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O

굴 속의 시간 2012. 6. 26. 21:32

1.

아주 마음에 드는 젊은 석공들이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이런 친구들이 다 있구나 싶을 정도. 아쉽게도 이제 석공 분들 대부분은 오늘로 모든 일을 마무리짓고 인사를 나눴다.물론 그 석공들은이년 반 가까이를 이 현장에서 돌을 때리고 쌓아 일을 해온 분들. 아쉬운 마음에 이 친구들에게 전화번호를 묻고,담배 피우러나온 사이사진 몇 장을급하게찍어.다시 만날 수 있으면 좋겟다. 아마 그럴 수 있겠지. 떠나지 않고 이 현장, 저 현장으로 일을 하며 살아간다면, 머지않아 다시, 그리고 또 다시.

2.

나는 이러구 일을 해. 어제 오후 노반장님이 찍어준 사진 몇 장. 문루 육축에서 동쪽으로 이어지는,지금은 날개처럼 남아있는 성곽 일부 구간.한낮에는 얼마나 뜨거운지, 땅 다짐을 하려고 물을 뿌리고 뿌려도 금세 버석하게 말라 흙먼지가 자욱해지곤 한다. 그 뜨거운 볕이며, 누런 흙빛들은 벌써 아홉 해나 지난 그 중동의 땅을 떠올리게 하곤 한다. 그 이름이 무어였더라, 바그다드 외곽 알마시뗄 어린이 공부방을만들 때목수 일이며시멘트 공구리, 벽돌 일까지 척척 잘 해내던 그 청년.자하드라고 했었나.



3.

돌을 다듬던 석공들이함께 일을 할 땐그래도 깡깡거리는 망치소리, 정소리가 울렸는데 내일부터는 저 현장에 그런 것도 없겠다. 그저 부옇게 올라가는 흙먼지들만. 점심시간 밥먹으러 나가고,참 시간에 맞춰 우루루 함께 담배를 피우러 나갈 때는 그래도북적거리며 함께 떠드는 맛이 있었는데, 그마저도 없이뜨겁기만 하겠다. 나야 모 이제 얼마되질 않았지만 그 북적대던 현장이 흙먼지만 자욱할 테니 외롭고도 쓸쓸하겠다.아마 그래서 더 뜨거울 거야.ㅜㅜ

4.

토요일일요일에도 쉬지를 않아, 그래서 해품바 결혼식에도 다 끝나서야 가볼 수 있었고, 영월에서 올라온 달래하고도 일하는 시간 점심시간에나 나가 밥을 먹고 들어왔다.그러면서도 일을 마치고 저녁이 되면은 술은 왜 그리 자꾸 마시게 되는지. 일을 시작하고 처음 며칠은 그리도 힘들더만한 사나흘 지나니까 어느정도 적응이 되어,이제는 퇴근을 하며씻고 나오면몸이 개운하고 가벼워, 어디 한 잔 하자 불러주는 사람 없나 기다려지기도 한다. 그랬더니 이건 뭐, 오히려 몸이 힘들다 피곤하다 하면서도 자는 시간은 겨우 네다섯 시간이나 될까말까. ㅋ

아무튼 중요한 건, 나는 요즘 무척이나 OO하다는 거. 고맙습니다, 부처님 ^^

(문제) OO에 들어갈 낱말은 무엇일까요? 헐~ 너무 쉬운가? ㅋㅋ


'굴 속의 시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저기  (0) 2012.07.03
축성  (0) 2012.06.28
출근  (6) 2012.06.21
어리둥절  (12) 2012.06.14
부여  (2) 2012.06.13
Posted by 냉이로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