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품자 이름을 짓지 못해 고민이었는데, 사흘 전 아침 할머니가 그 고민을 다 날려주었다.
우슬이라고 해.
밥을 뜨던 할머니가 한 마디 하는 말에 달래도 나도 눈이 커다래지면서, 입으로 몇 번 우슬이, 우슬, 박우슬을 소리내어보다간 와아아, 좋다! 하며 손뼉을 쳤어.
감자는 지슬, 품자는 우슬.
풀이름이라지. 쇠비름 같은 풀이라니까, 그럼 그냥 들풀이겠네. 할머니는 관절에 좋다는 약으로, 한약방에서 약재로 쓰는 걸 알아 그 이름을 알고 계셨더래.
형은 감자, 아우는 들풀.
달래도 나도 마음에 쏙 들어하였다. 부르기에도 듣기에도 좋고, 뜻도 마음에 들어. 품자에서 풀로 첫소리가 이어지는 그것까지. 게다가 자꾸만 우슬아, 우슬아 하니까 입에서 웃음이 굴러나오는 것도 같아. 많이 웃는 아가가 되렴, 감자 형아처럼 많이 웃고, 엄마처럼 잘 웃는.
감자는 감자고, 품자는 풀이야.
엄마아빠가 열 달이 다 되도록 못짓고 헤매던 거를 할머니가 한 방에 해결해주었어. 와아아, 할머니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아아. 이렇게 해서 우슬이 이름은 할머니가 지어주셨어.
예정일을 꽉 채우고 나오려나, 벌써 두 주 전부터, 이젠 준비를 하자고, 지금 당장 나온다 해도 이상할 것 없다고. 그때 이미 품자는 감자가 나올 때보다 일 키로 가까이 더 컸으니, 아마도 그러려나 보다 싶었다. 감자가 예정일보다 일주일 당겨 나온 것처럼, 품자는 그보다 더, 열흘이나 보름은 빨리 나오지 않을까. 어쩜 품자는 이월 생이 될지 모르겠구나, 생각하면서.
하지만 아직 품자는 엄마 뱃속에서 더 준비를 하려나봐. 예정일이 다 되어, 혹은 그보다 지나 나오겠는지. 서둘지 말고 네 속도대로, 편안하게 나와주기를, 어느 글에다가 쓴 기억이 있는데, 그러고 있나 보다. 내 속도대로 천천히, 서둘지도, 미루지도 말고.
우슬아, 바깥은 봄이란다. 볕이 따사로워. 엄마도 아빠도, 감자 형아도, 할머니도 널 맞이하려 정성껏 준비하고 있어. 봄 햇살과 함께, 봄꽃 내음과 함께, 싱그런 봄 소식이 되어, 봄처럼 그렇게 보드랍게 오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