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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 속의 시간 2012. 9. 6. 14:16

  사진기 용량이 꽉 차서 컴퓨터에 옮겨 메일에다가 저장해놓으려고 하는데, 왜 이렇게 오래걸리는지 모르겠다. 약 50분 남음이라고 되어 있는데, 정말 그렇게나 걸리는 건 아니겠지. ㅜㅜ

 진도에는 어제 들어왔어. 영월에서 오백키로라고 나오던데, 여덟시간 하고도 이십 분이나 더 걸리더라. 역시나 길을 놓쳐 헤매기도 하면서. 광주에 다다라 길을 갈아타는데 도무지 헷갈려서 말이지.

 어제저녁 들어오자마자 작년에 해체보수를 했던 고려시대 탑을 찾아갔어. 금골산 아래 있는 조그만 초등학교 안에 있더라. 산도 예뻤고, 학교도 예뻤고, 아이들도, 그리고 탑도 예뻤어. 그렇게 어젯저녁엔 보고서에 실린 실측과 수리 내용들을 따라가며 돌탑을 살피긴 했는데, 저무는 해에 사진을 찍느라 빛이 좋지를 않아, 오늘새벽 다시 그 초등학교엘 찾아갔지. 그러고선 삼별초군이 궁성을 쌓았던 산성의 궁터엘 갔는데, 운이 좋게도 그곳에서는 발굴조사가 한창이었고, 마침 조사단 책임연구원분을 만나 현장강의를 듣듯 공부를 할 수 있었어. 아마 그분이 아니었다면 그저 정비보고서 하나만을 들고 장님 코끼리 더듬듯 더듬거리기만 했을 텐데. / 일단 사진기부터 비워야겠다 싶어 다시 읍내 피씨방엘 들렀는데, 압축하는데만 뭐가 이리 오래 걸리나 모르겠다. 아직도 29분이나 남았다네. 컴이 너무 느려;; 아이티 강국은 개뿔 ㅡ..ㅡㆀ

 계획한 답사지만 찍고 가기에도 예정한 나흘이 빠듯하긴 한데, 아까 그 궁터를 보고나니 섬의 저 남쪽에 있는 석성 하나를 더 보고가긴 해야겠어. 사실 이렇게 한 지역에 들어와 그 지역 안의 것을 제대로 보려면 나흘이 뭐야, 일주일이라도 모자랄 판이라 미련두지 말고 애초 꼽아놓은 것만 보고는 바로 다른 곳으로 옮겨야 상책인데, 자료를 보다보니 이렇게 미련을 놓지 못하고 또 꽂히는 곳이 생기기 마련이라. 지금 보고 가지 않으면 이 먼 데를 또 언제 오나 싶으니 말이야. 게다가 아까 만난 발굴조사 연구원 분이 권하기를 여기까지 왔으니 강진에 들러 병영성은 꼭 한 번 들러가라 하는데, 그러자면 이거 시간이 빠듯하기만 하다. 해가 난 시간밖에 움직일 수가 없으니 암만 내가 부지런을 떤다 한들 시간이야 한정되어 있기 마련. 그런데 강진엘 가면 무위사도 지나칠 수가 없고, 백련사도 아쉬울 텐데, 그러려면 이번 일요일까지 창원은커녕 여수도 못가보게 될지를 몰라. 그러니 이것 또 한 번 어려운 선택을 하긴 해야겠는데, 아무래도 무위사, 백련사는 이번엔 눈 딱 감고, 병영성 한 곳만큼은 더 들렀다 가야겠다.

 그러니 이제 곧 들러볼 섬의 남쪽 남도석성에 강진 병영성까지 애초 계획했던 거에서 두 곳이나 늘어나게 되었는데, 이거 사진기 용량을 비우는 데에만 왜 이렇게 시간이 많이 잡아먹고 있나 모르겠다. (아직도 19분이 남았대, 흐엉 ㅜㅜ) 어젯밤에도 한 번 사진기에 있는 것들 메일로 옮겨 싹 비워놓고 시작한 건데도, 오전에 벌써 꽉 차 버리고 말았으니. 이거 시간은 없는데, 얘가 이렇게 시간을 잡아먹네. 쩝.

 이 남쪽 끄트머리에 있는 섬에 들어왔다지만, 아직 바다에는 눈길 한 번 주지를 못하고 있어. 웬만한 답사지들은 언제나 좋다 하는 경승에 명승, 관광지이기 마련이지만, 늘 이렇게 낡은 집이며 낡은 돌만 찾아다니느라 여행이니 관광이니 하는 건 다 남이 하는 소리다. 게다가 입도 짧아졌으니 그 좋은 맛집들을 다 지나쳐 천국김밥으로나 끼니를 때우면서 ㅎㅎ

 아까 어느 면사무소를 지나치며 그 옆에 있는 우체국에서 엽서 몇 통을 사기는 했다만, 이쪽 짠내나는 바다 엽서를띄워보낼 수 있으려나 모르겠네. 아무튼 여유있는 여행길은 아니지만, 혼자 낯선 고장에 와서 뛰어다니는 기분이 아주 나쁘지는 않다. 물론 문득 걸음이 멈춰지면서, 여기가 어디인가, 나, 지금 무엇에 이토록 매달리고 있는가, 하는 쉼표가 한 번씩 찍어지긴 하지만 말야.

 그러게, 따라붙었으면은 좋았을 걸. 운전기사도 시켜먹고, 밤에는 이쪽서 만드는 보해소주, 잎새주도 먹고 그럴 텐데. ㅋ 아, 그런데 좀 아까 천국김빱에서 밥을 먹다가 후배 전화를 받았는데, 형한테 방해 안 되면은 나도 내려가도 될까, 그러더라. ㅋㅋ 요좀 고 녀석 마이 바쁜 것 같아 운도 뛰워보질 않았는데, 엊그제 요기 써놓은 걸 봤다면서 고맙게도 달려와준다네. 그야 뭐, 누구긴 누구겠어. ^^ 난지도라구, 알잖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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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냉이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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