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성

굴 속의 시간 2012. 6. 28. 22:43

1. 축성

축성식이 있었다.나도 기분이 좋아 설레니, 두 해 넘게 그곳에서 돌을 깎고 다듬어 쌓아올린 이들이야 그 마음이어떨까. 여전히 뜨거운 날이었지만,이곳은 도성의 남문이니성벽의 바깥쪽 아래로는그늘이라. 하늘은 파랬고, 이미 그 전날 성곽 둘레로는 일할 때 쓰던연장이며 널려있는 것들을 말끔히 치워두었다. 이 날은 출근도 다른 날보다한 시간 늦게.조그맣게 단을 만들고, 고유제를 지낼 상차림을 하고 있자니 몇 군데에서 축하 꽃나무 화분들도 들어오고, 이 날을 함께 기뻐할 여러 손님들이 들어왔다.그동안 공부하면서 이름으로만 들어온 많은 선생님들, 그리고대목장, 번와장, 단청장 인간문화재 어르신들에 이 공사를 이끌거나 관계한 여러 기관의 분들까지.

내가 왜 그렇게 기분이들뜨던지. ^^

식이 진행되는 동안 나는조그만 사진기 하나를 들고 구경나온 아이처럼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고 그랬는데, 공사 현장의 사진 같은 건 함부로 올려서는 안 되는 거라, 그건 그냥 유에스비에다가만 저장,간직해 감상만 하기로. ㅎ그래도 모, 요런 사진 하나 정도는 올려도 될 것 같아 요거 하나는 살짝. 행사 말미에 석장님이 그동안 가장 애쓴 우리 석공들 모두 나와 단체 사진 하나찍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그때석공 분들이나에게도 팔을잡아끌어준 덕에 약간은 민망스럽지만, 영광스럽게도 이 안에 꼽사리를 끼었다. 그러나 이 장면만큼은 내 주머니 속 사진기로 찍지를 못해 아쉬워만 하고 있었는데, 그 때 사진을 찍던 분들 가운데 수리보고서팀에 있다는 기사님께 부탁해서 멜로 전해받았다. (아하하하 좋아라 ㅋ)


2. 비

동측 성곽의 뒤채움은 이제 얼추 다 되어간다.며칠이나더 해야 성상로까지 흙을 다 쌓아올리고 다지게 될지. 내일 저녁부터는 비가내릴 거라 하던데, 그리 되면은 주말동안 일을 쉬게 되기는 하겠다.쉰다 하면은 일요일 안동 강의를 들으러 갈 수는 있겠구나. 영월에도 하루는 들러볼 수도 있겠다. 물론비 단도리를잘 해두어야 하기는 하겠지만. 백년만에 찾아온 가뭄이라지.땅이 바짝바짝 말라 곡식과 풀, 나무들이 타들어가고 있다는데. 도통 뉴스도 신문도 보지를 못하고, 논이며 밭이 가까이에 있지도 않은 서울이라 그만큼 실감을 하지는 못하고 있었다. 사람이라는 게 단순하여 지금 당장 지가 서 있는 자리밖엘 생각지를 못해. 비가 오면 그 단도리를 어떻게 해야 하나, 비가온다 해도 그날 새벽 하늘을 확인할 때까지는 쉴지 어쩔지를 두고봐야 하게 되려나, 그런 정도 생각밖에는. 새벽에 일어나 출근 버스를 타러나서면 오늘은 또 얼마나 뜨거우려나, 하는 마음으로나 하늘을 보곤 했다.

비야, 내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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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냉이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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