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며칠 전 메일을 열어보았다가 바로 주문한 <탈핵탈송전탑 세트>가 들어왔다.
지난 번 메일에서는 밀양의 그 초록땅 산마루마다 괴물의 송곳같은 송전탑들이 기어이 세워지고, 지난 삼월 한 달 내내 그곳의 어르신들이 길을 떠났다고 했다. 잘 알려지지 않던, 이 나라 핵발전소 주변 지역과 송전탑 지역을 더듬어, 그곳에 살아가는 이들의 가슴아픈 이야기들을 잇는, 이른바 탈탈원정대. 그리고 그 길 위에서 보고, 느끼고, 나눈 이야기들을 받아적은 책 <<탈핵탈송전탑 원정대>>를 펴내었다는 소식을 전하고 있었어. 그리고 이번에 보내온 메일에선 관련된 다른 책과 자료들을 묶어 보급 행사를 한다는 소식이. 아마도 밀양 싸움에는 벌금이며 법률소송 비용으로 2억3천이라는 어마어마한 돈이 예상된다던데, 그 기금 마련에도 보탬이 될.
이렇게나 많은 책과 자료를 한 꾸러미 보내주었어. 공부할 게 많아졌네. <탈핵탈송전탑 교재모음 / 3만원 / 밀양송전탑법률기금모금위원회>
2.
지난 주말 밀양에선 영남루 앞에서 197번째 촛불문화제를 열었다지. 네 해동안 한 주도 빠짐없이 고장 어르신들이 지키며 밝혀온 촛불, 앞으로 3주 뒤면 200회를 맞는다는. 그 소식을 전하는 편지에서 저 어느 구절이 자꾸만 무언가 말을 걸어와.
러시아의 영화감독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 감독의 마지막 작품 <희생> 들머리에는
아버지 알렉산더 교수가 늦게 얻은 아들 고센과 나무를 심으며 인생의 교훈을 전하는 대목이 있습니다.
"그것이 어떤 일이든, 매일 같은 시간에 같은 일을 꾸준히 반복한다면 기적이 일어날 것"이라고.
우리 어르신들도 그러하셨습니다. 밀양 송전탑은 끝내 패배하였지만, 또한 수많은 '기적'을 만들어냈습니다.
몇 번의 예외가 있었지만, 지난 4년동안 빠짐없이 모든 주말 저녁 시간에
촛불을 들었습니다. 그것은 당신들이 할 수 있는 몇안 되는 실천의 목록에 올라있는 실천이었지만,
이를 통해 무수히 많이 위로받고 격려하고 단결하면서 싸움의 길을 열어갔습니다.
- 이계삼 선생님의 편지 가운데에서
그것이 어떤 일이든 /
매일 /
같은 시간에 /
같은 일을 /
꾸준히 반복한다면 /
기적이 /
일어날 것.
끝내 패패하였지만 /
또한 수많은 기적을 /
만들어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