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했던 이내의 씨디를 받았다. 하나하나 수작업으로 만든다는 음반, 씨디는 흔히 보던 플라스틱이나 종이 케이스가 아니라 파우치라 하는 천보자기에 담겨 있어. 그 천보자기도 손수 만든다는데 하나하나 물감을 칠하고, 다림질을 하고, 그 안에 속지와 스티커도 한 장씩 넣어. 그 천보자기를 열어보는 것만으로도 정성이 가득하다는 걸 충분히 느끼고도 남을 만한데, 거기에 이처럼 정성스런 편지까지.
노래들이 좋았다. 편안한 목소리에 나직한 읊조림, 어디론가 데려가주는, 어딘가를 그립게 해주는 노래들.
2집 앨범인 <<두근두근 길 위의 노래>>에 담긴 아홉 곡 모두 좋았지만, 그 가운데에서도 3번 트랙의 노래가 나올 때면 그 노래만큼은 하던 거를 멈추고 귀를 더 기울이게 되어. 시가 좋아 그랬을까, 백석의 시에 곡을 붙여 노래를 부른 <바다>라는 곡. 글쎄, 지금 내 마음의 상태에선 그 노래가 가장 잘 스며들게 되어 그런 건지, 또 어떤 마음이 되거나 하면 그땐 또다른 어떤 곡을 먼저 꼽게 될진 모르겠지만, 어쨌든 지금은 그 노래에서 자꾸만 멈추어지게 되어. <서툰 말>을 들을 때는, 마치 내가 누군가에게 그 말들을 건네고 있다는 느낌이 들면서 오래도록 만나지 못한, 또는 뜸하게 만나고 있는, 그리운 이들 얼굴이 하나둘 떠올라서 좋은. 그리고 살아줘서, 사랑해줘서, 그리워서, 사라지지 않아줘서 고맙다는 그 노래 또한 지금 내 곁에 있는, 가까이 곁이 되어 지내는 얼굴을 떠올리게 해주면서 그 노랫말을 한껏 음미하게 되어 좋은. 몸이 밝은 그녀, 빨래를 너는, 그 평화로움에 젖어드는 것 같은 <그녀들>도, 이 섬으로 건너오는 뱃길 그 어디쯤 떨어졌을 꽃잎들을 불러주는 <노란꽃>.
좋은 앨범을 선물로 보내준 현주 이모야가 고맙네. 그리고 이렇게 노래를 지어 불러주는 이내에게도. 정성스러운 편지에 따로 더 챙겨보내준 선물에는 아직 아무런 답장도 하질 못하고 있어. 어느 새 유월도 이만큼이나 지나버렸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