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품자

품자로그 2016. 6. 20. 05:18

 

 

 벌써 백일이라니, 까마득하게 느껴지기도 하는 시간.

 

 

 감자 형아는 제대로 앉지도 못했던 기억이 나는데, 잠에서 덜깨어 내내 어리둥절한 얼굴을 짓곤 했는데, 품자 또한 어리둥절해하기는 했지만, 똘망똘망 눈빛으로 의젓하게 잘 앉아 있었다.

 

 백일이 되는 날이, 아빠는 일을 나갔다 와야 하는 금요일. 감자 형아 때야 아빠엄마가 함께 집에서 보고 있었기에, 여유있게 준비해서 해가 적당히 밝았을 오전 무렵 상을 차리고 백일을 축하했지만, 품자의 백일상은 아빠가 퇴근하고 들어와서야 그때부터 부랴부랴 차리기를 시작. 퇴근길에 떡도 찾고, 퇴근 길에 과일도 몇 개씩 장을 보고, 퇴근을 해서야 종이액자에 사진들도 꽂고, 해가 저물기 시작해서야 부랴부랴.

 

 

 

 이걸 어째 ㅠㅠ 하필이면 백일을 앞두고 띵띵띵, 모기 자국이 부어올랐다. 아기 침대를 감싸준 모기장, 그 안으로 모기 한 마리가 들어가 있었다던가.

 

 

 백일상은 저녁에 퇴근하고 나서 차린다 하더라도, 삼신할머니한테는 새벽에 인사드리자면서, 새벽 출근 전에 삼신할미상부터 차리고 인사를 해. 삼신할머니 고맙습니다, 백날동안 품자 아프지 않게, 건강하게 자라게 해주어 고맙습니다. 감자 형아를 닮아 마음이 평화로운 순한 아기, 삼신할머니 고맙습니다.

 

 

 

 

 

 서둘러 퇴근을 하고 돌아와 상을 차리기 시작했는데도, 저녁 여덟 시가 훌쩍 넘어 깜깜해지고 나서야 상을 다 차릴 수가 있었네. 여유없이 하느라 뭔가 빠뜨린 게 많은 거 같긴 하지만 그래도 정성을 다해.

 

 

 감자 형아 때는 백일상을 이렇게 차렸더랬네. 이거를 보면서야, 아아, 그랬었지, 하면서 감자 때 생각이 새록새록.

 

 

 그렇게 상을 차려놓고 백일사진을 찍기 시작~!

 

 

 품자는 어리둥절 이쪽 저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눈동자를 돌리며.

 

 

지금 이게 모하는 거야, 하는 얼굴을 ㅎㅎ

 

 

 감자 형아는 그때 더 그랬던 거 같아. 심지어는 잠에서 덜깨어난 졸린 얼굴 그대로 ㅎㅎ

 

 

 감자 형아는 앉혀줄 의자 하나 변변히 없었는데, 그래도 품자는 이렇게 몸이 쏙 들어가는 의자에 앉아서.

 

 

 방긋방긋 잘 웃는 품자지만, 이렇게 멍성을 깔고 앉혀놓으니 도무지 어리둥절하기만.

 

 

 하긴 품자보다 더 잘 웃던 감자 형아도, 백일 사진을 찍을 때만큼은 좀처럼 웃는 얼굴을 보여주지 않았으니 ^ ^

 

 

 이야아아, 드디어 사진 무대 위로 감자 형아 등장!

 

 

 솔직히 처음에는 걱정을 많이 하기도 했어. 상을 차릴 때부터 감자가 자꾸만 상에 놓는 나물이며 떡이며 과일들을 만지고 싶어하고, 주무르고 싶어하고, 온갖 저지레를 하고 싶어해서, 감자의 저지레를 뚫고 상차림을 하느라 꽤나 애를 먹었으니. 그랬는데, 품자 곁에 감자를 올려주면, 감자가 가만히 있을까, 상으로 돌진!을 하지 않을까, 불안한 마음이 있기도 하였는데.

 

 

 세상에나, 이날 품자의 백일사진찍기에서, 감자는 정말로 멋진 형아였다!

 

 

 세상에나, 짝짜꿍을 주문한 것도 아닌데, 품자 옆에 엎드려서는 손뼉을 치기 시작해.

 

 

 그러고는 일어나서 품자 곁에 앉아서는, 품자를 향한 온갖 애정공세를 ♡ ♡ ♡

 

 

 예쁘다, 예쁘다, 얼굴을 쓰다듬더니,

 

 

 엄마 아빠를 쳐다보더니 (나, 그거 해도 돼요? 하고 묻듯이 ㅎㅎ)

 

 

 맨 처음에는 발에다 뽀뽀,

 

 

 그 다음엔 볼에다 뽀뽀,

 

 

 다시 또 발에다 뽀뽀 ^ ^ (감자는 발에 뽀뽀하는 걸 너무 좋아해 ㅎ)

 

 

 다시 얼굴에다 뽀뽀.

 

 

그러고는 그동안 갈고닦은 개인기 자랑까지 ㅎㅎ 맨 처음에는 두 손을 모아 합장하기 ㅎ

 

 

 그 다음엔 흥부놀부 그림책 읽다가 흥부네가 박을 탈 때, 얼씨구절씨구 춤추는 걸 보여주었더니,

 

 

 감자도 얼씨구절씨구! 얼씨구절씨구!

 

 

 팔이 짧아서 하트 모양은 제대로 나오지 않지만, 이건 감자표 하트, 사랑해요~!

 

 

 여기서 또 한 번 빵 터지고 말았네 ^ ^ 할머니할아버지한테 사랑해요~!를 한다음에 절을 하곤 하던 버릇으로, 품자에게도 사랑해요~! 를 하고 나선 큰절을 해 ㅎㅎ

 

 

감자의 감동적인 공연이 끝나고 나서는, 할머니하고도 같이 사진을 찰칵!

 

 

 고맙습니다, 할머니. 그렇게 아프신대도, 품자 낳기 전부터 내려와 백일이 다 되도록, 감자품자를 같이 거두다시피해주신.

 

 

 이젠 엄마하고도 같이 사진을 ^ ^

 

 

 감자 형아 때는 어땠나 보니까 이런 모습이었네 ^ ^

 

 

 이젠 엄마아빠랑도 다 같이 사진을. 이 날은 너무 저녁 때 상을 차려야 했고, 따로 이웃을 초대하거나 그럴 여유가 없어서, 그냥 상만 차리고 가족끼리 사진이나 찍자는 거. 그러고 보니까 할머니가 스마트폰 사진을 찍을 줄 몰라. 가르켜드려도 자꾸만 엉뚱하게 찍거나 다른 화면으로 넘어가고 그래서, 그래도 엄마아빠감자품자 넷이 찍은 사진은 남겼으면 좋겠는데 ㅠㅠ

 

 

 우와아아, 그런데 이날은 할머니가 사진을 아주 잘 찍어주셨어 ㅎㅎ

 

 

 어어어, 수박 굴러간다 ㅋ

 

 

 품자야, 고마워.

 감자야, 고마워.

 할머니, 고맙습니다.

 그리고 누구보다 달래야, 고마워.

 

 냉이야, 너도 애썼다.

 

 어느새 백일이라니.

 

 모두모두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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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냉이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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