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장수

품자로그 2016. 6. 14. 01:00

 

 

 깜짝 놀랄 바느질 선물. 아기장수 그림책 세현 아저씨네가 보내온 기저귀가방이랑 침받이 목수건, 그리고 지갑, 파우치, 손수건에 물고기 인형까지. 아저씨가 보내어준 아기장수 그림책 선물을 받곤, 고마운 마음 조그만 인사를 전했을 뿐인데, 또다시 이렇게나 정성스런 선물을 보내어주었으니, 달래도 나도 이걸 어쩌나, 어쩌면 좋으나. 그러다 이번엔 인사도 못한 채 어쩌나, 어쩌나 여러 날을 보내다가, 품자 목에 침받이를 두르고 인증샷이라도 보내어.  

 

 

 

 

 

 

 

 한 달 전쯤이었나 보다. 아, 그때가 5월 17일, 하늘 너머로 할아버지를 떠올리다가 낮은산 아저씨랑 전화통화를 할 때, 아저씨가 귀뜸해주었으니. 그간 공들여 그린 아기장수 그림책이 니와 세현 아저씨가 감자품자에게 보내어줄 거라던.

 

 

 사나흘 뒤, 그림책을 받아들곤 한 장 한 장 그림을 넘겨가면서 달래도 나도 얼마나 놀라워했는지. 우아아, 이렇게까지 그림을 그리다니, 이번엔 정말 작심을 하고 그리셨나 보다 하면서 우아아아, 우아아아!

 

 

 

 

 

 

 감자 형아가 요즘 빠져있는 것 가운데 하나는 새처럼 날아가기. 언제부턴가 허리를 굽히고 두 팔을 뒤로 쭉 뻗어 새처럼 날아가는 흉내를 내더니, 이제는 하늘에 날아가는 새를 보거나 그림책 속 새를 보면은 '새처럼 날기'를 하며 휘저어.

 

 

 새를 좋아하는 엄마처럼, 감자도 엄마를 닮아 새를 좋아하는구나.

 

 

 

 

 

 

 

 이제 곧 품자는 엄마아빠 품에 온지 백일이 된다. 마음 한 편으론 벌써, 싶다가도 돌이켜 떠올리면 까마득하게 느껴지기도 한 백날의 시간. 몸은 가장 힘들지만, 마음은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한, 아기들과 함께 하고 있는 시간들. 이제 갓 백날을 살아온 품자도, 그 백날 동안 엄마 품을 내어주는 거에 적응해야만 했던 감자도, 그리고 그 둘을 보며 녹초가 된 몸으로 안타까운 마음까지, 몸마음을 다해온 달래도, 아픈 몸으로 그 모든 걸 거둬주던 할머니도, 모두들 고맙고 고마운.

 

 

 

 

 

 

 품자가 잘 웃는 백일아기가 되어가고 있던 그 백날동안, 감자는 또 이만큼을 자랐다. 어느 새 감자 얼굴에 형아 얼굴이 있어.

 

 

 

 

 

 

 감자가 백일 선물롤 받았던 범보의자 ^ ^ 품자 백일 맞을 준비를 하면서, 백일상을 놓을 때 이 의자를 쓰자며 찾아 꺼낸 거. 아직 목을 가누지도, 몸을 뒤집지도 못하지만 그래도 한 번 해보자며 의자에 앉혔더니 제법 편안하게 있어. 품자를 의자에 앉혀놓으니 제일 좋아하는 건 감자. 감자는 기억할까? 이 의자 밑에 바퀴가 달려 있어, 아빠가 감자를 의자에 앉히고 밀었다 당겼다 할 때마다 신난다고 좋아하던 거를.

 

 

 

 

 

 

 이건 또 어느 하루였을까. 감자품자와 함께 귀덕리 바닷가로 나섰던, 바람이 몹시 불던 날. 바람이 너무 심해 달래와 품자는 차 안으로 들어가고, 오랜만에 바다로 나간 감자는 정신없이 뛰어다녀. 처음에는 찰랑찰랑 바다를 보며 입을 다물지 못해, 바다를 쫓아 뛰어다니더니, 길가에 내다널어 말리는 마늘들을 보고는 거기에 꽂혀. 아마 그런 거겠지. 이야아, 저지레할 거 생겼다, 신난다!

 

 

 

 

 

 이렇게 감자는 스물두달짜리, 품자는 백일짜리 아기가 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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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냉이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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