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과 아우

품자로그 2016. 3. 16. 06:17

 

 

1. 돌아온 감자

 

 

 사나흘, 엄마아빠가 걱정했던 거하고는 달리 감자는 빠르게 적응하고 있다. 엄마가 집에 없고, 아빠도 일을 나가있는 사이, 할머니랑만 둘이서 지내는 시간동안, 감자는 할머니와 얼마나 즐거웁게 놀며 지낸다는지. 어제도 마당에 나가 풀을 만지고, 흙장난을 하면서 한참을 놀았다지. 이젠 감자가 장난이라는 걸 할 줄을 알아, 흙을 집어서 먹는 시늉을 하며 할머니를 놀리고, 할머니가 그거 먹으면 에퉤퉤야! 하며 과장되고 우스꽝스럽게 표정을 지으면, 재미있다고 아하하하, 아하하하. 그게 좋아서 자꾸만 할머니를 놀리며 흙을 집어 먹는 시늉을.

 

 

 아빠가 퇴근하고, 차 안에 감자와 나란히 손을 잡고 앉아, 엄마한테 가자! 하면 감자는 손가락을 앞으로 뻗어 신이 나는 얼굴. 조리원엘 들어가면 엄마보다도 품자를 먼저 찾으며, 아가에게 다가가 제 나름껏 쓰담쓰담에 토닥토닥을 하며 아기를 가만히 들여다 봐.

 

 오히려 눈물바람를 하는 건 달래였고, 감자를 안쓰러이 보는 건 지나친 아빠의 걱정이었다. 첫날과 둘쨋날, 감자 얼굴에 보이던, 엄마아빠의 갑작스런 부재에서 왔을 혼란, 상실감, 무표정의 어리둥절함은, 어차피 건널 수밖에 없는 통과의례와 같은 것. 사나흘이 지나며서 감자는, 우리의 '감자'로 돌아왔고, 동생을 대하는 모습은 놀라울 정도로 사랑스러워.

 

 집에서는 할머니랑, 아빠가 퇴근하면 아빠랑, 조리원에 가서는 엄마랑 아기품자랑.

 

 

 

 감자는 손가락 끝으로 가만가만 동생을 만져보고 싶어.  

 

 

 아가 눈은 어디에 있어? / 옳지, 감자 잘한다. 아가 눈이지?

 

 

 아가 코는 어디에 있을까? / 옳지, 맞아, 거기가 아가 코야.

 

 

 아가가 형아 얼굴 보려고 눈을 뜨려나보다. 품자야, 형아야.

 

 

 으응, 아가도 형아가 좋아서 잠깐 몸을 움직인 거야. 괜찮아, 감자야.

 

 

 아가 입은 어디에 있나? / 그렇지, 거기에 아가 입이 있네.

 

 

 어머어머! 감자가 모할려구 그래? 아가 얼굴 더 가까이에서 보려구? 

 

 

 세상에! 그게 아니야. 감자가 지금 뽀뽀하려고 그러구 있어. 아가 입을 가리켰더니 뽀뽀해주고 싶어졌나봐 ㅎㅎ

 

 달래와 함께 지켜보면서 얼마나 놀랐던지. 엄마아빠한테도 뽀뽀만큼은 인색하던 감자가, 어쩌다가 저 기분 좋을 때나 한 번 입을 아, 하고 벌린 채 엄마 입, 아빠 입에 침을 묻히고 가는 게 전부였건만. 시키지도 않았는데, 아가 얼굴에 대고 입을 벌려 뽀뽀를.

 

 달래도 나도 준비없이 그 장면을 보다가는 놀랍고 기뻐서, 감자야 한 번만 더, 한 번 더 뽀뽀해볼래? 아가한테 다시 뽀뽀해줘, 하고 조르니 그때는 또 나몰라라 하고 얼굴을 돌린다. 그러고는 침대에서 내려가겠다더니 괜히 욕실 쪽으로 아장장 걸어가서는 딴청을 피워. 쑥스러웁구나, 에이, 민망해라, 싶은. 아가한테 뽀뽀 한 번 했다구, 엄마아빠가 그렇게나 좋아하고 그러면 내가 너무 쑥스럽잖아요, 하고 말이라도 하듯이. 

 

 감자가 품자를 사랑스럽게 살피고, 쓰다듬고, 게다가 예상치도 못한 뽀뽀까지 보면서 얼마나 가슴이 뭉클하던지. 감자는 품자가 예쁜가 보았다. 달래와 내가 걱정하던 어떤 모습도 감자에게는 보이질 않아. 오히려 아주 사랑스러운 모습으로, 아가를 알뜰히 바라보거나, 손을 대어보고 싶어 어쩔 줄 몰라하면서도 가만가만 손끝을 대었다 떼면서 사랑 가득한 눈빛을 보내는. 

 

 

 

 

 

 

2. 하루하루 품자

 

 

 폭포 아래에 내려가 몸을 적시며 일을 하고 있다 보면, 달래가 보내오는 카카오톡이 불을 반짝이곤 한다. 하루하루 달라지고 있는 품자의 얼굴. 

  

 

아빠도 회사에 나가 있을 때를 빼곤, 감자 형아랑 집에 가서 자고 올 때를 빼곤, 내내 품자가 있는 조리원에 가 있곤 하지만, 그러나 아빤 품자 얼굴을 가만히 오래 들여다보거나 하지를 못해. 엄마가 품자를 품에 안아 젖을 먹일 땐 감자 형아를 보고 있느라, 품자가 잠들어 감자 형아가 품자를 들여다볼 땐, 그 둘을 함께 보고있느라.

 

 

 그런데 달래가 보내오는 사진을 보다 보면 깜짝깜짝 놀라곤 해. 하루가 지나고, 또 하루가 지나고, 품자 얼굴이 이렇게나 달라지고 있구나. 처음 엄마 몸에서 미끈거리며 나왔을 때, 아빠가 받아안아 보았던 그 얼굴이랑은 아주 많이도 달라.

 

 

 눈이 크고, 코가 크고, 귀도, 입도 모두 이렇게나 크네. 얼굴에 살이 오르면서 동그랗게 예뻐지네.

 

 

 하하하, 머리 모양은 정말 아빠랑 똑 닮은 것 같아. 감자 형아는 앞짱구에 뒷짱구, 귀여운 짱구머리인데, 품자는 그렇지가 않아. 아빤 잘 모르겠는데, 달래는 턱선 갸름하게 빠지는 것도 꼭 오빨 닮았다지.

 

 

 그래도 품자야, 우울에 찌질, 그거 하나만큼은 아빨 닮지 않겠다고 해주라.

 

 

 서른다섯 너머, 아빠는 벌써 머리가 빠지고 있는데, 우아앙, 아빠 머리 빠지고 남은 거랑 비슷하잖어. 하긴, 머리통이야 앞짱구에 뒷짱구인 형아도, 머리칼 나는 거는 아빠 머리 빠지고 있는 거처럼, 흔히 말하는 엠자, 그거더니, 어쩌려구 그러니. 형아도 동생도, 아빠처럼 일찍부터 머리가 빠져 저 모양을 드러낼래? ㅋ

 

 

 아직 아빠는 품자하고 제대로 눈도 맞춰보질 못했네.

 

 

그대신 지금은 엄마 품에 오래오래, 엄마랑 단 둘이 오래오래 눈을 맞춰.

 

 

 곧 아빠도 어쩌지 못하고, 감자 바보였던 것처럼 품자 바보가 되어갈 거니.

 

 

 이렇게 보면은 엄마 아빠말고, 감자 형아랑 쏙 닮은 것도 같아.

 

 

아빠가 바라는 것도, 품자는 그저 감자 형아랑 닮았으면 좋겠는 거 ^ ^

 

 

 품자야, 내일 또 만나자. 감자 형아하고도 내일 또 만나!

 

 

 

 

 

 

 

3. 다시 또, 형과 아우

 

 

 참 신기하기도 하지. 조리원, 엄마 방엘 들어가면 감자는 품자부터 찾는다. 아빠가 퇴근해서 감자를 데리고 엄마한테로 달려가 도착했을 때에도, 한참을 놀다가 잠깐 조리원 마당에 나가 놀다가 들어오거나 할 때에도, 간식을 먹느라 침대 아래에 내려와 있다 다시 벌떡 일어날 때에도,

 

 감자는 품자를 찾아. 그리고는 신기한 듯, 어여쁜 듯 품자를 들여다보고 살펴보고, 가만가만 손가락 하나로 만져보고, 쓰담쓰담에 토닥토닥.

 

 

 

 그러곤 품자를 보며 어쩔 줄을 몰라, 벌어지는 입으로 손이 들어가네 ^ ^

 

 

 품자 다리 아래에 있을 때는 발을 그렇게나 찾더니, 품자 머리 위에 앉아서는 손을 찾아. 아직 배넷저고리가 길어 품자 손이 나오질 않으니, 손이 보고 싶어 소매 안을 뒤진단 말이지.

 

 

 엄마가 품자 기저귀를 갈아주고 있어. 감자는 그 또한 놓치질 않고 알뜰하게 챙겨보네.

 

 

 감자도 엄마아빠가 이렇게 기저귀를 갈아주고, 채워주고 그러지? 아가도 쉬를 했나봐.

 

 

 그러곤 다시 시작한 품자 얼굴 하나하나 뜯어보기. 여긴, 품자 눈.

 

 

 아야아야, 살살 해야 해.

 

 

 이거는 품자 이마.

 

 

 이건 품자 코.

 

 

 이건 품자 입.

 

 

 아우, 좋아라!

 

 

 그러더니 감자는 다시 또 품자 얼굴 가까이로 얼굴을 가져가.

 

 

 세상에나, 뽀뽀가 하고 싶은, 그런 마음은 어떻게 들었을까! 엄마고 아빠고 할머니고, 뽀뽀 한 번 해달라면 그렇게나 냉정하게도 고개를 휙휙 돌려버리기만 하더니, 품자에게는 시도때도 없이 뽀뽀를 하네. 본능인 걸까, 좋아하고 예쁘고 그러면 입을 맞추고 싶어지는 건. 아가에게 뽀뽀해 보란 말, 한 번도 해보질 않았는데, 신기하게도 감자는 자꾸만 품자에게 입을 맞추어.

 

 

 뽀뽀를 하고나면 좋은지, 왕창 환하게 웃다가, 엄마아빠가 웃고 좋아하는 모습에, 쑥스러운지 욕실 문 뒤로 달려간다.

 

 

 감자가 품자를 좋아하는 모습에, 무엇보다 행복하다. 애초 둘째 아가 이름을 '품자'라 지었던 것도 그 때문이었으니. 달래 뱃속에 동생이 생겼단 걸 알았을 때, 아가 태명을 뭐라고 할까 하다가, 감자가 제일 좋아하는 게 뭘까? 감자랑 동생이랑 서로 좋아하며 지냈으면 좋겠는데, 하는 고민 속에 지은 이름 품자. 감자가 제일 좋아하는 건 엄마 품, 아빠 품. 그러니 품이라고 하자. 감자랑 운을 맞추어서 부르기도 좋게 품자라 하자.

 

 고마워, 감자야. 첫날과 둘쨋날, 다소 쓸쓸하고 허전한 안색이었지만, 사흘만에 이렇게 '감자'로 돌아와준 것도, 그리고 이렇게나 품자를 예뻐하고 좋아해하는 마음도. 

 

 품자는 좋겠구나, 형아가 이렇게나 좋아하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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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냉이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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