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감자

감자로그 2016. 7. 29. 18:08

 

 

 감자가 맞는 두 번째 여름.

 감자는 지구별에 와서 맞는 두 번의 여름을 모두 제주에서 보내고 있어.

 첫 번째 여름은 소길에서,

 두 번째 여름은 하가에서.

 

 

 

 그런데 소길에서 첫 여름을 보낼 땐 감자네 식구가 난장이공 카페를 막 시작하면서, 대부분의 시간을 난장이공 카페에서 보내었으니, 땡볕 그대로의 여름은 이번이 처음이라 해도 좋은.

 

 

 

 

 

 1. 감자네 농장 ㅋ

 

 

 

 농장은 무슨 ㅎㅎ 기껏해야 토마토 모종 셋, 고추모 여섯, 가지모 셋, 호박 셋을 심었을 뿐인, 텃밭이라기에도 부끄러운 채소 모종 몇 주. 하지만 고마웁게도 그 모종들에서 감자 팔뚝만한 가지와 감자 허벅지보다 굵은 호박이 열렸고, 고추랑 토마토는 차마 다 따다 먹지도 못하게 자꾸만 자꾸만 열리고 있어. 하하하, 감자는 아빠가 훑어온 방울토마토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날 뜨겁고, 모기는 얼마나 뜯어대는지, 솔직히 아빠는 그 일이 귀찮기만 하지만, 감자가 좋아하니 모기야 뜯어라, 방울토마토를 훑어오는 일은 즐겁기만 해 ㅎ

 

 

 

 

 

 

2. 옷가게 미로놀이.

 

 

 

 

 어느 날 하루는 엄마 옷을 사러 시내엘 나갔네. 저 멀리 차를 대놓고 옷가게를 찾아드느라 시내를 걷는데 얼마나 더운지. 길바닥에서는 열이 훅훅 올라와, 땀을 뻘뻘 흘리며 들어간 어느 옷가게. 여기엘 들어가자마자 감자는 완전 신이 나 버렸네. 감자 키보다 두 배는 높은 옷걸이들, 진열되어 출렁출렁이는 옷들 사이를 마치 미로처럼 뛰어다니며, 아무 옷이나 잡아 얼굴에 대어보고 제 몸을 휘휘 감고. 그러다가 옷갈아입으라고 설치해놓은 거울이 나오면 그게 또 재미있어서 웃음이 터져. 안돼, 감자야, 그거 만지면 안 돼. 아무리 쫓아다녀도 감자는 이 골목으로 들어갔다 저 골목으로 빠져나오며, 숨바꼭질 놀이라도 하듯이 얼마나 멈추지를 않는지.

 

 휴우, 아빠 하려면 체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더니 ㅠㅠ 감자 쫓아다녀야지, 품자 봐주어야지, 엉엉. 그래도 감자가 즐거워했고, 몇 년 만에 달래가 티셔츠 몇 장 살 수 있었으니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좋았던 ㅎ

 

 

 

 

 

 

 3. 감자네 수영장.

 

 

 

 물 좋아하는 감자에게, 마냥 물놀이를 해주고 싶어서 마련한 튜브 물통 ㅎ 굳이 이런 거까지 있어야 할까, 그냥 김장용 고무다라이 하나면 충분하지 않겠냐고 했다가, 할머니와 달래로부터 찌질한 아빠 소리를 듣고는, 한 발 물러나, 그래 기왕에 살 거면 그러지 모.

 

 

 

 

 

 

 4. 제주에서 제일 시원하다는 ㅎ

 

 

 

 칠월 어느 주말이었나, 아빤 새벽에 한라산에 올라갔다 왔을 때, 무슨 일로인가 엄마가 또치 이모야랑 연락을 주고 받아. 그랬더니 또치 이모, 나명 삼촌이 서귀포자연휴양림으로 더위를 피해 피난을 갔다던가. 그래서, 우리 감자네도 따라가도 되냐며, 물어보고는 짐을 챙겨 그리로 ㅎㅎ 아마 작년에도 나명 삼촌이 여기 얘길 했던 거 같아. 제주에서 제일 시원하다는 곳, 아무리 섬 전체에 폭염주의보가 떨어지더라도 여기만은 서늘하다는.

 

 

 

 

 

 

5. 엄마랑 치과에

 

 

 

 

 

 스무 달을 지나고 있는데, 아직 감자는 이닦는 걸 하질 못해. 감자가 못하는 게 아니라 엄마아빠가 못하는 거겠지만 ㅠㅠ 이 닦는 거야 모, 어차피 지금 있는 이빨 다 빠지고 새 이가 나올 텐데, 새 거 나오면 그때부터 잘 닦으면 되지 않을까, 하고만 있었던 거. 그런데 요사이 언젠가부터 감자가 버릇처럼 손을 입에 넣고 이를 만지곤 했는데, 혹시 이가 아파 그러는 건지.

 

 

 

 

 

 

6. 빵칼을 받아랏!

 

 

 

 

 강릉에 있다는 <빵짓는 농부>라는 빵집. 거기 빵돌이 삼촌 얘기는 건너건너서만 듣고 있었거든. 감자품자를 예뻐하는 OO 큰아빠네 ☆☆ 누나야랑 짝꿍이 되어 지낸다 하여 듣게 된 삼촌. 지난 번 OO 큰아빠가 감자네 집에 다녀간 뒤로 ☆☆ 누나야가 빵돌이 삼촌이 만든 빵을 보내주겠다고 하더니, 정말로 빵빵한 상자 한 가득 빵돌이 삼촌의 빵이 바다 건너에서 날아온 거.   

 

 

 

 

 

 

7. 배들이 길 잃어버리지 말고 이리로 오라고!

 

 

 

  도심도 아니고, 육지의 내륙도 아니건만, 열대야는 제주섬의 바닷가 마을도 피해가질 않아. 한밤중, 감자를 안고 달구경을 하러 마당엘 나가도 후욱, 하고 덥고 습한 공기가. 더위 때문에 그런지도 모르지만, 얼마 동안 감자가 밤에 잠에 잘 들지를 못했다. 아무래도 달래랑 감자, 품자 셋이 하루종일 지내는 동안, 바깥에도 나가질 못하고 집안에만 있어 그런가 싶어, 조금이라도 일찍 퇴근을 하면 어떻게든 가까운 바다로 나가.

 

 

 

 

 

 

 

8. 이번엔 진짜 해수욕

 

 

 

 감자 혼자였으면 시간이 날 때마다 바다로 나가 홀딱 벗겨놓고 놀아라! 를 했을 텐데, 아직 젖먹이인 품자가 있으니, 품자를 안고 젖을 물려야 하는 달래에게는 말처럼 그리 쉬운 일이 아니라. 아무리 그늘막 텐트를 친다 해도 그 안으로는 후끈후끈, 바닷물에 담갔다가 모래에 뒹굴다 하는 감자에게 먹을 거라도 챙겨 먹이기는 쉽지 않은 일. 물론 아빠가 일을 나가야 해서 주말밖에 시간이 없긴 하지만, 생각만큼 자주 바다에 나가 물과 모래에 몸을 뒹굴리진 못해 ㅠㅠ

 

 어느 주말이었더라, 이 날은 힘들더라도 나가서 놀자, 하는데 마침 라다 이모야랑 빵군 삼촌이 같이 가자, 하고 연락이 닿아, 달래로선 한결 마음이 가벼워져. (아빠가 바다에 나가자 할 때마다, 아기 봐줄 손이 하나라도 더 있지 않으면 달래는 자신없다 그러거든 ㅠ)

 

 

 

 

 

 

9. 이렇게 감자알은 굵어가고 있어.  

 

 

 

 이렇게 뜨거운 여름 볕 아래에서, 감자알은 단단히 굵어가고 있다. 아쉬움이라면 한참 뛰어다니고 싶고, 한참 보고싶은 게 많고, 뭐든지 궁금하고 신기해할 때인데, 바깥으로 나가 더 많은 시간을 함께 지내지 못하는 거. 제주살이에 예정도 없고 계획도 없으니, 언제나 올해가 마지막일지 모른다, 하는 마음이 늘 있으니, 집안에서만 시간을 보내기에는 아쉬움이 더 많아.   

 

 내년 여름을 다시 이곳에서 보낸다면, 그땐 품자도 감자처럼 놀기를 좋아해, 갓난쟁이라서 걱정인 거 없이, 둘이서 더 재미나게 뛰어놀게 될까?  그동안엔 감자를 품에, 품자를 품에 안느라 맘껏 다닐 수 없었지만, 그때가 되면 달래도 좀 더 자유롭게 될까? 상상만 해도 즐거운 ㅎ

 

 

 

 

 

 이렇게 감자는 이천십육년 여름, 칠월을 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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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냉이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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