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자에게

품자로그 2015. 10. 28. 13:32

 

 

 달마다 내고 있는 <글과그림> 책이 벌써 127호. 다음 달 머릿글을 쓰는 차례가 나라고, 빈산구름 선생님께 문자를 받고, 이걸 어쩌나 하다가 원고 마감일이라던 화요일 밤에야 카페 청소를 마치고 카운터에 앉아 써 보낸 글. 감자 얘기말고는 내가 쓸 게 무어가 있겠나, 싶어 감자 얼굴을 바라보다 감자 얼굴에서 품자를 그려보았다. 그러곤 온전히 품자를 떠올리며 얘기를 건네. 가을도, 겨울도 금세 지나겠구나. 봄에는 품자를 만나.

 

 

 

 

 

 

 품자야, 감자 형아는 요즈음 학교엘 다니고 있어 ^ ^ 일주일에 한 번, 한라대학교 문화센터에서 여는 아기들 놀이 프로그램이라는데, 그런 프로그램에 관심이 있어서가 아니라 거기에 가면 감자 형아랑 비슷한 또래 아가들을 만날 수 있으니, 친구들을 만나러 거기에 다니고 있는 거 ㅎㅎ 그리고 엄마도 거기에 가면 아기 키우는 다른 엄마들을 만날 수 있으니, 일주일에 한 번씩이라도 아기엄마들끼리 밥도 먹고 같이 얘기나누고 그러면서 바람도 쏘일 수 있게.

 

 아빠는 한 번도 따라가보질 못했지만, 거기에 가면 감자 형아는 아주 겁많은 순댕이라나봐 ^ ^ 다른 아가들은 신기한 장난감을 보면 서로 덤벼들고 달려든다는데, 감자 형아는 한참을 보고만 있다던가. 그러다가 프로그램이 다 끝나가는 시간이 되면 그때야 발동이 걸려서 빵빵 터지는 웃음으로 아구구구 신이 나서 놀곤 한다지, 하하하. 나중에 품자가 나오고, 감자 형아랑 같이 노는 모습은 어떨까. 어쩌면 품자는 감자 형아를 닮지 않고 덤벙덤벙 덤벼드는 아기일지도 모르겠네 ㅎ 어떤 모습이라도 좋아. 감자 형아처럼 겁많고 조심스러운 것도, 그게 아니라 흥분하며 덤벼들어 덤벙거리는 것도 다 엄마아빠 안에 있는 모습이니.

 

 품자야. 너를 기다리는 이 가을과 겨울은 더욱 특별한 계절이 되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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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냉이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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