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이들

냉이로그 2015. 8. 21. 01:39

 

 

 제주에 내려온 래군 형 식구들이 다녀갔다. 종숙이 누나와 성아, 그리고 수빈이. 그러고보면 내가 떠돌아다니는 곳으로 형네 식구들이 찾아오곤 했더랬다. 서울을 떠나 처음 시골 살림을 시작하던 외방리 석고개에도, 그 다음 더 먼 곳을 찾아 내려간 죽변 바닷가 집에도. 그 뒤로 양양 시절이나 영월 시절에는 따로 다녀가질 못했구나. 아마도 두 아이가 학업에 바쁜 나이여서 그렇기도 했을 거고, 그보다 더 큰 까닭은, 그 시절은 평택 싸움과 용산 싸움이 줄기차게 이어지던 때였다.

 

 그리고 이번엔 제주에서 만났어다. 언제나 형네 네 식구와 내가 만나곤 했는데, 이번엔 형이 없는 세 식구. 그런 사이 나도 세 식구가 되어 있었네. 

 

 

 

 주방에서 음식을 해내느라 정신없이 등짝만 내보여주다가, 주문받은 것들 다 내어놓고, 겨우 전화기를 들어 한 컷 사진을 찍은 게 이거.

 

 감자를 안고 있는 누나를 보고 있자니, 그리고 감자 곁으로 모여선 성아와 수빈이를 보고 있자니, 정말 짧지 않은 시간이었구나 싶어. 구십이 년, 내가 스무살이 되어 래군 형을 처음 만나던 때만 해도 성아, 수빈이는 세상에 없었어. 그러다가 내가 스물하나가 될 때 성아가 태어나고, 스물 셋이 되었을 때 수빈이가 태어났네. 그러니까 이 애들이 감자만할 때, 그 때 처음 만났던 거. 이십 년 하고도 서너 해가 훌쩍 지나있었구나. 너희를 만난 것이, 그리고 래군 형과 인연을 맺어 지내온 것이.  

 

 

 

 저녁부터 제주에는 돌풍에 비바람이 있을 거라나, 그래서 누나와 아이들은 처음 산 비행기표를 무르고, 오후 시간으로 다시 예매를 한지라, 저녁 늦게까지 시간을 함께 보낼 수는 없어. 비행기 시간이 임박해지고, 부랴부랴 가게 앞으로 나가 단체 사진을 찰칵! 래군 형네 식구, 돌돌이 누이네 식구 그리고 감자네 식구까지.

 

 

 

 

 이건 언제 찍힌 거더라. 아마 요 위의 단체 사진을 찍기 전이거나 찍은 뒤인 것 같아. 카페가 예쁘다며, 서울에서 사먹던 거보다 더 맛있다며, 두 아이가 좋아하며 신기해 하더라.

 

 "성아야, 그럼 얼른 아빠 나오게해서, 다음 번에 올 때는 아빠하고도 같이 와."

 

 

 

 

 이거는 지난 평택 싸움 때 형이 잡혀들어가고, 종숙이 누이가 법원에 써서 보낸 탄원서 가운데 한 부분. 누나는 지금 속이 말이 아닐 텐데도 내내 환하게 웃어. 래군 형이 지나온 시간만큼, 그 곁에서 함께 싸워온 누이 역시 그 마음이 얼마나 깊고 단단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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