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의 봄

감자로그 2016. 4. 11. 06:42

 

 

 제주에는 벌써 봄이 와 있어. 이제 스무 몇 날, 서른 몇 날 된 품자를 안고 바깥 나들이 하기에는 가벼운 일이 아니지만, 그래도 집 가까이에 벚나무 예쁜 길도, 먼 육지에서 일부러 찾아드는 예쁜 바다들도 가까이에 있어. 주말에는 이렇게 제주에서, 봄을 맞을 수 있었다.  

  

 

 집에서 차를 타고 잠깐이면 닿을 수 있는 애월고등학교 들어가는 길. 감자는 차에서 내리자마자 꽃터널이 된 그 길을 내달리기 시작해.

 

 

 집에 돌아와 사진들을 컴퓨터에 옮기다가,  이 장면 즈음에서 화양연화의 노랫말이 떠올라. 아마 십 년 쯤, 이십 년 쯤, 한참 시간이 지나고 났을 때, 누군가 내게 화양연화를 물으면 이 때 장면을 떠올리진 않을까 싶은. 

 

 

 감자가 맞은 두 번째, 품자의 첫 번째 봄.  

 

 

 

 

 

 지난 주말엔 바다엘 나가. 아침부터 햇살이 환하게 집안으로 들어오던 날, 어차피 이날은 사전투표를 하러 달래랑 품자랑 다 같이 바깥에 나가려는 길. 투표하러 갔다가 바닷가에 가서 놀다 오자!

 

 

 세상에나, 감자는 이렇게 바다 앞에 서서 삼십 분도 넘도록 꼼짝을 않고 서서 저 멀리를 바라보네. 밀려왔다 쓸려가는 파도, 발목을 적시고 나가는 차가운 물살, 아직 물이 차가워 몸을 떨면서도, 그만 가자고 하면 싫다고 손사래를 치면서, 그 자리에 꼼짝을 않고서.

 

 

 와아아, 바다다!

 

 

 

 

 

 

  그리고 그 다음 일요일, 한 번 더 바다에 나가자. 오늘은 아빠도, 감자도 갈아입을 옷도 챙겨가고, 수건도 챙겨가고, 물에도 들어가자. 물이 차가운 곽지 말고, 협재, 금능 쪽으로 가서 물에도 첨벙첨벙하면서.

 

 

 

 차 안에서 잠이 든 감자를 안아들고 바닷가 앞에 내려서니, 감자는 다시 바다 앞에서 망부석이 되어 ㅎ  

 

 

 물에 들어가면 안 돼! 하던 어제랑은 달리, 감자 손을 잡고 물 속으로 성큼성큼. 감자는 바닷물을 만져보고는 세상에 없던 것을 만난 놀라운 얼굴을.  

 

 

 

 

  

 

 

 이런 주말을 보낼 수 있어 얼마나 다행스럽고 고마웠는지 모른다. 앞으로도 이럴 수 있다면, 주말만이라도 이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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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냉이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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