녀오는 거 같아. 그런 델 한 번도 가보진 않았지만, 동유럽이나 북유럽 어디 쯤,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사는 마을, 그 이웃집엘 다녀오는 것 같다고. 농사꾼이건 목수를 하건 저마다 악기 하나 쯤은 연주를 하기도 하고, 시를 사랑하고 그림을 좋아하는. 그래서 이따금씩 한 집에 모여 그이들만의 소박한 음악회를 열거나 함께 시를 감상하고 철학을 논하기도 한다던, 그런 풍경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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