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0일, 그리고 조산원에 있는 조리원에서 열흘을 보낸 뒤, 달래와 품자가 집에 돌아온 날. 달래만을 생각해서는 조리원에서 열흘, 보름을 더 쉬었으면 했지만, 감자를 떼어놓고 조리원에 지내는 걸 달래는 처음부터 부담스러워했다. 다행히 엄마아빠보다도 감자가 더 일찍 적응을 해서, 그렇게 떨어져지낸 열흘이 그리 힘들지 않았지만, 우리로선 어떻게 예상해야 할지를 몰라. 그래서 조리원에서 열흘을 쉬고 집으로 돌아오는 걸로, 그 대신 산후관리사 한 분을 집에 오시게 해서 도움을 받기로.

 

 감자를 낳고, 이주를 조리원에서 지내다 집으로 돌아갈 때도 날은 몹시 좋았다. 하늘은 파랬고, 가을 볕이 따사로웁던. 이젠 품자를 안은 달래와 함께 집으로 돌아오는 길. 달래가 바깥에 나와보지 못하던 열흘 사이, 제주에는 목련이 탐스럽게 다 벌어졌고, 어느 자리 할 것없이 유채가 노랗게 물들이고 있어.

 

 집과 조리원의 이중생활에 적응할만 하니까, 이젠 또다시 새로운 생활이다. 감자와 품자, 한 공간에서 두 아기와 함께 지낸다는 거, 감자가 자꾸만 엄마한테 매달리고 그러면 달래가 너무 힘들지는 않을지. 아직도 많은 시간을 누워지내면서 품자에게 젖을 물리는 짬짬이 눈을 붙여야 할 텐데, 집에서 지내면 아무래도 감자를 품어주고 챙기느라 제대로 쉬기가 어려울 텐데. 아무리 할머니가 보아준다 하지만, 아무리 산후도우미의 도움을 받는다 하지만, 집 아닌 다른 공간에서 쉴 수 있던 것처럼, 마냥 모른 척 하며 쉬기란 가능하질 않을 텐데.

 

 그래도 달래는 집에 오니 좋다 했다. 이제야말로 본격적으로 아기 둘의 육아생활이 시작이라며 마음을 다시금 다잡기도 하였지만, 그래도 집에 오니 좋다 하였다. 지금이라도 계획을 바꾸어 조리원에 좀 더 있는 게 어떻겠는지를 물었지만, 그러고 싶지 않다고, 감자까지 봐야 해서 힘들다 해도, 그래도 감자하고 같이 지내는 게 좋겠다고.

 

 

 

 

 그렇게 해서 품자를 안고 집으로 돌아왔다. 품자에게는 누가 입다 물려주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 배냇저고리를 입히고, 누군가에게 물려받았을 속싸개와 겉싸개로 감싸안은 채.

  

 

 이제부터 일상이 될 감자품자네 집. 감자는 할머니가 맘마를 먹여주고, 품자는 달래 품에 안겨.

 

 

 그러면서도 감자는 내내 엄마랑 아기 곁을 떠나질 못해.

 

 

 아빠 빼고, 네 식구가 있는 모습에 왠지 벅찬 마음이 들어, 사진을 찍어보려니까, 하하하 감자가 아빠를 보았네 ㅎ

 

 

 그러더니 이렇게 까불 줄도 알아!

 

 

 

 오후엔 아빠랑 감자 둘이서만 바닷가 산책을 나가. 이젠 감자는 하루종일 집에만 있는 거를 잘 못견디게 되었어. 돌아서면 현관 앞에 서서 아빠 운동화를 흔들며, 어서 바깥에 나가자 하고, 또 돌아서면 자기 조끼를 질질 끌고와서는 얼른 이거 입혀 밖에 데려다 달라 하는. 나갈래, 나갈래, 나가서 놀을래, 졸라대는 감자.

 

 

 오늘같은 일요일, 쉬는 날이라도 아빠가 데리고 나가 놀아주어야지. 안 그러면 할머니가 마당에 데리고 나가 종일 쫓아다니느라 힘들어, 밤마다 허리다리가 아프다 두드려야 하느데. 게다가 이젠 엄마랑 품자가 집에 와 있어, 품자를 안고 젖을 먹이는 엄마에게 나가서 놀자고 매달리면 어찌 해줄 수가 없는데.

 

 

 그래서 아빠랑 둘이서만 바닷가엘 나갔네. 감자를 데리고 놀러나간 동안이라도 편안하게 젖을 먹일 수 있게, 아빠랑 둘이서 나가 노는 동안이라도 할머니가 마음 놓고 부엌일을 하실 수 있게.

 

 

 

 

 

 감자랑 바닷가 사진을 엄마 전화기로 보내주었더니, 엄마는 이렇게 품자가 웃는 사진으로 답장을. 와아아, 이렇게 웃는 얼굴로 배냇짓을 시작했구나. 세상에나, 이렇게 웃다니!

 

 그러고보면 품자가 웃는 걸 제대로 본 적이 없어. 감자가 갓난 아가였을 땐, 한 시도 감자 얼굴에서 눈을 떼지 않고서 온갖 표정을 다 보곤 했더랬는데, 품자에게는 그러질 못하고 있으니.

 

 

 밤. 오랜만에 엄마랑 같이 잠을 잘 수 있어 그런가. 감자는 벌써부터 잠이 와 눈을 비비고, 졸려하는 얼굴인데도 잠을 자려 하질 않아. 품자는 두세 시간에 한 번씩 엄마 품에 안겨 젖을 먹어야 하고, 그럴 때면 감자도 아가를 보느라, 엄마에게 매달리느라 잠에서 깨어나. 품자가 누어있는 수유쿠션 위로 감자도 기어올라가고, 그러다보면 달래는 감자 품자를 둘 다 쿠션 위에 올려놓고 어쩔 줄을 몰라하기도.

   

 달래는 감자에겐 아무 것도 해줄 수가 없는 게 안쓰러워 다시 코끝을 훌쩍이고, 엄마가 휴지로 코를 훔치니까 감자는 엄말 따라하면서 자기도 휴지로 코를 닦는 시늉을. 그러면 달래는 코를 훌쩍이면서 웃음이 나오는.

 

 

 감자야, 안 졸리면 아빠랑 놀자. 휴지를 이렇게 돌돌 말아서 우아아아앙, 아빠 콧구멍에 쏙 꽂았지? 하하하, 아가들도 역시나 우스꽝스럽게 망가지는 코메디를 좋아해. 아빠 코에 넣었던 걸 뺐다 넣었다 하다가는, 자기도 콧구멍에 넣어달라고 휴지를 돌돌 말아. 그래그래, 감자도 이렇게 ㅎㅎ

 

 갑자기 거울을 찾으려니 방엔 거울이 없어. 그래서 셀카 모드로 돌려놓고 사진을 찍었더니, 으하하하하, 이거 무슨 연극 포스터 같으다! 감자도 이 사진을 보고는 아하하하하!

 

 

 그래, 감자야, 아빠랑 잘 하자! 감자랑 아빠가 엄마랑 품자를 도와줘야 해. 이렇게 아빠랑 우끼게 놀면서. 알았지, 감자야!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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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냉이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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