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주일 사이, 감자품자네 집엔 육지에서 큰아빠큰엄마이모삼촌누나친구야들이 줄줄이 다녀가. 일주일 사이에 네 팀이었으니, 감자 아빠는 공항으로 데릴러, 데려다주러, 다시 데릴러, 데려다주러 버스터미널을 오가듯 공항을 쫓아다녔고, 감자네 집에는 그리운 이들의 온기와 웃음으로 가득, 감자품자는 멀리서 아껴주던 큰아빠큰엄마들의 품에 안겨 사랑을 가득. 그 덕에 감자엄마는 감자아빠만으로는 위로나 공감을 다하지 못했던 어떤 마음의 빈 자리들을 따뜻한 그 무엇으로 채울 수가 있었다.

 

 그 한 주일이 어떻게 지났더라. 가고 나니 더 그리운 사람들, 고마운 마음들.

 

 

 

 

 

1. 새끼개 큰아빠들

 

 

 아빠가 보낸 원고 얘기를 하자는 건 어쩜 핑계였을 거야. 지난 오월 강정낭독회 준비를 하면서 아빠는 십년 전 썼던 그 글을 다시 꺼내었고, 십 년이 지나 그 시간들을 다시 떠올리면서 다시 매만져, 이제는 그 글을 책으로 내어도 되겠다 하는 마음이 들어. 당연히도, 십 년 전 그 원고를 놓고 함께 보던 낮은산 큰아빠와 새끼개 삼촌에게 다시 매만진 그 글을 보내어. 그러곤 얼마 뒤 낮은산 큰아빠와 새끼개 삼촌이 제주에 내려올 약속을.

 

 굳이 제주까지 내려온다는 말에 아빠도 마음으로 준비는 하고 있었네. 이 아저씨들이 원고 퇴짜 놓으러 내려오는 거구나 ㅜㅜ 그냥 전화 한 통화로 얘기해도 될 것을, 그 얘길하러 굳이 비행기를 타고 제주까지 날아온다고 하네. 그래도 얼마나 좋은가. 그걸 구실로 해서 감자교의 첫번째 신자인 낮은산 큰아빠도 감자님을 영접하시러 내려오고, 새끼개 삼촌 강정으로 신부님을 뵈어갈 일도, 아직 만나지 못한 품자 얼굴을 보러 오기도, 그리고 무엇보다 그렇게 셋이서 술과 밤을 함께 보낼 수 있을.  

 

 

 

 신기하기도 하지. 오랜만에 찾는 손님이 오면 삼십 분 넘게 곁을 주지 않고, 얼굴이 익을 때까지 한참을 살피는 감자가, 새끼개 삼촌이 오자마자 턱하니 품에 안겨. 암요, 암요! 새끼개 삼촌이 공부방에서 안아주고 품어온 아가들이 어디 한 둘인가. 그 안정된 자세에, 오래된 할머니들처럼 아가를 어르고 품는 따스한 결에 감자는 바로 경계를 놓아버려.  

 

 

 자칭 감자교 신도인 낮은산 큰아빠는 품자를 보자마자 어구, 이눔봐라, 하면서 그 우람한 등빨에 순둥이 얼굴로 옹알짓을 하는 아가를 보고 한껏 좋아라. 아마도 아저씨는 그래도 나는 감자가 짱이야, 하겠지만은, 품자교로 개종을 하게 될까, 아님 감자교 아닌 감자품자교로 확장개명을 하거나 ㅎ

 

 

 원고 얘기가 구실이었지만, 실은 감자를, 품자를 보고싶어 오는 길이었고, 얼굴이나 보며 하룻밤 같이 놀자고 오는 길이었기에, 이 날은 감자네 식구가 큰 마음을 먹고 하룻밤 외박을 준비해. 소길리 집보다야 넓은 하가리 집으로 이사를 했다지만, 감자네 식구 방 한 칸에 할머니 방 한 칸이면 손님 잠자리를 준비하기에도, 아가들 재우고 난 밤에 아저씨들 셋 술자리를 갖기에는, 아무래도 감자네 집에서는 어려울 일이니.

 

 그렇다고 감자아빠 혼자만 쏙 빠져나가 아저씨들끼리만 어데를 갈 수도 없는 일이고, 그리하여 큰아빠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바닷가에 예쁘게 서있는 펜션을 얻어 감자네 식구도 다 같이 외박을 하기로!

 

 하하, 숙소로 가는 길, 저녁을 먹으러 들른 식당에서도 감자는 새끼개 삼촌 품에서 신이 났지 모야. 

 

 

 새끼개 삼촌이 껍질을 벗겨주는 새우살도 쏙쏙 잘 받아 먹고. (우와아아, 이런 맛이 있었다니!)

 

 

 으응, 여기는 솟대 큰아빠 때문에 알게 된 금능 바닷가의 해가빛이라는 숙소. 숙소에 들 무렵부터 비가 내리기를 시작하네. 낮은산 큰아빠는 교주님을 안고서 비오는 바다를. (역시 신도님답게 감자님이 비 좋아하고, 바다 좋아한다는 걸 아시는구나 ㅎ) 

 

 

 그렇게 하여 감자네 식구는 제주도에서 집 아닌 곳에서 외박을 ^ ^ 큰아빠들이랑 아빠는 슬슬 술자리로 넘어갔고, 아가들은 잠이올 시간. 따로 얻은 방에서 감자와 품자를 재우고, 아가들만 그 방에 둘 수는 없으니 달래가 아가들 곁을 지켜야 했는데, 혹시 달래 혼자만 잠든 아가들을 봐야 해서 심심하지 않을까 했더니, 그게 왠걸. 달래는 그렇게 혼자 시간을 가질 수 있어 더 좋다고, 아가들까지 잠에 들어주니 완전 좋다며 ㅎㅎ (휴우, 다행이지 모야 ㅋ)

 

 

 굴러다니며 자는 감자는 아무래도 침대에서 떨어질 것 같아 바닥에 매트리스를 깔아 재우고, 침대 위에선 품자와 달래가. 다음 날 아침, 아빠가 출근하는 길에 식구들을 집에 데려다주고 그럴 일이 좀 바빴지만, 품자도 외박이 힘들지 않았는지 푹 자고 기분 좋게 일어나 ^ ^

 

 

 그렇게 하여 감자네 식구들의 외박 미션은 성공! 

 

 

 이튿날엔 강정마을을 찾아 천막미사를 함께, 신부님을 뵈었다. 하하하, 아빠는 신부님한테 일렀네. 이 사람들이 저 원고 퇴짜 놓으러 내려왔대요 ㅎㅎ

 

 고마운 밤이었다. 아마 아빠는 이 큰아빠들이 아니었으면 그렇게나 깨끗하게 내려놓을 수 없었을 거야. 아무리 아닌 척을 한다 해도, 작가에게 작품이라는 게 어떤 건가. 글을 쓰고 나면 언제나 그것에 자신이 없고 조마조마하기야 하지만, 적어도 내게는 최선이었던 그것. 많은 글을 쓰지도, 쉽게 글을 쓰지도 못하는 아빠는, 그 한 편 한 편이 아빠의 전부.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큰아빠들의 얘기에 갈비뼈 속이 철렁, 텅 비는 것 같은 심정이었다는 걸 굳이 감추려 하지는 않아. 하지만 큰아빠들의 얘기였기에, 아빠는 깨끗이 받아들일 수가 있었네. 아마 이 큰아빠들이 아니었다면, 원고를 기다리는 다른 편집자나 화가에게 보이려 했을지도 몰라.

 

 얼마나 고마운가. 흔히들 그러는 것처럼 전화 한 통, 메일 한 통으로 대답했어도 될 그것을, 그 바쁜 이들이 서로 시간을 맞추어 제주도까지 날아와 아빠가 깨어야 할, 깨지 못한 그것들을 살펴주어. 그 깊은 시선과 애정이 아니었으면 가능하지 못할, 벌거벗은 말들. 아빠에게 가장 필요한 정직한 그것들. 애정없이는 흉내낼 수 없는 정직함, 사랑없이는 들여다보지 못할 그 너머의 것.

 

 작품을 내려놓으면서 드는 마음의 아쉬움이랄까, 안타까움, 허전함 그런 것이 아주 없지는 않았지만, 그것보다 더 큰 것을 받는 것 같아 행복한 밤이었다. 아주 잠깐이었던 미련 따위하고는 견줄 수 없을 정도로 커다란 애정어린 마음, 그걸 다시금 느끼는 것만으로도, 아빠는 얼마나 행복했는지.

 

 감자야, 품자야. 세상을 살아가는 일에 대해 아빠가 자신있게 해줄 수 있는 말 얼마 없지만, 살아가면서 가장 소중한 건 그런 관계라는 걸. 행복이란 그런 것에 있다는 것도, 너 자신을 스스로 세울 수 있도록 붙잡아주는 것도 거기에 있다는. 그것만큼은 감자품자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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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냉이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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