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첫 손님을 맞아 도시락을 싸고 있을 즈음, 아저씨에게 문자가 들어왔다. 나왔나 보다,
언제부터였더라, 시백이 형 책을 엮어내기로 했다던 게. 내가 그 얘길 처음 들은 건 상주에서 그꿈들 원화전시회를 하러갔을 때였으니, 열 달 쯤 되었나 보다. 엉아가 죽은지는 여섯 해 하고 여덟 달. 아마 살아있었더라면 세상에 나오지 못했을 책. 세상에 책이 나온다 해도 아무에게나 건네고 싶지 않은 책.
책의 겉장에는 종숙이 언니가 그림을 그렸다. 책 끝에 붙이는 발문은 탁동철이. 그리고 책 날개에 들어갈, 이른바 저자 소개란에 들어가는, 몇 줄 되지 않는 글은 내가 쓰게 되어. 낮은산 아저씨에게 그 숙제를 받고, 한참도록 한 줄도 써내려가질 못했다. 그것이 어떤 말이든, 단 몇 줄의 글로 그 저린 삶을 말하기에는 너무도 모자라. 그렇다고 저리고 더운 그 마음을 그대로 뱉어놓기에는, 그이를 소개하기에 어느 한 마디도 군더더기가 아닌 것이 없어. 그래도 책으로 내는 것이니 독자들에게 최소한의 정보를 주어야 하겠다면, 그저 1951년 마산출생, 딱 요 한 줄만 썼으면 싶은 마음이.
낮은산 아저씨와 통화를 하면서, 종숙이 언니는 막상 책이 나오니 무언가 허전하고 서운한 마음이 남은 듯 했다고 했다. 그럴 거야, 아마.
물론 최선을 다했고, 최선의 모습, 초라하고 헐벗은, 꼭꼭 쥐어짜서 진정만 남은 그것대로 만들어내놓기는 했지만, 그러나 이게 다가 아니. 그것으로 말해낼 수 없는 그 눈물겨운 삶과 사랑. 싸리비 언니의 마음은 어떨까. 하늬는, 하은이는. 그리고 글과그림 언니엉아들은.
새삼, 당신을 만나 지낼 수 있었던 게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를 생각하게 되었다. 당신 품에 들어 지낸 시간, 형과 함께 흘리던 땀, 마시던 술, 당신의 나직한 음성, 어떤 거에서도 언제나 받아주기만 하던 당신의 얼굴.
탁동철이 쓴 발문의 제목처럼, 그가 있어 참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