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십일

품자로그 2016. 4. 29. 01:00

 

 달래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품자에게는 늘 미안하다 한다. 감자가 안쓰러워, 품자가 자고 있을 때면 온전히 감자와 함께하려 하고, 품자가 깨어 있어도 품자를 안고서 눈은 감자에게 맞추어.

 

 감자 때야, 조그만 집에서 엄마랑아빠랑셋이서 다닥다닥 붙어, 어느 한 시라도 감자를 눈밖에 두고 있는 적이 없었다. 그랬으니 감자가 잠이 들어도 감자를 들여다보았고, 감자가 깨어 있으면 그 눈망울만을 쫓아. 그런데 품자에게는 그때처럼 전혀 그러지를 못해.

 

 처음엔 감자를 볼 때마다 마음이 짠했는데, 이제는 품에 안은 품자 얼굴을 내려다보면 또한 마음이 짠하다.

  

 

 품자가 우리 곁에 온지 오십 일이 되는 날이었다. 요즘은 백일사진 뿐 아니라 오십일사진도 사진관에 가서 찍는다고들 하지만, 우린 사실 품자가 오십일이 되었다는 것도, 달래와 조산원에서 같은 날 낳은 아기엄마를 통해 알았어. 조리원 애기엄마들끼리 하는 단톡에다 오십일이라, 사진을 찍으러 사진관엘 나갈 거라는 얘길 보고서야, 그러면 우리 품자도 이날이 오십 일이겠구나, 하면서.

 

 우리야 감자 때라 해도 오십일은커녕 백일사진도 그냥 휴대폰 사진기로 집에서 찍고 말았으니, 그런 기념을 할 거야 아니겠지만, 품자가 우리 곁에 온지 오십 일이 되었다 하니, 또다시 짠한 마음이 들었다. 품자에게는 자꾸만 자꾸만 미안해.

 

 그래도, 품자가 태어난지 오십일이 되는 날인데, 품자에게 어떤 선물을 하면 좋을까. 감자 때는 돌이 지나고 나서야 감자 이름으로 저 먼 나라의 친구와 자매결연을 맺어주었더랬는데, 그럼 품자에게는 오십일 되는 날, 그 신청을 하자. 감자 때는 아시아에 있는 나라 어린이로 해달라고 하여 네팔에 사는 바부(babu)라는 형아와 결연을 맺게 되었으니, 품자에게는 아프리카의 어느 나라 어린이로 해달라고 신청을.

 

 퇴근길에 떡집에라도 들러 시루떡이라도 조금 사올까, 했지만 떡은 무슨 떡. 오십 일을 지나는 간밤에도 품자는 쉬이 잠이 들지 않아 새벽까지 안아서 재웠다, 눕혔다를 되풀이, 녹초가 된 달래는 부스스한 얼굴로 품자에게 젖을 물려. 그 곁에서 나는 삶아 빤 기저귀를 펼치고 두드리고, 펼쳐다 빨랫대에 널어. 간간이 품자 얼굴을 들여다 보며, 품자야, 오늘이 오십 일 된 날이랜다, 하고 말을 건네면서.

 

 

 

 으아아아~~ 이거 되게 어렵구나. 전부터 이런 식으로 사진들 하나하나 넘어가는 걸 만들어보고 싶었는데, 그래도 이번엔 품자를 위해 이런 거 한 번 만들어봐야지 하고 손을 대보았는데, 마음처럼 멋지게 만들지는 못했네. 사진들도 잘 고르지 못한 거 같고, 보기 좋게 넘어가면서, 길이에 딱 맞추어 음악이 흐르게 하는 것도 ㅠㅠ 그래도 이만큼 한 것도 장하지 모야. ㅎㅎ 품자야, 이거 아빠가 만들었다, 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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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냉이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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