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안녕

감자로그 2016. 8. 24. 11:54

 

 

 

  이 후더움에 대고 여름 안녕, 이라 하기에는 섣부른 것 같지만, 밤에 나와 난닝구 바람으로 마당에 서면 확실히 다르기는 하다. 노랑에 빨강을 더해 붉은 빛깔로 선명한 달빛, 풀벌레들 울음, 난닝구 사이를 스미는 서늘한 밤공기.   

 

 

 

 팔월 둘쨋주, 광복절이 있어 짧은 연휴가 되던 주말. 라다 빵군네가 바다에 한 번 더 나가자 하여 함께 나간 곽지 바다. 땡볕을 피해 해가 저무는 오후 너댓 시 쯤 나갔는데도 물에 빠져 한참을 놀았다. 라다와 빵군이 아가들을 돌보아주니, 달래도 나도 번갈아가며 바다에 풍덩풍덩 빠져들 수가 있던. 확실히 곽지는 금능보다 파도가 세고 거칠어. 그래서 처음에는 감자가 바다에 들어갔다가 다시 들어가기를 겁내어 하더니, 번쩍 안아들고 저 깊은 곳으로 들어가고나니 나중에는 감자가 나오기를 싫어하네.

 

 올 여름 바닷물에 들어가는 건 이게 아마 마지막이 될. 

 

 

 

 

 그 다음 주말,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동쪽 바다엘 한 번 가보자며 나선 김녕 성세기. 아마 그 주말 아침 마당에 나가보았더니 하늘이 아주 맑아, 햇볕이 좋았나 보다. 문득, 제주살이 첫해, 김녕으로 출퇴근을 하면서 날마다 보던 그 바다가 떠올라. 감자품자에게도 그 바다를 보여주고 싶다 했더니, 달래도 흔쾌히 좋다고 해. 그런데 제주 날씨란 참 이상도 하지, 서쪽에서 투명하기까지 하면서 파랗던 하늘이 동쪽으로 넘어가니 희끄므레해지면서 어느덧 하늘도 바다도 잿빛, 먹빛이 되어. 그랬으니 머릿속으로 떠올리던 그 에메랄드빛으로 반짝이는 풍경을 감자품자에게 보여줄 수 없었지만, 무작정 나선 그 길도 좋았다.

 

 

 

 

 

 

 

 여름은 모니모니 해도 옥수수지 ^ ^ 어느 날 하루는 집 문 앞으로 강원도 강냉이 한 박스가 배달되어 있어. 절애 오두막에서 보내온 강원도 찰옥수수 ㅎ

 

 

 

 

 

 

 

 이렇게 여름 날들이 가고 있다. 아직도 폭염이 그치지를 않아, 밤이래도 집 안은 후끈후끈, 아가들이 쉽게 잠에 들질 못해, 요사이엔 날마다 밤이면 나가곤 하는 밤산책. 

 

 

 

 품자는 먼저 잠에 들고, 잠을 못이루던 감자를 안고 아빠랑 둘이서만 나갔던 구엄리 돌염전.

 

 

 

 이렇게 밤산책을 나가다 보니, 북적이던 사람들, 번쩍이던 불빛 다 지워지고 난 원래의 풍경을 만나게 되는 것 같아. 그야말로 달빛과 바람, 풀벌레소리가 그 자리를 채우는.

 

 이날 엄마랑 아빠, 감자, 품자가 다 같이 나갔던 한담해변도 그러했네. 

 

 

 

 아직 오지 않은 가을을 맞으러, 밤마다 밤마다 이렇게 나가곤 하는 여름의 끝자락.

 

 

 

 아! 그리고 연달아 이틀밤이나 나갔던, 시내에 확 트여 있는 탑동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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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냉이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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