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드앤 프리덤

냉이로그 2006. 12. 10. 12:13

스페인 내전, 아니 프랑코 파시스트에 맞선 스페인 혁명을 배경으로 한 켄 로치 감독의 영화 <<랜드앤 프리덤>>을 보았다. 엊그제던가, 팔레스타인 평화연대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다다 님이 쓴 글을 보고는 봐야겠다, 싶었던 것이다. 영화를 보기 전그글을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먹먹했다. 아마도 학생 시절을 되돌아보며 말했을‘한없이 부끄럽지만… 다짐했던 시절, …… 지배했던(아니, 그랬다고 믿고 있었던) 시절’에 대한 몇 줄 글은 이미 내 가슴을 치고 가는 듯 했다. ‘사상을 학습한 것이 아닌, 사상을 살아내는 사람들’을 생각하는 것.

그리고는 영화를 보았다. 몇 자적는다는 게영화를 보고 난 느낌이라기 보다는 다다의 감상에 대한 덧글 정도가 되어 버린 것 같다.하지만, 그가 이미 대신 다 말해주고 있지 않은가.

컴퓨터에 앉아 영화와 관련한 글 몇 개를 더 찾아 읽으면서 조지 오웰의 <<카탈로니아 찬가>>와 헤밍웨이의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나>> 들이 보고 싶어졌다.그리고 같은 감독의 영화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도.


인터내셔널가 - <<랜드앤 프리덤>> 중에서

-------------------------------------------------------------------------------------

1. 팔레스타인 평화연대 자유게시판에 쓴 다다 님의 글 [원문보기]


어쩌다 보니 위 두 영화를 각각 두번씩 보게 되었다.

내가 열광하는 형식과 내용의 영화는 아님에도 불구하고.


기억나는 건, 10여년전 96년인가 97년인가.

최루탄 냄새와 그 냄새의 매캐함을 떨쳐내려 피워대던 담배연기가

몸에 끈끈하게 배어 있었던 시절.

지금 생각해보면 한없이 부끄럽지만, 현장노동운동을 하겠다고 다짐했던 시절.

수많은 맹세들과 지키지도 못할 결의와 동지들에 대한 무한한 책임과,

혁명과 같은 말들이 나의 전부를 지배했던(아니, 그랬다고 믿고 있었던) 시절.

그러던 어느 날, 집에 들어오는 길에 비디오가게에 들러 랜드앤프리덤을 빌려왔드랬다.

기억나는 건, 그러니까

귤이나 까먹으며 모로 누워 한쪽 팔을 한쪽 귀에 괴고 불량한 자세로

설렁설렁 보고 있다가

전투중 사망한 POUM 멤버의 장례식에서 동지들이 인터내셔널가를 부를 때,

나도 모르게 스르르 몸을 일으켜 엄숙한 자세로 앉게 되더라는 것.

딱 그것만 생각이 난다.


지난 10월 스페인 여행중에 극장에 들러 '보리밭'을 보았다.

관객은 나, 백수로 보이는 어떤 청년, 그리고 영국식 액센트를 쓰는 노부부 이렇게 총 4명. 영화를 보는 내내 우리 네 명은 서로의 한숨과 한탄, 훌쩍이는 눈물까지 모두 공유했다.


영화를 보기 전엔 '순교와 고문에 대한 박물관'에 들렀었다.

종교적 이유로 순교한 자들이 당한 갖가지 고문방법들이 전시되는 곳이었는데,

16세기, 신에게 자신을 바치기로 결심한 평범한 한 여성이

자신에게 반한 한 귀족 남성의 구애를 끝까지 거절하다

두 가슴 양쪽이 모두 산채로 잘려나가는 형을 당하고 죽어가는 모습을 보았다.


흐릿한 흑백 사진의 그 여성 앞에서 나도 모르게 무릎을 꿇고 성호를 그었다.


끝까지 신념을 지키는 자들에 대한 여전한 존경과 경외가 내게 아직 남아 있었다니.

사상을 학습한 사람들이 아닌, 사상을 살아내는 사람들.

이 세상 어두운 어느 한 구석이라도 밝게 만드는 길에 너 얼마나 네 힘 보태고 있는가,

그 길에서 너 얼마만큼 멀리 가 있는가. 적어도 그날 하루는 순교한 여성과 '보리밭'의 데미안이 이런 질문들로 하루종일 나를 괴롭혔다.


지난 모임, 누리, 클작가와 함께 랜드앤프리덤을 다시 보았다.

켄 로치는 '보리밭'에서는 아일랜드 독립투쟁의 동지들이 서로 갈라지고 급기야 죽이기까지 하는 분파 갈등에 대해서, '랜드앤프리덤'에서는 좌파 안의 스탈린주의에 착목한다.


켄 로치는 흔히 좌파감독이라고 간단히 불리지만, 이 사람 영화는 좌는 좋고 옳은 것이요, 우는 사악하고 부당한 것이라는 도식과는 한참 멀다. 오히려 좌파가 권력화되었을 때 얼마나 더 무서워지고 악해질 수 있는지에 대해 말하고 싶어하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이런 저런 지난한 방황 끝에 남은,

조금도 양보할 수 없는 하나의 생각이 있다면,

그건 권력은 부패한다는 것.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는 거다.


아이고, 나머지는 낭중에 써야겠다.

점령촌 발제문 여적지 안 썼는데, 벌써 10시 40분이네.

흑흑.

2. 팔레스타인 평화연대 자유게시판에 쓴 미니 님의 글 [원문보기]

여러분에게는 멋진 자동차와 돈 많이 버는 직업을 갖는 것 말고 죽어서도 간직하고 싶은 소중한 꿈이 있나요? 만약 누군가 여러분에게 수 십 만을 죽음으로 몰고 있는 미군에 맞서 이라크에서 직접 총을 들고 싸우는 것이 어떻겠냐고 하면 여러분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그런 일은 하지 않겠다고 하신다면 하지 않는 이유가 그럴 필요를 못 느껴서입니까, 아니면 타인을 위해 자신의 몸을 던질 용기가 없어서입니까?


[랜드 앤 프리덤]은 스페인에서 파시스트 군의 공격을 막고 공화국을 지키기 위해 싸웠던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흔히들 스페인 내전이라고도 부르는 사건이지요. 스페인 내전은 우리에게 새로운 이야기를 전해 줍니다. 자기가 살고 있는 지역이나 국가가 아닌데도 영국, 프랑스, 독일, 미국 등 세계 각지의 사람들이 인간의 이상과 공화국을 지키겠다고 직접 참전한 거죠. 그리고 이 영화는 이상을 위해 모였지만 어제의 동지들에게 억압 받아야만 하는 불행도 보여줍니다.


아무튼 역사적으로 보면 스페인 내전에서 파시스트들이 승리 합니다. 공화국을 지키고 혁명을 이루겠다는 꿈들도 무너지고 수많은 사람들이 학살당합니다. 그런데 과거 스페인 내전의 역사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소수의 부자와 권력자들을 위해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을 죽음의 바다로 만들고 있는 부시와 미군이 스페인 내전 때와 비교하면 프랑코와 파시스트 군이 되는 거죠. 그리고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스페인 내전 당시 국제주의자들과 같이 출신 국가나 민족에 관계없이 무엇이 정의이고, 무엇이 사람됨을 실천하는 길인지를 찾고 있습니다.


참, 여러분들은 ‘혁명’이라는 말을 들으면 어떤 생각이 떠오르나요? 무서운 말이라구요?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우리의 하루하루가 혁명입니다. 매일 같이 어제의 세포들이 죽고 새로운 세포들이 오늘의 나를 만들죠. 새로움을 향한 변화가 바로 혁명인 겁니다. 내 몸을, 내 마음, 내 삶을 혁명하지 않으면 우리는 언제까지나 어제 모습으로 정체되고 죽어있을 것입니다. 꽉 막히고 고리타분한 생각을 벗고 자유로워질 수 있는 것, 마치 운명의 굴레처럼 우리를 옥죄는 사회적 압력으로부터 당당할 수 있는 그 순간 우리 삶의 혁명은 시작됩니다. 혁명을 두려워하지 마세요. 혁명을 꿈꾼다는 것은 내가 아직도 생생하게 살아있다는 증거입니다.


스페인 내전과 관련된 글로는 조지 오웰의 [카탈로니아 찬가]나 헤밍웨이의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가 있을 거구요, 켄 로치의 영화를 더 보시려면 [빵과 장미]나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도 좋을 겁니다.


3. [Cinema Blues 님의블로그 글 링크] 켄 로치 | 랜드 앤 프리덤

-영화의 배경이 되는 스페인 혁명 과정의 내전에 대해, 그리고 영화를 보며 놓치기 쉬운 대목들을 잘 살펴 써준 글이다.조금 긴 글이어서 바로 옮기지는 않고 걸어두기만 했다.

'냉이로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라크 관련 기사 모음(2006. 11. 29~ 2006. 12. 14)을 읽고  (1) 2006.12.14
메일과 엽서  (1) 2006.12.12
소포  (1) 2006.12.08
이 아이들에게도 크리스마스를  (1) 2006.12.05
권정생 선생님  (4) 2006.12.03
Posted by 냉이로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