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촛불 0226

냉이로그 2017. 2. 27. 17:22

 

 감자네 집 마당에도 매화가지에 꽃들이 소복소복 매달리고, 목련 봉오리도 아기 주먹만큼 커져 있어. 이젠 터뜨릴 날만 남았는 거니, 봄이 코 앞에 와 있는 건지. 그래도 바람이 세거나 하늘이 어둘 때면 봄은 아직이다 싶다가도, 나무에 매달린 아기 꽃들이며 아기 봉우리들을 보면 봄이 오긴 오는구나 싶어.

 설 연휴를 지나면서 주말마다 눈이거나 비, 찬 바람이 몰아대어 몇 주 동안은 감자하고 둘이서만, 혹은 근이 형아까지 셋이서만 촛불 마당에 나가곤 했다. 그러다가 지난 주엔 달래도 함께 가자며, 품자를 안고 차에 같이 올라. 달래와 품자가 함께 하니 감자도 나도 마음이 더 좋아. 감자랑 둘이서만이래도 좋지만, 역시 품자랑 달래랑 다 같이 완전체로 함께 할 때가 기운도 더 나고, 더 즐거워.

 

 

 감자도 엄마랑 함께 있으니까 이렇게나 좋아라.

 

 

 

 이날은 그동안 촛불마당에 나가던 그 어느날보다 아는 사람들도 참 많이 만났네. 아빠가 다니는 회사의 본사가 있는 빌딩 관리소장 아저씨. 벌써 촛불광장에서만 대여섯 차례 만나곤 했는데, 이날도 또 만나. 아! 집회를 마치고 나오던 길에는 아빠 다니는 회사의 토목기사 한 사람이 멀리서 아빠를 알아보고 인사를 해오기도 했네. 작년 일 년동안 회사를 다니면서, 전체 종무식 때 멀찍이에서 딱 한 번 본 일밖에 없어서 아빤 기억을 하지 못했는데, 어떻게 알아보고 인사를 해주던. 답답하기만 한 회사 생활에, 그래도 그 촛불의 자리에서 회사 사람을 만나니, 여느 지인을 만나는 것하고는 또다른 반가운 마음이.

 

 

 강정마을에 가면 만나곤 하던 들꽃 이모. 이날은 돌고래 옷으로 뒤집어 쓰고 나타나서, 감자야~ 하고 쫓아와주었지 모야. 촛불마당에 가면 모니모니 해도 매번 만나는 강정식구들. 이날도 할아버지 신부님이랑 안나이모야랑 혜영이모, 반디이모까지 모두모두 만나 인사를.

 

 

 행진을 하고 있노라니, 라다이모야를 통해 알게 된 송당의 천삼백케이 이모삼촌들이 곁에 와 있었고, 또 정신없이 걷다보니 승민 삼촌이랑 선경 이모야의 반가운 인사.  행진을 마치고 3부 집회를 시작하려 자리를 잡을 때는 선자이모야네 다섯 가족이 감자네랑 나란히 앉아. 어머나, 이날은 왠일인지, 그동안 제주에서 알고 지내오던 다양한 인연들을 만날 수 있어 더 좋았지 모야 ㅎ  

 

 

 게다가 3부 무대 위에는 오래전부터 아빠가 좋아해온 '유기농펑크가수' 사이 삼촌이 무대에 올라와. <<작은책>> 시절부터 알음알음으로 알아, 저항음악이라는 게 이렇게까지 신나고 유쾌할 수 있다니! 를 느끼게 해주던 깊은 성찰의 재미난 노래들.  

 

 

 사이 노래는 한 때 여기에도 꽤나 많이 올리곤 했떠랬는데, 엄마는 처음 듣는다며 빵빵 터지면서 노래를 들어. (달래에게 외면받는 냉이로그 ㅠㅠ) 

 

 

 엄마랑 품자도 다 같이, 감자품자네 네 식구가 다 같이 함께여서 더 좋았던 주말의 촛불. 반가운 얼굴들을 더 많이 만나서 더 좋았던, 집회 무대마저도 흥겹고 유쾌해서 많이 웃을 수 있던.

 

 

 2월 25일이었다. 헌재의 마지막 심리를 앞두고 있던 주말. 이날도 전국에선 백만을 넘었다던가. 봄이 오기는 오려는가. 탄핵이 인용된다 하여 그 봄은 과연 우리의 봄일 수 있을까. 우리가 웃을 수 있는 봄, 우리의 평화가 될 수 있을까.

 

 이 촛불의 계절을 지나는 동안 우리의 봄, 우리의 평화는 얼마만큼이나 가까워진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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