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일과 엽서

냉이로그 2006. 12. 12. 12:55

1.메일



문 신부님에게 메일이 왔다. 마음이 많이 약해지셨다 하는 신부님의 첫 말씀 앞에서 끝까지 읽어내려가기가 너무 힘들었다. 세상 사람들이 이제는 대추리를 잊어가는 것 같다고, 찾아오는 이들도 뜸하고, 830일 째 접어드는 촛불 자리의 불꽃도 잦아드는 것 같고, 주민 분들 또한 마음이 많이 흔들리는 것 같다시며, 이제 끌려갈 일도, 황새울의 들판이 파헤쳐지고 전쟁 기지로 덮이게 될 날도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다시는…….


그래, 지난 9월 또 한 번의 전국 순례를 마치는 시청 앞 집회 뒤로 평택의 소식은 언론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그나마 한겨레21이 주마다 담아주는 기사가 하나 있다 할 뿐. 겨울은 다가오고 있고, 차가운 날씨보다 더 매서운 불안과 고립의 바람이 황새울 들녘을 휘감아 들고 있겠지.


신부님께 무어라 답 메일을 써야 할지 몰라 한참이나 손을 놓고 있었다. 글쎄, 고작해야 나는 입으로 때우는 힘내시라는 말 몇 마디를 쓰고 말았는가, 아니면 불안에 절망을 더해드리기만 할 약한 마음을 그에 담았던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라 고개를 떨구고 있다가 고작 한 것이라곤 평택범대위 홈페이지에 올라 있는 엽서 그림 파일 몇 개를 다운 받았다. 수감되어 있는 김지태 이장님께 보낼 엽서와 청와대로 보낼 엽서의 본이 되는 파일들.

2. 엽서

청와대로보내는김지태 이장님 석방 촉구 엽서 앞면과 뒷면



안양구치소 김지태 이장님께 보내는 엽서 앞면과 뒷면



(엽서들 원본 파일을 받을 수 있는 곳 배너)

3. 노래

문정현 신부님의 연설 내용으로 조약골 님(http://blog.jinbo.net/dopehead/)이 글을 쓰고 곡을 붙여 만든 노래 <평화가 무엇이냐> 이다. 여러 자리에서 이 노래를 듣기도 했고, 다른 녹음 버전으로도 듣곤 했는데, 문 신부님 연설 장면이 전주 앞 부분에 나오는 이 파일은 처음 듣는 것 같다. <평화가 무엇이냐>는 조약골 님이통기타로 부르는 것, 초희 님의 피아노 편곡 반주에 맞춰 부르는 것, 실버라이닝이 랩 버전으로 편곡해 신나게 부르는 것 어느 하나 뺄 것 없이 저마다 참 좋다.


문정현, 조약골 작사

조약골 작곡

공장에서 쫓겨난 노동자가 원직복직하는 것이 평화

두꺼비 맹꽁이 도롱뇽이 서식처 잃지 않는 것이 평화

가고 싶은 곳을 장애인도 갈 수 있게 하는 것이 평화

이 땅을 일궈온 농민들이 (더이상) 빼앗기지 않는 것이 평화

성매매 성폭력 성차별도 더이상 존재하지 않는 세상

군대와 전쟁이 없는 세상 신나게 노래 부르는 것이 평화


배고픔이 없는 세상 서러움이 없는 세상

쫒겨나지 않는 세상 군림하지 않는 세상


공장에서 쫓겨난 노동자가 원직복직하는 것이 평화

두꺼비 맹꽁이 도롱뇽이 서식처 잃지 않는 것이 평화

가고 싶은 곳을 장애인도 갈 수 있게 하는 것이 평화

이 땅을 일궈온 농민들이 빼앗기지 않는 것이 평화

성매매 성폭력 성차별도 더이상 존재하지 않는 세상

군대와 전쟁이 없는 세상 신나게 노래 부르는 것이 평화


배고픔이 없는 세상 서러움이 없는 세상

쫒겨나지 않는 세상 군림하지 않는 세상

빼앗긴 자 힘없는 자 마주보고 손을 잡자

새세상이 다가온다 노래하며 춤을 추자


평화가 무엇이냐 / 초희 피아노 편곡, 조약골 노래


원곡 '조약골

편곡 'core

작사 '문정현·조약골 + buzz (중간 랩 부분 권정생 선생님 글 인용)

노래 실버라이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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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덧붙여서 쓰는 글 (2006. 12. 13. 21:06)
오늘 뉴스를 보니 용산주한미군기지 이전 완료를 2008년에서 2013년으로 늦출 거라는 정부 발표가 있었다. 텔레비전에 잠깐 흘러가는 뉴스를 보면서, 그나마 다행인 것인가 싶은 마음이 들었는데 관련 기사들을 찾아보니 국방부에서 말하는 2008년 완공 계획은 애초부터 이루기 어려운 거였다 한다. 미군 측이 제시할 시설종합계획이 늦춰지고 있는 데다가 워낙 공사가 방대한 점 등 여러가지 문제들로 인해서.... 그렇다면 당장 땅을 마련하는 것이 급한 것도 아니었을 텐데, 군대까지 들어가 주민들을 쫓아내려 하고 있었다는 것은 더욱 어처구니 없는 일이 아닌가. 게다가 다음 주에는 나머지 빈집 50여 호에 대한 강제철거를 할 거라 하니, 그네들에게는 주민들을 쫓아내는 것만이 목표인가 싶을 정도다.
어쨌든 미군기지 옮기는 것과 관련한 두 나라의 협정을 달리 바꾸게 된다는 것은, 평택미군기지 이전 뿐 아니라 주한미군 재배치와 관련한 협정에 대한 전면 재협상의 물꼬를 틀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지는 않을까. 물론 재협상을 하게끔 더 많은 힘을 모아갈 수 있다면 말이지.
어찌했던 김지태 이장님은 바로 석방해야 한다. 계획조차 바뀌어 가는 마당에 빈집 철거는 당장 그만 두어야 한다.
(관련기사와 논평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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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냉이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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