곁에 서다

냉이로그 2017. 3. 29. 06:26

 

 감자품자네도 벌써부터 공연보러 갈 준비를 하고 있어. 금요일 비행기표를 끊어 부우우우웅, 그날 밤은 인천으로 가서 자고, 담날인 토요일 세 시 첫 공연을 보려 해. 그 다음 공연이 저녁 일곱 시일 건데, 그 공연 보고나서도 계속 거기에 있겠지. 감자는 요즘 들어 "예준이! 하준이!" 말을 얼마나 잘하는지. 그러니 공연 끝나고 대기실에 있거나, 공연장 언저리 어디쯤에서 다음 공연을 준비하는 동안, 감자랑 품자도 언니형아들 틈에 끼어 거기에 함께 있으면서 ㅎ

 

 

 혹시 감자는 일곱 시에 시작할 공연을 한 번 더 보고 싶어할까? 그렇담, 한 번 더 보는 것도 좋아! 다만 깜깜한 공연장 안에서 품자가 그 오랜 시간을 두 번이나 있을 수 있을까, 그게 걱정이긴 한데, 암튼 공연이 아니더라도, 출연자 대기실 뒤에서라도, 그것도 아니면 공연장 언저리에서 내내 함께일.

 아무래도 그 담날, 일요일에는 공연장에 가서 인사를 하고 올 시간이 될 것 같진 않으니 토요일엔 하루종일을 공부방 언니형아들이랑, 이모삼촌들이랑, 공연장을 놀이터 삼아, 그렇게 ^ ^  

 

 

 

 이야아아, 이 포스터! 큰이모가 카톡으로 보내준 걸 보며 얼마나 멋지던지. 액자를 짜다 걸어놓고 싶을 만큼.  공부방에서 보내온 포스터와 초대권을 받아, 비록 액자까지는 맞추지 못했지만, 거실 한 쪽에 붙여놓으니 집 안 공기마저도 바뀌는 것 같아. 

 게다가, 감자는 이 포스터를 볼 때마다 "예준이! 하준이!" 하면서 친구들의 뒷모습을 가리켜.

 "그래, 감자야. 이제 열밤만 지나고 나면, 예준이랑 하준이 만나러 가자. 언니형아들이 준비한 공연도 보고, 이모삼촌들 만나러, 비행기 타고 슈우웅, 서울에 가자!"

 

 

 

 30년이 되었다. 그러고보니 팔칠 년, 그로부터 삼십 년. 광화문의 촛불항쟁을 이야기할 때마다 팔칠년 유월항쟁에 견주는 얘기들이 있곤 했는데, 그게 꼭 삼십 년이구나. 이한열의 삼십주기, 래전형의 삼십주기, 그래서인지 올 해는 삼십주기가 유독 많이 놓여있는.

 삼십 년 주기로, 격변이 온다는 얘기를 어디선가 들은 일이 있었는데, 팔칠년, 그리고 이천십칠년, 그 다음은 이천사십칠년이 되겠는가. 그렇담 그때는 정말 혁명이라도 일어날 수 있겠는가. 하기 나름이겠지. 지금부터 삼십 년을 또 어떻게 싸워가는지, 어떻게 준비하고, 어떻게 살아낼지, 그 시간들에 달려 있겠지.

 기차길옆공부방의 삼십 년. 서른 살이 될 때까지 그 얼마나 가슴아픈 일들이, 눈물겨운 싸움들이 있었을지, 조금은 알기에, 삼십 년이라는 그 숫자가 아득하게 여겨지기도 해. 숱하게 흔들리고 휘청이면서도, 끝내 만석의 그 골목을 떠날 수 없던, 그 가난한 마음들, 가난한 삶들.

 

 

 

 이번 공연 제목은 재작년 나왔던 책 제목하고도 같으네. 기차길 큰이모를 비롯해 노래하는 이발사, 거리의 변호사, 반올림 활동가, 파견미술 나무망치 같은 각 분야의 활동가들이 인권재단에서 강연한 이야기들을 모은.

 '곁'이라는 말, 그 얼마나 소중한가. 곁이 된다는 것, 곁에 선다는 것, 그 곁을 떠나지 않는다는 것.

 

 

 언제쯤이었더라, 내가 한참 힘없이 지친 모습을 보일 때, 아이들 모습 보며 힘내라고 이모가 보내준 사진들이 있어.

 

 

 

 이건 오늘 저녁(2017. 03. 31)에 찍었던 거. 감자가 포스터를 보면서 예준이, 하준이를 가리켜 ^ ^

 

 품자도 소파 위에 기어오르더니 형아 친구들 사진을 한참이나.

 

감자가 포스터 안 사진을 보며 손을 흔들어. "하준아, 예준아 곧 만나자 ~ 인천에 가서 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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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냉이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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