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를 심는다

냉이로그 2006. 11. 30. 23:56

주문한 만화책이 왔다. <<평화를 심는다>> 노동만화네트워크 들꽃 모임에서 그 동안 평택 평화 지키기의 뜻으로 그린 만화 작품들을 모아 엮은 책이다. 이불에 들어가 누운 채로 만화책으로 천장을 가리며 보기 시작한 것이, 어느 새 나는 몸을 돌려 엎드려 보고 있었고, 그리곤다시 첫장부터 새로이 봐 나갔다. 작품을 실은 만화가들은 평택에 뿌리내리려 하고 있는 이 땅의 지독한 전쟁 덩어리를, 그야말로 만화다운 상상력과 만화다운 어법으로 얘기했다. 아니, 그려주고 있었다, 살려내었다.


한 컷 짜리 만화들은 그것 그대로 한 편의 시였고,

수십 컷으로 길게 이어지는 만화들은 가슴 절절한 이야기였다.


세상에 만화책과 그림책이 있다는 것은 얼마나 고맙고 축복받은 일인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전국에 있는 중고등학교 쉬는 시간이나 야자 시간에 이 만화책이 책상 밑으로 돌아다니면 좋겠다. 은행이나 미용실, 그 밖에 책을 꽂아놓고 시간 때워야 하는 그 모든 곳들에 이런 만화책이 꽂혀 있으면 좋겠다. 허나 안타깝게도 이 만화책은 책방에서는 팔지 않는다.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주문, 값은 칠천 원.




시인들은 황새울 평화촌 담벼락에 벽시를 썼고, 만화가들은 그곳 담벼락에 그림을 그렸다. 화가들 또한 마찬가지. 조각가는 조각으로, 설치미술가는 설치 미술로, 그리고 노래를 만들어 부르는 이들은 그곳의 삶과 아픔을 울리는 노래, 기운을 모으는 노래, 잠든 가슴을 깨우는 노래로 함께 지키고자 해왔다. 아니, 꼭 그곳의 담벼락이나 어느 공터가 아니더라도 장르 저마다의 실천하는 작가들, 행동하는 예술가들은 그곳을 외면하지 않고 함께 아파하며 함께 살려내고자 제 몫을 해내고 있다. 우리가 아이들과 공명할 수 있는 것은 없단 말일까, 우리가 아이들에게 들려주어야 할 것은 무엇일까, 그곳의 아이들 그리고 그곳 아닌 아이들을 이어주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동화를 쓰는 일이라는 것은 진정, 무엇일까……?



한 가지 더!


평택에서 주민들 겨울나기를 위한 물품 판매를 하고 있다. 쌀도 팔고, 된장도 팔고, 멸치도 팔고, 장뇌삼술, 들쭉술, 들쭉와인도 판다. 그리고 또 이것저것……. 평택 쌀이 어떻게 지은 쌀인가? 농수로에 시멘트를 퍼부어 물을 댈 수 없어 건답직파라는 농법으로 마른 땅에 그대로 모를 심었다. 철조망을 두르고 군인들이 지키는 논에 저 벼들이 내 목숨이라며 끝끝내 들어가 가꾸어 거둔 것이다. 다른 작물들 또한 마찬가지.


이왕 사야할 게 있다면, 평화도 함께 지키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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