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 이모야가 내려오고, 감자네 식구는 섬의 동쪽 나들이를 하게 되어. 감자네 식구끼리였다면 동쪽 나들이는 엄두를 내기 어려운 일. 마침 이모야가 왔고, 이젠 엄마아빠도 감자와 함께 멀리 나들이 하는 데에 자신이 생기기도 해. 소심한 책방에도 가보고 싶다 하였고, 그럼 톰톰에 가서 밥을 먹자 하였고, 나는 평대스낵의 매운 떡볶기가 땡긴다고 하였다. 그러면 아서 이모야에게 주려던 선물도 챙겨서 가자. 하늘도 파랗고 햇살이 좋아. 지영이 이모야 덕분에 감자네 식구는 또 동쪽엘 가보게 되었네. 이번엔 정말 섬의 동쪽 나들이를 제대로 할 수 있었어.
그리고 평대와 종달로 가는 길에 쉬엄쉬엄 내려서서 보던 함덕과 김녕, 월정, 세화의 투명민트빛 바다.
달라 이모야는 엄마보다 여섯 살 아래지만, 엄마가 맘놓고 수다를 펼 수 있는 가장 만만한 친구이자 동생. 엄마가 안동에서 지낼 때부터 함께였으니, 엄마랑 아빠를 결혼 전부터 볼 거 못 볼 거 다 보아온 증인이네. 엄마가 아빠 흉을 맘놓고 보아도 좋을 단짝. 엄마가 지영이 이모야를 만나고 나면 기분이 좋아지는 건, 아마도 그동안 아빠한테 쌓인 거를 다 풀어놓고 오기 때문일 거라고 ㅋ 아빤 생각해. 그래서 아빠도 엄마가 달라 이모야를 더 자주 만났으면 더 좋겠단 말이지. 그렇게라도 풀어야지, 아빠 흉도 실컷 보고, 수다도 실컷 떨고, 쌓인 스트레스도 다 풀고 ㅎㅎ
감자야, 달라 이모야가 왔네 ^ ^ 우리는 장난삼아 감자에게 이모야가 장모님 될 거야, 하고 말하곤 하는데, 정작 달라 이모야는 감자에게 묻네. "자네~ 자네 장인은 어디 있는가? 장모는 준비가 다 되었는데, 장인을 아직 못구했네, 장인 좀 찾아주게 ㅋㅋ"
감자야, 달라 이모야 와 있는 동안에는 아빠랑 둘이서 잘 지내야 해. 엄마랑 이모야가 둘이서 실컷 수다를 풀 수 있게, 밥 먹고 나면 둘이서 차마시러 나갈 거고, 밥 먹고 나서도 최대한 아빠랑 둘이 자리를 피해주는 거야, 알았지? 아빠랑 둘이 잘 하자, 아자아자 화이팅! 그래서 첫날 밤에도, 둘쨋날 밤에도 엄마랑 이모야는 새벽 늦게까지 문을 여는 찻집을 검색해서 밤마실을 ㅎㅎ
감자도 동쪽 바다에 몇 번이나 다녀갔지만, 오늘처럼 빛깔 예쁜 날은 처음이었네. 게다가 오늘은 바람도 많지가 않아.
오늘은 관광객 포쓰로, 꼭 한 번쯤 앉아 보는 저 걸상에도 ^ ^
관광객 포쓰 2 - 달라 이모야하고도 ㅋ
관광객 포쓰 3 - 고래가 될 까페 앞에서. (아무 것도 안 시켜 먹었으면서 ㅋ)
관광객 포쓰 4 -사진 다찍었으면 얼른 가자 ^ ^
여기는 평대리 톰톰카레 앞마당. 아직 자리가 없다니까 감자 기저귀부터 한 번 갈고 ㅋ
이모야는 반반카레. (여기서도 쫌 관광객 포쓰를 ㅋ)
엄마랑 아빠는 콩카레. (감자는 그림의 카레 ㅜㅜ)
밥을 다 먹고 나선 톰톰 바로 옆에 있는 아서 이모야네 집. 엄마랑 고등학교 시절 젤로 단짝이던 친구, 아서 이모야네는 사람들이 손꼽아 머물고 싶어하는 예쁜 게스트하우스 하고 있어.
감자도 처음은 아니, 엄마 뱃속에 있을 때 벌써 두 번이나 다녀갔는 걸.
엄마 베리랑 아들 정남이.
마당에 앉으면 바다까지 다. 오늘은 잠녀 할망들이 많이 들어가셨구나, 하는 것까지 내다 보이네.
아서 이모야네 집, 아침을 먹고 차를 마시는 게스트 까페.
감자는 루다 누나야가 마음에 들었어 ^ ^
천상 막내일 것만 같은 루엘 누나야도 감자 앞에선 누나가 되어.
아홉 살, 다섯 살, 두 살. 머지 않아 감자도 누나들 쫓아다니며 같이 뛰고 그러겠네.
평대스낵엔 좀처럼 자리가 나질 않아서 아서 이모야네로 가져다 먹었네. 거기에서 생맥주에다 매운 떡볶기를 먹어보고 싶었지만, 맥주는 그냥 할망상회에 가서 캔맥주를 사다가 ㅋ 음, 정말 맛있네. '서쪽엔 커리왈라, 동쪽엔 톰톰카레'로 짝을 이루더니, 분식계에서는 '서쪽엔 애월튀김간, 동쪽엔 평대스넥'이 쟁쟁하게 균형을 이루는구나 ㅎㅎ
동쪽엘 왔으니 내친 김에 평소 가보고 싶어하던 소심한 책방까지. 평대리 아서 이모야네 집에선 잠깐이면 닿을 종달리 바닷가 마을. 소심 책방의 책방요정 이모야하고는 지난 번 시와 이모야 동쪽 공연 때 잠깐 인사를 나누어.
감자는 차 안에서 까무룩 잠에 들었네.
그러더니 책방에서 나올 때까지 한 시간 가까이를 이렇게 푹 잠이 들어.
조그만 책방이었지만, 평소 보지 못할 독립출판물이며 정성스런 손길로 매만진 작은 것들이 참 많이도.
소박하고 고요한 곳. 가까이에 있다면 자주 들락거리고 싶어질 텐데, 일 년이 넘도록 이제야 첫걸음을.
돌벽 앞에서 한 번 더 관광객 포쓰를 ^ ^ 여긴 서쪽으로 넘어와 저녁을 먹으러 찾아간 고내리 고불락 식당. 감자네 집 손님들이 올 때면 한 번씩 가곤 하는.
감자도 잠에 깨어 맘마를. (감자야, 저녁 먹고 나면 아빠랑 또 둘이서 밤을 보내야 해. 그러니 우리 오늘 밤도 잘 해 보자 ^ ^)
어쩐지 감자의 앞짱구가 그림 속 달마 스님의 머리랑 닮은 것만 같아. 하하하, 저는 감자 달마입니다 ㅋ
달래와 달라. / 아침 일찍 비행기를 타러 나가는 길, 감자네 집 앞에서.
이모야, 언제 또 놀러 올 거예요? 한 달에 한 번씩 오면 좋겠다. (사실 이 말은 감자가 하는 말도, 엄마가 한 말도 아니. 아빠가 하는 말. 달라 이모야를 만나면 엄마는 기분이 좋아지거든. 밤이 모자랄 정도로 실컷 수다에 수다. 그 수다에 쌓인 스트레스를 다 풀어내어. 그러고 나면 아빠가 얼마나 편해진다구 ^ ^ 그러니 이모야를 기다리는 건 어쩜 엄마보다도 아빠가 더 그런지 몰라. 그래서 이모야 곁에 가서 살짝 그랬지. "자주 내려와라. 자주 와서 나 좀 구해주고 가라 ㅎㅎㅎ"
금요일 저녁에 내려와 일요일 아침 일찍 올라가는 짧은 일정. 그러나 그 짧은 시간을 알차게도, 길게도 보내었네. 달라를 마중 보내고 나서 달래가 왠일로 고맙다고 그러네. 기분이 좋아 한껏 밝은 얼굴. 뭐니뭐니 해도 달래에게 젤 좋았던 건, 해도해도 모자라기만 했을 밤마실 수다였을 거 ㅋ 고밉긴 뭐, 내가 고맙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