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법안이 날치기로 처리되었다. 말로는 ‘비정규직 보호 법안’이라 하지만 뜯어보면 그것은 사용자들이 더욱 자유로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쓸 수 있게 하는 근거를 만들어준 것에 다름 아니다.


‘합리적 이유 없이 불리하게 처우’ 해서는 안 된다고 하는 그 조항은 결국 어떤 식으로든 ‘합리적’ 이유만 만들어 댄다면 불리한 처우를 해도 된다는 것을 보장해줄 뿐이다. 비정규직 채용 2년이 지나면 정규직으로 고용해야 한다는 조항 또한 결국 사용자들이 2년마다 한 번씩 비정규직 노동자를 자르게 하는 일만 낳게 할 것이다.


보호 법안이라는 허울을 내세운 이 법안은 결국 지금껏 파행적으로 이루어진 비정규직 채용을 이제는 법의 보호 아래에서 마음껏 활개 칠 수 있도록 보장해준다.


마음대로 깎아 내리고, 마음대로 주무르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잘라버릴 수 있게 하는 법. 점점 거꾸로 치닫고 있다. 너무나도 잘 짜인 계급사회로.

하지만 어쩌면 우리는 받아들이고 있는지 모른다. 경쟁과 생존의 압박에 조이는 삶 속에서 당연하다는 것으로, 혹은 어쩔 수 없는 것으로. 심지어는 그걸 인정하고 택하고 있지는 않은지. 나는 아직 비정규직이 아니니까, 그래도 우리는 살만 하니까, 설마 우리 아이가 비정규직이 되기야 하겠나……. 우리 아이 대학은 갈 수 있겠지, 대단한 출세야 못한다 하더라도 설마 그 아이가 비정규직이 되어빌빌거리지는 않겠지…….


비정규직 보호 법안은 거짓말이다. 근로기준법마저 짓밟는 자본가 보호 법안이다. 안 된다, 정말 안 되는 일이다.

사진은 영화 <밥꽃양>의 마지막 장면,

흐르는 음악은 영화에서 나오던박창근 님의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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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냉이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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