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 와서 사귄 친구들 가운데 도자기 인형을 만드는 친구들이 둘이나 있다. 아니, 엄밀하게 말하면 둘이 아니고 셋이구나. 하나는 모습 공방의 민과 경, 그리고 또 하나는 소길리에 신혼살림을 차린 영. 그 친구들이 모두 유월을 시작하면서 작품 전시를 한다. 모습 공방은 서울까지 올라가 합정동 사각형 갤러리에서, 그리고 영은 제주의 여성작가 발굴·지원 초대전 형식으로 설문대여성문화센터에서.
1. 작은 것들의 신.
언젠가 이 일기장에도 써놓았던 것처럼 민과 경은 도예를 전문으로 시작한 친구들은 아니었다. 서양화를 전공한 민은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였고, 미학을 전공한 경 또한 그림을 함께 해. 게다가 경은 지난 겨울 앨범을 발표하기도 한 싱어송라이터 뮤지션. 둘이는 민의 고향인 제주로 내려오고부터는 그림그리는 거나 노래부르는 것보다 도자기 인형 만드는 거에 푹 빠져 있었다고 해. 둘이서 내놓은 돌고래며 산호, 노랑박새, 검정 고양이와 해녀 인형들을 보면 얼마나 예쁜지.
민과 경에게는 선물도 참 많이 받았다. 그 가운데 가장 감동스러웠던 건 감자가 태어나고 나서 만들어준 분홍 돌고래 모빌. 지금도 감자는 실에 매달려 있는 돌고래들을 보면 얼마나 좋아하는지. 그리고 달래가 목에 걸고 다니기를 좋아하는 산호며 노랑박새 목걸이.
유월 전시는 벌써부터 예정되어 있었고, 민과 경은 요 몇 달을 눈코 뜰 새 없이 작업에만 전념을. 그러던 것이 이번 주 금요일부터 서울 합정동의 사각형 갤러리에서 일주일 동안 열릴 거야. 지난 해 여름, 처음으로 그꿈들 원화전시를 시작하던 바로 거기. 벼레별씨라는 까페 뒤편에 마련된 아늑한 갤러리.
이제 준비가 다 되었는지, 어제 톡을 주고받으면서 저 포스터를 받아. 두 사람을 닮은, 오래된 빛깔, 나무 바닥으로 삐걱 소리가 나고, 커피 향이 진하게 나는 것만 같은 그런 느낌이네. 고생 많았네. 작품들을 손상 없이 서울까지 보내려면 그것도 일이겠네. 안 그래도 도자기 인형 하나하나를 깨지지 않게 포장하느라 어젯밤에도 손이 바쁜 중이라고.
아참, 일주일 동안 열게 되는 모습공방의 전시 중에는, 전시 작품의 작기이기도 하면서 뮤지션이기도 한 선경의 공연을 하기도 할 거라지. 이번 주 토요일에는 저녁 여섯 시, 그리고 다음 주 수요일에는 저녁 일곱 시. 와아아, 기쁘겠구나. 그냥 갤러리에서 공연을 한다는 것만으로도 좋을 텐데, 자신의 작품들을 전시하는 그 공간에서 공연이라니!
이거는 선경의 첫번째 앨범 <<따뜻한 어둠>>에 있는 곡들을 조금씩 들을 수 있게 해놓은.
감자네 식구는 아쉬웁게도 민과 경의 첫 전시에 가보지를 못하지만, 서울에 사는 친구들이 많이들 보러 가면 좋겠다. 아마 갤러리에 가보면 그 예쁜 도자기 인형이며 목걸이들 하나쯤 가지고 싶어질 거야. 아님, 누군가에게 선물하고 싶어질. 그리고 경의 공연도 두 번이나 있다니, 자신의 작품 전시장에서 노래하는 뮤지션에게 직접 음반도 살 수가 있을 거야.
2. 이상한 동물원.
지난 해, 제주에 들어와 지내면서 말랴와 가깝게 지내고, 말랴를 통해 늘보라는 친구를 또 알게 되었다. 얘기를 나누다 보니까 늘보는 이미 동철하고도 잘 아는 사이. 녹색연합 소모임으로 야생동물 탐사 활동을 같이 했다던가, 러시아 등지로도 함께 다녔고, 왕피천을 보러 울진에도 자주 내려오곤 했다지. 참 세상 좁지 뭐야. 암튼 그렇게 알게 된 늘보가 여름을 지나더니 결혼할 각시를 소개하였는데, 그 친구가 도자기 작업을 하는 영.
영은 대학에서부터 도예를 전공하여 불가리아라던가, 그리로 가서 도자기 공부를 전문으로 하고 돌아왔다지. 나야 잘 모르지만, 이미 그 분야에서는 꽤나 높은 평가를 받는 작가라던가. 지난 가을, 우리가 감자를 낳았을 때 늘보는 영이 만들었다는 도자기 인형들과 찻잣을 선물로 들고 오기도 했어. 말띠 감자에게 말 모양의 도자기 인형들. 늘보와 영은 지난 달 혼례를 올리고, 신혼살림을 이곳 소길리에 두면서 한 마을 이웃이 되기도 했네. 게다가 두 사람은 뱃속에 아기를 품고 있어, 올 가을엔 감자도 한 마을 안에 동생을 맞게 되었어. 뱃속 아가 이름을 와랑이라 부르고 있는.
어제부터 제주 시내 설문대여성문화센터에서 6월 한 달 동안 열리는 와랑 엄마의 전시가 시작되어. 제주도에서 여성작가 발굴, 지원으로 열리는 초대전. 엊그제 늘보와 영이 감자네 집에 들러 전시 도록을 전해주고 갔는데, 이야아 도록에서 사진으로 보던 것보다 훨씬 멋진!
도자기 인형을 굽는 친구들 전시가 서울에서, 제주에서 이렇게나 한꺼번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