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 설날

감자로그 2016. 2. 9. 07:00

 

  

 제주에 내려오고 감자네는 벌써 두 째 설이고 추석이고 집엘 올라가지 못하고 있다. 두 해 전 감자를 낳기 직전에 추석, 그리고 백일이 채 되지 않았을 때 첫번 째 설, 그리고 또다시 지난 가을의 추석과 이번 설. 달래 품에서는 품자가 다시 막달에 들어 나올 날을 기다리고 있고, 이렇게는 비행기를 타고 명절을 지내고 다녀올 수가 없어. 힘이 점점 빠져가고 있는 아버지를 생각하면, 감자를 안고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달래 친정을 생각하면 안타까웁기만 하지만, 올 설날에도 감자네는 이렇게 명절을. 

 

 그래도 지난겨울부터 어머니가 내려와 있으니 감자에 품자, 할머니까지 다섯이서 명절을 쇠었다. 할머니가 빚어주신 만두에 떡국을 먹고, 녹두를 갈아내어 부친 전에 막걸리도 먹고, 명절상에는 댈 수 없지만 몇 가지 나물을 무쳐놓고 다섯 식구, 소박하고 오붓하게 음력 첫 날을 보내. 

 

  

 

 

 감자야, 한복입고 할머니한테 세배 드리자. 광명시 할아버지할머니한테도, 외할배외할매한테도, 사진찍어 인사드리자 ^ ^  

 

 

 

 감자가 돌을 맞을 때 제라진 영화 씨가 입으라고 빌려준 이 한복, 돌상 앞에서는 자꾸만 벗으려 하고 가만히 있지르 못하더니, 이젠 의젓하게 잘 입고 있네 ^ ^

 

 

 

 

 

 

 

 

 그렇게 감자네 다섯 식구는 설을 보내었다. 설 인사를 주고받다가, 하필이면 이 명절에 심한 감기에 힘들어하고 있는 라다네에게 엄마가 빚은 만둣국 한 냄비를 들고 다녀왔고, 또치나명네가 마침 금악 쪽으로 바람을 쏘이러 나왔다고 하여, 집에 들르라 하곤, 엄마가 부쳐준 녹두전에 막걸릿상을 보았다.

 

 그러고보니 감자네가 이사를 하고나서는 처음 맞는 손님인 셈이었네. 이사를 하고나선 바로 아빠가 일을 다녀야하는 바람에, 감자는 어딜 나갈 일도, 누가 찾아올 일도 거의 없었는데, 집에 손님이 오니 감자가 얼마나 좋아하던지. 소길리에 살았고, 카페를 할 때에는 날마다 많은 사람들 속에 있었고, 하루가 멀다 하고 손님들이 찾아오곤 하였는데, 한 달 가까이 감자는 이 집에서 엄마, 할머니하고만 지내고 있었으니. 감자는 잠이 오는데도 신이 나서 막걸릿상 둘레를 뱅뱅 돌며 제가 좋아하는 장난감이며 책을 집어 들었고, 과일 한 점씩을 얻어먹곤 했다. 아, 맞다! 감자는 즉석에서 세배를 배워 할머니한테도 하지 못한 첫 세배를 또치나명 이모삼촌에게 했구나. 이야아, 만원짜리 배춧잎, 세뱃돈도 받았습니다 ㅎ

 

 감자네 식구가 보낸 설 명절이었다.

 

 

 

 감자네 마당에도,  

 

 

 이제 곧 봄이 오겠지.  

 

 

 

 파랗게 풀이 돋고,

 

 

 품자도 오겠지.

 

 

 모든 것이 새로울.

 

 

 

 

 

 

 

'감자로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빠대신 감자  (0) 2016.02.21
더럭감자  (0) 2016.02.13
까치 설날  (0) 2016.02.07
가족사진  (0) 2016.02.05
주문  (4) 2016.01.26
Posted by 냉이로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