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래

냉이로그 2017. 4. 5. 09:58

 

 달래가 예쁘게 나온 사진을 찾는데, 전화기 안에는 순 감자와 품자 사진들 뿐이네.

 

 

 고맙다는 말이야, 해도해도 모자랄.

 

 

 이번 달 글과그림에 달래도 나도 아주 민망해하는, 그런 글이 하나 올라있다. 달래는 얼굴이 빨개져서 펼쳐보지도 못해. 실은 책에 실린 이 글을, 탄핵 인용이 되던 그 다음 날 아침에 받아 보기는 했다. 재동이 아저씨가 페이스북에 썼다는 그거를, 동철이가 사진 화면으로 캡쳐해서 텔레그램으로 보내준 거. 우린 둘 다 페이스북이라는 걸 하지 않으니, 볼 수가 없을 테니, 동철이도 그 글을 보고선 반가운 마음으로 보내주었던 거.

 그때도 달래는 휴대폰으로 보내준 그거를 보면서, 이런 걸 뭘 다 쓰고 그러냐며, 얼굴이 붉어져.

 0310, 품자의 첫돌이었고, 헌법재판소의 탄핵이 인용되던 날. 그 다음 날이던 토요일 저녁이던가, 광화문 촛불 축제를 즐기던 병수 아저씨에게 전화가 걸려와. 그 사이에도 아저씨는 몇 번이고 전화를 걸어 고마운 마음을 전하긴 했지만, 정말 기뻐하는 목소리였다. 그날, 누군들 그러지 않았을까. 고생했어요, 아저씨. 누구 할 것 없이, 우리 모두, 정말 고생 많았네요. 아저씨가 평생을 싸워온 그 시간들, 그 싸움들이 차곡차곡 쌓이고 쌓여온 거겠지, 그동안 우리가 흘려온 눈물과 눈물이 차고 넘쳐 끝내 이뤄낸 거겠지.

 그 시간 병수 아저씨 곁에는 재동이 아저씨가 함께 있는 모양이었고, 수화기 너머에선 병수 아저씨 목소리에서 재동 아저씨 목소리로 바뀌었다. 냉이, 달래, 감자, 품자를 하나하나 부르며 기쁨에 겨워, 목소리에서도 어깨춤이 묻어나오는 것 같아.

 아마 그날, 광화문 축제의 자리에서 병수 아저씨가 재동이 아저씨에게 얘기를 했나 보다. 그리고 그걸 재동 아저씨는 병수 아저씨 허락을 얻어 페이스북에 올렸다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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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냉이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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