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포

냉이로그 2006. 12. 8. 16:28

문 앞에 놓인 조그만 상자 하나. 무엔가 보니 며칠 전 내가 안동으로 보낸 소포 꾸러미 그대로다. 그걸 그대로 되돌려 보내신 건가, 며칠 전 전화로는 그 안에 무슨 폭탄이 있나 싶어 안 열어 보려 했다시며 우스갯 말씀을 하기도 했지만 그러시지는 않았을 텐데……. 보내고 받는 이의 주소만 바뀌어 있는 그 상자를 들어보니 아주 가뿐하다. 적어도 그것 그대로 되보내신 건 아니구나. 가지고 들어가 상자를 열어보니 스웨터 한 벌과 목도리 하나가 나왔다. 그리고 할아버지 목소리를 닮은 힘없는 글씨의 편지.


“기범아, 손고샅(좁은 골목) 할머니가 딸네 집에 갔다가 버린다는 옷을 잔뜩 가져 오셨다. 그 중에서 최고 좋은 쉐타를 보낸다. 좀 아깝지만 할 수 없지. 남 주는 것 나쁜 것 줄 수는 없지 않니. 밤에 자다가 오줌 싸지 말고, 주인집 하고 싸우지 말고, 사이좋게 살아라.”

입어 보니 몸에 꼭 맞는다. 아, 따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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