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이 형아가 알려주기를 '쇠무릎'이라 부르는 풀이라지. 들에 흔하게 나있는 거면서 귀하게 쓰이는 거라고. 그래서 검색창에 쇠무릎을 치고 들어가보니, 이야아, 정말 흔하게 보던 그런 풀이구나. 마디 사이는 정말 소 무릎팍처럼 생겼네. 으뚜별이 댓글로다가 그걸 다려서 보리차처럼 먹었다는 말에 좀 놀라기도 했는데, 정말 아는 사람들은 다 아는 그런 풀이었나봐.
품자 이름을 우슬이라 지으면서, 풀이름 가운데 하나라 하기에 더욱 기뻐하며 좋아했지만, 실은 그 풀을 잘 알진 못했던 거. 그런데 인터넷으로 찾아보니 사람들이 올려놓은 것들이 얼마나 많은지. 특정한 곳에서 눈씻고 어렵게 찾아야 하는 게 아니라 어디에서나 흔하게 자라는 거라니 (마치, 감자처럼!) 더 좋고, 오랜 가뭄으로 대부분 들풀이 말라죽더라도 끈질기게 살아남는 풀이라니 (역시, 감자처럼!) 더 좋고, 어린잎은 나물로도 먹고, 살짝 데쳐 초간장에 된장에 무쳐먹기도 하는 데다가 효소를 담기도 하고, 차를 다려먹기도, 술을 담가먹기도 한다니 흔하게 나고 흔하게 먹는 거라니 (감자 형아처럼!) 더, 더, 더 반갑고 좋아. 게다가 무릎 관절에는 아주 귀한 약으로 쓰인다니 (그래서 무릎팍 다친 으뚜별이 이걸 먹고 있었구나!) 그런 것까지 다 좋고 좋으다.
앞으로는 풀이 많은 들이나 산을 지날 땐, 쇠무릎을 만날 때마다 얼마나 반가웁게 될까. 네가 우슬이었구나, 그동안은 몰랐어, 미안해, 하면서 ㅎㅎ
태어난지 이틀 째 되던 날, 우슬이.
우슬인 아빠 얼굴이라네. 그 얘긴 우슬이가 엄마 몸 밖으로 나오던 순간부터 그랬던 거. 조산사 할머니가 보더니, 품자는 아빠 얼굴 그대로네! 하고 말을 해. 할머니도 갓 나온 손주를 보면서 아빠를 쏙 뺀 얼굴이라나. 지슬이가 나왔을 때는 외탁을 했나 보다 했는데, 둘째는 아빠 얼굴 그대로라고. 그 뒤로도 품자 얼굴을 사진으로 본 피네 아저씨나 종숙이 언니, 다들 한 눈에 보자마자 냉이랑 똑같네, 하고 말을 했으니, 조산사 할머니에 친할머니, 그림쟁이 큰아빠와 이모까지 모두들 한결같이 그러는 거.
품자가 나오고 다섯 시간 쯤 지났을 때.
품자가 나왔다는 소식에, 다들 누굴 닮았냐고 물을 때마다, 달래도 나도 잘 모르겠어서, 조산사 할머니 말을 빌어다 아빨 닮았대요, 하는 정도로 말을 하곤 지나가곤 했는데, 사흘 쯤 지나고 나니, 달래도 확신에 차서 오빠랑 정말 닮은 거 같아, 하고 얘기를 해.
이틀 째 되던 날.
사흘 째 되던 날.
손바닥보다 작네 ^ ^
사흘 째 되던 날, 저녁.
지슬이를 보면서는 엄마 닮았다는 말을 많이 듣곤 했다. 더러 아빠랑 닮았어요, 하고 말을 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참 이상도 하지. 누구는 엄말 닮았대고, 누군 또 아빨 닮았다 그러고.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엄말 많이 닮았고, 어느 구석들에 아빨 닮은 데가 있는 게 우리 생각이었다. 그리고 또 하난, 생긴 건 생긴 거지만, 그거말고 체질로 봤을 때는 감자랑 오빠랑 정말 똑같다며, 달래가 얘길 하곤 해.
품자 얼굴이 아빨 더 많이 닮았다니, 그런 얘길 들을 때마다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어색한 기분이 들곤 한다. 아기가 태어나 엄마든, 아빠든 누군가를 닮는 거야 당연한 거겠는데, 날 닮았다 하니까 반가운 마음보다는 뭔가 불안하거나 걱정이 드는 그런 마음이랄까. 엄말 많이 좋겠다고, 평소 노래를 불렀던 건 그냥 해보는 말이 아니었거든. 외모부터도 날 닮지 않았으면 좋겠다 싶지만은, 겉모습 닮는 거야 그렇다 치더라도, 성격이나 기질, 그런 거만큼은 부디 엄마를 닮으면 좋으련만. (아, 나는 왜 이렇게도 나 자신을 긍정하는 게 어렵기만 할까 ㅠㅠ)
달래는 품자 얼굴이 아빠를 닮았다고 좋아하네. 원래 엄마아빠들은 다 그런 건가. 자기말고 배우자를 닮기를 더 바라는 거. 아빠는 품자도 엄마를 닮기를 더 바라고 바랐단 말이지.
감자를 낳았을 때야 셋이서 조리원에서 함께 살았지만, 감자가 있으니 이젠 그러지를 못해. 조리원에선 달래와 품자가 잠을 자고, 나는 집과 조리원을 하루에도 몇 번씩 오가다가 감자와 함께 잠을 자. 그러니 간밤에는 달래 혼자서 품자 젖을 먹이느라 고생일 텐데, 품자는 정말 젖을 많이도 먹는다지. 태어나자마자 젖을 찾으며 입이 돌아갔고, 서너번 빨다가 잠든다는 신생아하고는 달리 한 번 물면 삼십 분 이상을 먹는다니, 벌써부터 달래는 상처가 나고 통증이 심해 걱정이지 뭐야.
그래도 달래는, 품자가 젖을 먹고 난 뒤에 얼굴을 보면서, 이것 좀 보라고, 얼마나 힘껏 빨았는지 입가에 시뻘건 자국이 동그랗게 만들어진다며, 그 모습이 귀여워죽겠다 해 ㅎ
그런데 나는 아직까지도 품자가 조금은 낯설어. 감자 때야 나오는 순간부터 스물네 시간을 내내 함께 하면서 이리 뜯어보고, 저리 뜯어보며 끌어안고 살다시피 했지만, 품자가 나오고는 그리할 수가 없어. 달래와 품자가 조리원에 지내는 동안, 감자랑 아빠가 둘이 자고, 자고 일어나 감자를 데리고 엄마가 있는 곳엘 가있다간 다시 감자와 함께 집엘. 갑자기 엄마 품에서 떼어진 감자가 안쓰럽고, 감자에게 마음이 더 가고, 감자하고만 꼭 붙어 있고 싶은.
그래서 품자야 미안해. 아빠가 많이 안아주지 못해서 미안해. 하지만 감자 형아도 아직 아가일 뿐인 걸. 어쩌면 지금 많이도 혼란스러울 거야. 엄마 품에 안겨있는 더 어린 아가, 잠을 잘 때도 밥을 먹을 때도, 하루종일 한 시도 엄마와 떨어져 있던 적이 없었는데, 갑자기 찾아온 엄마의 부재.
품자야, 품자는 아빨 많이 닮았다는데, 겉모습이야 그렇대도, 다른 건 아빠 안 닮으면 좋겠다. 아빠가 바라는 건, 감자 형아에게도 늘 그랬던 것처럼, 고요한 아가이기를, 고요하고 평화롭기를, 그리고 잘 웃는 아가이기를. 감자 형아를 안을 때마다 그렇게 간절히 바라고 했더니, 정말로 조금은 그 때문일까? 왠지 감자 형아는 그 바람에 가까웁게 커가는 것 같은 기분이거든. 고요하고 평화롭고 잘 웃는. 품자도 그랬으면 좋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