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짝 놀랄 바느질 선물. 아기장수 그림책 세현 아저씨네가 보내온 기저귀가방이랑 침받이 목수건, 그리고 지갑, 파우치, 손수건에 물고기 인형까지. 아저씨가 보내어준 아기장수 그림책 선물을 받곤, 고마운 마음 조그만 인사를 전했을 뿐인데, 또다시 이렇게나 정성스런 선물을 보내어주었으니, 달래도 나도 이걸 어쩌나, 어쩌면 좋으나. 그러다 이번엔 인사도 못한 채 어쩌나, 어쩌나 여러 날을 보내다가, 품자 목에 침받이를 두르고 인증샷이라도 보내어.
세현 아저씨네 언니가 한 땀 한 땀 바느질로 보내어준 정성.
그리고 함께 보내어준 아저씨의 개미 그림책. 와아아, 요즈음 감자가 개미만 보면 쫓아다니고, 개미 기어다니는 흉내를 내면서 개미에 빠져있는데, 개미 그림책이라니!
품자는 요즘 엄마, 아빠랑 눈만 마주치면 웃는다.
눈맞추기를 이렇게 좋아하는데, 눈만 맞추어줘도 그렇게나 잘 웃는데, 혼자 눕혀두는 시간이 너무도 많아. 그러면 또 이 녀석은 얼마나 순한지, 혼자서 가만히 놀아. 너무 오래만 아니면은 끙 소리 한 번 내질 않고 두리번두리번, 손가락을 빨다가 잠에 들어버리거나.
품자야, 미안하다, 하고 말을 하면서도 순하게 가만 누워있으니, 혼자서도 잘 놀아주어 고맙다 하면서 감자 형아를 보거나 다른 집안 일들을 보게 되는. 울어야 떡 하나 더 준다고, 울고 칭얼대야 더 많이 안아주고, 얼러주고 그렇게 되는 건가 보다. 순해서 고맙다, 혼자서도 잘 놀아주어 고맙다, 하면서 그저 고마워하기만 할 뿐. 그러다가도 눈만 맞춰 주면은 이렇게 좋아하는 걸. 기다려주어 고마워. 잘 웃어주어 고마워.
그래서 품자가 바느질한 목수건을 두르고 예쁘게 웃는 얼굴을 보내드릴 수 있었네 ^ ^
한 달 전쯤이었나 보다. 아, 그때가 5월 17일, 하늘 너머로 할아버지를 떠올리다가 낮은산 아저씨랑 전화통화를 할 때, 아저씨가 귀뜸해주었으니. 그간 공들여 그린 아기장수 그림책이 니와 세현 아저씨가 감자품자에게 보내어줄 거라던.
사나흘 뒤, 그림책을 받아들곤 한 장 한 장 그림을 넘겨가면서 달래도 나도 얼마나 놀라워했는지. 우아아, 이렇게까지 그림을 그리다니, 이번엔 정말 작심을 하고 그리셨나 보다 하면서 우아아아, 우아아아!
맨 첫 장을 열면 이런 화면이 펼쳐져.
부처님오신날에 합장하는 거를 배워온 감자는, 이 그림을 보면서 손을 모아 합장 ㅎㅎ 와아아, 그러고 보니까 이 그림 엄마랑 닮았네. 엄마가 기도하는 것 같아 ^ ^
어머머, 이 그림을 보면 꼭 아기장수가 꼭 우슬이 같으네. 두 달도 지나기 전에 팔 킬로에, 그야말로 무럭무럭 커가고 있는 우슬이. 아기장수 우뚜리를 닮은 아기장수 우슬이 ㅎ
와아아, 우슬이다, 우슬이!
아침에 눈뜨면은 그림책부터 찾아들고 쫓아다니는 감자는, 이젠 제법 책장을 넘기는 폼도 딱 잡혔어 ㅎ
아기장수 우뚜리 이야기를 처음 읽는 건 아닐 텐데, 세현 아저씨의 그림들 때문이었을까, 아님 아기 아빠가 되어서 다시 읽고 있어서였을까. 나는 마치 처음인 듯 이야기를 읽는 기분이었고, 전과 달리 훨씬 더 가슴이 뛰었다. 내가 저 이야기 속 부모라 해도 아기 겨드랑이에 날개가 보이면 잘랐을 것 같은.
실패한 혁명은 언제나 아름답다. 거기엔 눈물겨운 꿈이 있어.
그러고나서 아저씨에게 보낸 엽서 한 장을 썼더랜 건데, 그랬더니 또다시 그런 정성을 ㅠㅠ
감자 형아가 요즘 빠져있는 것 가운데 하나는 새처럼 날아가기. 언제부턴가 허리를 굽히고 두 팔을 뒤로 쭉 뻗어 새처럼 날아가는 흉내를 내더니, 이제는 하늘에 날아가는 새를 보거나 그림책 속 새를 보면은 '새처럼 날기'를 하며 휘저어.
새를 좋아하는 엄마처럼, 감자도 엄마를 닮아 새를 좋아하는구나.
어느 주말이었나, 집에서 먼 데는 나가지 못하고, 집 가까이 어디라도 나가자. 요즘은 달래 혼자 둘을 보느라 하루종일 마당에 한 번 나가지 못하는 날이 많은데, 아빠가 쉬는 주말이라도 바깥 산책을 나가자, 그러면서 네 식구가 함께 나간 하가리 연못.
이야아, 감자새 날아간다!
감자는 신이 나서 나무다리를 쿵쾅쿵쾅거리며 연못 위를 이리저리 새처럼 날아.
다리 밑으로 물이 찰랑찰랑. 으응, 지금 우리는 물 위를 걷고 있어.
바람이 좋았다. 거뭇한 구름이 끼었지만 하늘이 예뻤고, 감자는 새처럼 날았다. 오랜만에 집 앞으로 나갔던 감자품자네 식구의 산책.
이제 곧 품자는 엄마아빠 품에 온지 백일이 된다. 마음 한 편으론 벌써, 싶다가도 돌이켜 떠올리면 까마득하게 느껴지기도 한 백날의 시간. 몸은 가장 힘들지만, 마음은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한, 아기들과 함께 하고 있는 시간들. 이제 갓 백날을 살아온 품자도, 그 백날 동안 엄마 품을 내어주는 거에 적응해야만 했던 감자도, 그리고 그 둘을 보며 녹초가 된 몸으로 안타까운 마음까지, 몸마음을 다해온 달래도, 아픈 몸으로 그 모든 걸 거둬주던 할머니도, 모두들 고맙고 고마운.
이날은 어쩌다 할머니가 지내시던 그 방에 모여 있었을까. 워낙에 텔레비전 없이 지내기도 하지만, 할머니 방에 텔레비전이 있어도 볼 시간이 있나. 그러다가 어느 하루 우리동네음악대장 노래하는 프로그램을 보자며 할머니방 텔레비전 앞으로 ㅎ
엄마아빠가 음악대장 노래하는 거에 빠져있는 동안 가만히 누워 혼자 놀던 품자가, 눈을 맞추어주니 신난다고 웃어.
아유우, 미안해라. 엄마아빠가 테레비만 보고 있었네. 품자는 이렇게 엄마아빠 눈맞추어주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ㅎ
품자 이름을 우슬이라 지으면서도 우슬아, 우슬아, 부르는 게 웃어라, 웃어라 하는 것도 같다며, 많이 웃는 아가이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는데,
고마웁게도 품자는 그 백날동안 이렇게나 잘 웃는 순한 아가로 자라고 있어.
엄마랑 눈만 맞추어도 품자는 무어가 그리 좋은지, 까르르까르르.
품자가 잘 웃는 백일아기가 되어가고 있던 그 백날동안, 감자는 또 이만큼을 자랐다. 어느 새 감자 얼굴에 형아 얼굴이 있어.
여기는 삼양 바닷가에 있는 회색고래라는 카페. 주말엔 바닷가에 나가봐야지, 하고 있었는데 하필이면 비가 내려. 감자에게 모래밭 놀이를 실컷 하게 해주고 싶었는데, 그러지는 못하고, 그래도 아쉬운 마음에 바다가 보이는 델 찾아간 카페.
카페 안에 장식용 그림책이 몇 권 있긴 했는데, 이건 영어로 되어 있는 처음 보는 것들.
동물들이 많이 나오는, TEH HAT 이라는 그림책이었는데, 감자는 모가 이렇게 심각한지 머리까지 잡아 뜯으며 ㅎㅎ
푸하하하, 감자야, 모가 그렇게 심각한 거니? 이럴 땐 정말 감자가 몰 아는 것 같다니까 ㅎ 몬가를 생각하는 것도 같고.
한참을 그림책에 빠져있다가 엄마를 올려다봐.
엄마가 읽어주니까 감자는 좋은가봐.
감자가 백일 선물롤 받았던 범보의자 ^ ^ 품자 백일 맞을 준비를 하면서, 백일상을 놓을 때 이 의자를 쓰자며 찾아 꺼낸 거. 아직 목을 가누지도, 몸을 뒤집지도 못하지만 그래도 한 번 해보자며 의자에 앉혔더니 제법 편안하게 있어. 품자를 의자에 앉혀놓으니 제일 좋아하는 건 감자. 감자는 기억할까? 이 의자 밑에 바퀴가 달려 있어, 아빠가 감자를 의자에 앉히고 밀었다 당겼다 할 때마다 신난다고 좋아하던 거를.
품자는 엄마가 눈만 맞춰주면 좋아서 금세 방긋방긋.
하지만 엄마는 바빠요 ㅎ 품자랑 눈 맞춰줘야지, 감자 형아하고도 놀아주어야지.
그리고 그날, 품자를 범보의자에 앉혀보았더니 감자는 신이 나서 품자에게 달려가 손에 뽑뽀를 하고,
품자 발에도 뽑뽀를, (감자는 특히 발에 뽀뽀하는 걸 좋아해 ㅎ)
뒤로 돌아가더니 품자 머리에 뽀뽀를. (품자는 몬가 어리둥절한 얼굴 ㅎ)
뽀뽀를 다 하고 난 다음에는, 이거는 품자 코!
이거는 품자 귀!
이거는 품자 볼!
다시 발을 잡으며 ㅎ 이거는 품자 발!
품자는 좋겠다, 형아가 이렇게나 좋아해주니.
이건 또 어느 하루였을까. 감자품자와 함께 귀덕리 바닷가로 나섰던, 바람이 몹시 불던 날. 바람이 너무 심해 달래와 품자는 차 안으로 들어가고, 오랜만에 바다로 나간 감자는 정신없이 뛰어다녀. 처음에는 찰랑찰랑 바다를 보며 입을 다물지 못해, 바다를 쫓아 뛰어다니더니, 길가에 내다널어 말리는 마늘들을 보고는 거기에 꽂혀. 아마 그런 거겠지. 이야아, 저지레할 거 생겼다, 신난다!
처음엔 못들어가게 했더니 저렇게 매달려서 떨어지지를 않아 ㅎ
이야호! 이게 다 모냐 ㅎ
감자는 마늘 사이를 뛰어다니다 침목에 앉아 놀기도 하다가,
커다란 통을 보고는 그 안엔 모가 들었는지. 손이 닿는 거, 눈길 가는 거면 모든 게 다 신기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