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치 설날

감자로그 2016. 2. 7. 22:43

 

  

 피네 아저씨가 텔레그램으로 보내온 그림. 아저씨는 종종 그림을 보여주신다. 한참 하고 있는 작품일 때도 있고, 어느 순간을 붙잡듯, 그림 위에다 대화를 하듯, 그렇게 그려낸 그림일 때도 있다. 설을 하루 앞둔 까치까치 설날인 오늘 아침엔 이런 그림을.   

 

 

 언젠가부터 피네 아저씨는 형아가 되었다. 나는 형아 앞에서 마음껏 울어도 좋았고, 형아 앞에서는 내 속엣 것을 감추지 않고 다 내보여도 좋았다. 그래도 괜찮아.

 

 또 며칠 전이었던가, 아저씨는 강냉이에 그림을 그리던 아홉 해의 시간을 다시금 되짚어 어딘가에 써 보낸 글을 링크하여 보내주었다. 처음엔 가볍게 볼 수 있는 줄 알고, 움직이는 길에 전화기를 만져 아저씨의 블로그를 열어보았다가, 그건 그렇게 볼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걸. 하루 일을 마치고 녹초가 되어 집으로 돌아와 쓰러지듯 소파에 길게 앉아 아저씨의 그것을 다시 읽어내려갔다. 아저씨의 글을 다 읽었을 때는, 비스듬 기대어 누운 몸을 어느덧 반듯하게 세우게 되어.

 

 산 앞에 서는 것 같았다.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커다란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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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냉이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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