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감자로그 2016. 1. 26. 08:08

 

 

 

 제주 공항에 발이 묶인 이들 가운데 병진이 엉아네도 있었다. 가까스로 식구들은 먼저 비행기로 올려보내고, 혼자 남아 회사 앞으로 찾아왔어. 십 년도 더 지나, 제주에서 얼굴을 보았네. 공항으로 가서 밤을 새며 대기표를 기다릴 거라기에, 시내에서 막걸리를 한 잔. 그러곤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에서 그 막걸리에 취해 피네 아저씨에게, 낮은산 아저씨에게 징징대었다.

 

 다시 아침이 되었고, 마치 주문이라도 외듯이. 

 

  마음 편안히 먹자.

  감자를 생각하자.

  그래도 할 수 있는 한 해보자.

 

 이 몇 가지 주문들 가운데 가장 약빨이 좋은 거는 뭐니뭐니 해도 감자. 일을 하다가, 가슴에 시커멓게 먹구름이 메어있다가도, 달래가 카카오톡으로 보내어주는 감자 사진을 보면 그 순간이나마 반짝, 마음이 환해지곤 해.

 

 

 어서 봄이 오면 좋겠네. 감자 손잡고, 마당 풀밭을 아장아장.

 

 

 

 요술 지팡이라도 되는 것처럼, 파리채 하나를 들고 감자는 신이 났나봐.  

 

 

 

 감자야, 아빠 얼른 갈게. 끝나자마자 달려갈게.

 

 

 

 

 

 

 

 

 

 

 

 

 

 

'감자로그'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까치 설날  (0) 2016.02.07
가족사진  (0) 2016.02.05
세 살  (0) 2016.01.01
감자왔어요  (0) 2015.12.29
감자감기  (0) 2015.12.20
Posted by 냉이로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