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

냉이로그 2015. 6. 5. 08:36

 

       

 

 녀석에게 편지가 왔네. 훈련소에 들어가기 전 전화로 목소리를 듣고, 그 뒤에 다시 카톡이 들어와 있는 걸 보지 못했더랬어. 깜빡 잊고 감자네 집 주소를 적어가지 않았다는 걸, 급하게 카톡으로 보내어 달라는 말이었는데, 우리가 확인했을 땐 이미 연병장에서 차렷, 쉬엇! 을 하고 있을 즈음.

 

 요즈음은 군대에서 이런저런 사고가 많아 그런지, <부모님 의견서>라는 걸 보내어달라는 우편물을 보내는 모양인데, 우리가 받은 건 양양을 거쳐 한참이나 뒤늦어서였다. 암튼 그 덕에 녀석의 훈련소 주소를 알게 되어 그리로 편지를 보낼 수 있었고, 녀석도 우리가 보낸 편지를 보고나서야 전에 써두었던 편지를 이리로 보내.

 

 

 

 

 그 편지가 오늘 제주에 도착하였다. 게다가 마침 오늘은 녀석의 5주 훈련을 마치는 수료식 날. 저마다 가족들이 찾아주어 보고싶던 얼굴을 만지고, 등을 두드리며 그간 고생을 격려하며 한껏 정을 나눌 텐데, 녀석만 찾아주는 이 없이 혼자 쓸쓸하진 않을까 걱정이었건만, 고맙게도 순녀, 병순 누이가 녀석의 수료식에 함께 해주었다고. 

 

 전화기 너머로 듣는 녀석의 목소리는 밝아. 그래, 어디에서나 잘 지낼 녀석이니. 밝고 씩씩하고, 여전히 순박하고 귀여운 모습에 마음이 참 좋았다. 녀석 목소리를 듣고, 금능 바닷가엘 나갔다 들어오는 길 우편함에 꽂혀 있는 녀석의 편지를 열어보는데 주책맞게도 눈물이 찔끔. 이그, 이 녀석 글씨 하난 정말 예술이네. 프랭스 이후로 이렇게 못쓰는 글씬 처음이지 모야.

 

 

 

 

 

 암튼 녀석 밝은 목소리 들으니까 마음이 참 좋았다. 일병을 달 즈음 정기휴가를 나오려나. 그럼 아마 겨울 즈음이겠구나. 감자는 돌이 지났을 거고, 아그작뽀그작 뒤뚱뒤뚱 걸음마를 시작할 즈음이려나. 건강하게 잘 있으렴. 자대로 옮기면 곧 또 연락할 수 있겠지. 반갑다, 니 목소리, 괴발새발 날아가는 니 글씨. 그 안에 담겨 있는 니 표정과 얼굴, 그리운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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