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 1210

냉이로그 2016. 12. 12. 17:26

 

 지난 한 달 반 시간은 드라마였지만, 가결되던 그 순간엔 그닥 드라마를 느끼지 못했다. 지난 주말을 지나면서 어느 정도 예견을 하게 되었기 때문일까, 아님 나 자신은 그렇게까지 절박한 심정이 아니었기 때문일까, 또는 요즘 일하는 현장들에 너무 정신이 없어 그 감격을 제대로 느끼지 못했기 때문일까.

 오후 세 시부터 네 시 사이. 서울에선 국회 앞 인간띠를 이룰 무렵, 제주 시청 앞으로 나가 거기에서 그 순간을 기다려야 할까, 아무래도 축배를 드는 건 그 순간이어야 할 텐데, 다음 날 있을 주말집회까지 미뤄두어서는 그 기쁨이 반감할 텐데. 현장 일들을 최대한 일찍 마무리짓고, 일찌감치 집으로 들어갔다. 아마도 가결, 혹은 부결이 되더라도 그 순간 시청 앞 광장으로 나간다면 당연히 감자 품자랑 나가야지, 싶은 마음.

 

 

 하야촛불이 시작되고 감자는 지금껏 개근을 찍고 있었으니, 감자에게 그 기쁨을,

 

 

그 주말들을 거치며 일곱 달박이에서 아홉 달박이가 되고 있는 품자와 함께 그 순간을.

 

 

 하지만, 그것도 어쩜 아빠의 욕심일 수 있는 거고, 광장으로는 담날 주말집회에 나가기로 하였다. 그대신, 그 순간 술친구를 찾던 나명삼촌이 감자품자네 집으로 찾아오기로 해. 아무래도 술 한 잔은 해야잖겠나!

 

 

 하룻밤을 참고, 그러고 나서 다시 나간 시청 앞. 우리는 웃었다. 마음껏 기뻐하되 아직 취하긴 이르다며, 훈장질을 해대는 얘기들이 많았지만, 그러나 즐길 때는 제대로 즐기고 싶어. 나야 개인적으로, 이날이 아니더라도 제대로 노는 거야 말로 최고의 저항이라 늘 생각하고 있었으니. 그래서 시청 앞 무대가 살짝 아쉬웁긴 했지만, 어쩌랴 매번 판을 준비해왔을 비상행동으로서도 최선을 다했을 텐데.

  이날 집회에선 영화 이모야랑 내내 발을 맞추고, 아빠가 회사에서 사수처럼 의지하고 기대던 여덟 살 아래 동생이 내내 함께였어. 늘 만나오는 사람들이지만, 이 광장에서 만나면 어쩐지 더 애틋해져오는 마음. 조그만 종이컵 조명이 얼굴을 더 예쁘게 비추어 주어 그런 걸까 ㅎ 

 

 

 품자야, 고생 많았어. 그 추운 날들, 담요에 꽁꽁 싸매고 그 길바닥으로 나가면서, 마음 한 편으로 아가에게 얼마나 미안하던지. 하지만 그 촛불로 가득한 꽃밭, 별빛이 되어 빛나던 그 마당에 품자를 안고 함께하고 싶었단다. 아기장수 우투리 얼굴로, 아기촛불이 되던 그 시간들.

 

 

 지금도 뉴스 화면에서 광장의 촛불 장면들이 지날 때면 어깨를 들썩이며 눈을 반짝이는. 훗날 감자와 함께 이 시간들을 어떻게 떠올리며 얘길 나누게 될까. 감자에겐 어떤 기억으로 남게 될까. 감자 앞에서 아빠는 삶의 촛불을 어떻게 지키며 살 수 있을까. 감자야, 우리가 진정 꺼뜨리지 말고 보살펴야 할 건, 그 광장에서만이 아니라 하루하루 살아가는 날들 속에, 촛불의 조그만 불씨, 그걸 가꾸어 가야 한다는 걸.

 

    윤민석 글, 곡

 

 

 이날 집회를 마치며 모두 함께 부르던 노래. 반주도 없이 어린아이의 여린 목소리로 시작하던, 그러고는 몇 번이고 되풀이되던.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

거짓은 참을 이길 수 없다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

우리는 포기하지 않는다

 

 돌아오는 내내 달래는 이 노래를 다시 부르고, 또 부르고. 집에 돌아와서도 유튜브로 찾아 오디오에 블루투스 연결을 해두고는 부르고 또 부르곤 했다. 그 단조로운 노랫말과 멜로디, 하지만 되풀이할수록 자꾸만 울컥하게 하여 눈물이라도 터질까 꾹 참게 만들곤 하던. 이튿날이던 일요일 아침에도 이 노래를 다시. 그래 언젠간 감자와 품자도 노래를 배워할 수 있게 되면은 엄마아빠랑 함께 불러보자. 생일이라고 케잌에 촛불을 켜놓고도, 크리스마스날이거나 무슨 날 케잌에 촛불을 켜거나 할 때도, 그때마다 우리 식구는 이 노랠 부르자.

 

 

 아아, 이 사진 ^ ^ 광화문에 만들어 갔던 감자촛불을, 그 뒤로도 제주집회에도 들고 나가 밝히곤 하는데, 이 왕종이컵 때문인지, 감자를 안고 있어서인지, 이따금 사진을 찍어가곤 한다. 이날도 묵직한 카메라 든 사람들이 몇 번이고 셔터를 눌러가곤 했는데, 그 중 한 사람이 이메일 주소를 받아가서는 담날 보내준 거.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

 

 

   거짓은 참을 이길 수 없다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

 

 

 

   우리는 포기하지 않, 는,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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