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이네 책

냉이로그 2015. 12. 8. 13:46

 

 

 이천십오년, 들이네 식구는 가족들이 모두 책 한 권씩을 내었다.

 

 

 저기 맨 위에 있는 거는 들이네 할머니가 그림을 그리고 들이엄마가 할머니의 이야기를 받아적어 만든 그림책, 그리고 그 옆에 있는 건 열여섯 소녀 들이가 그림을 그리고 글을 써서 만든 그림책. 그리고 그 아래는 올 봄에 나란히 내었던 들이엄마의 교육에세이와 들이아빠가 낸 만화책.

 

 세상에나, 온 식구가 올 한 해 책 한 권씩을 내고야 말다니. 이런 특별한 일은 좀처럼 찾기 어려울 거야.

 

 들이아빠와 들이엄마는 워낙에 만화가이고, 글을 써온 분들이니 그 두 분이 책을 내는 거야 자연스러운 일이라 할 수도 있고, 그러면서도 들이아빠가 십 년만에 낸 책과 들이엄마의 첫 책이 올 봄에 함께 나온 것만으로도 몹시 기쁘고 행복한 일이었는데, 거기에 들이 할머니와 들이의 책이라니!

 

 

 

 

 그러니까 올 봄 그림책미술관시민모임- 제주에서는  저런 멋진 강좌와 워크숍이 있었던 것이다. 지난 해 처음 시도한 걸로 알고 있는데, 첫 해 결과물로 펴낸 그림책들을 보면서도 아주 감탄스러운. 그야말로 아마츄어인 시민들이 참여해 직접 이야기를 만들고 그림을 그린 것들인데 얼마나 놀라웁던지.

 

 올해도 강좌와 워크숍을 한다 하였고, 나도 해볼까, 하면서 달래도 강좌에 등록을 했다. 꼭 그림책을 만드는 것까지가 아니더라도, 그간 한 번도 그림책 관련 강의를 들어본 적이 없어 한 번쯤 듣고싶다 하였고, 감자를 낳고 돌보느라 바깥 바람 쏘일 일이 거의 없었으니 일주일에 하루쯤 그렇게 나갔다 오는 것도 좋겠다 싶어 나도 적극으로 찬성을! 그런데 강의를 들으러 갔더니 거기엔 달래 뿐 아니라 들이엄마와 들이도 함께 다니기로 하고 있었어 ^ ^ 그래서 소길리에선 세 여인이 나란히 강좌엘 나가게 되는 ㅎ

 

 하지만 감자네 집에 손님들이 자주 찾았고, 그게 아니더라도 감자 컨디션에 따라 달래는 띄엄띄엄 다니는 정도였고, 아무래도 그림책을 만드는 일은 설렁설렁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싶어 워크숍 프로그램까지는 함께 하질 못했다. 하지만 들이엄마와 들이는 그 워크숍 프로그램에까지 계속 나가더니 끝내 그림책 한 권씩을 만들어낸 거.

 

 제라진의 또치 언니와 나명에게 진행되는 이야기를 듣곤 할 때부터 아주 기대가 되었다. 이번 참가자들은 첫회 때보다 열기도 아주 높았고, 이야기며 그림 또한 아주 놀라울 정도라고 해. 다른 시민작가들의 것도 아주 특별하였는데, 그 가운데 들이엄마와 들이의 작업 또한 어서 그림책이 나오기를 기다리게 만들어주곤 했어.

 

 들이네 할머니 그림으로 그림책을 만든대요. 

 

 어머나 세상에, 여든넷의 할머니. 그 할머니가 일러스트레이터가 되어 한 권의 책을 만든다니. 그리고 워크숍이 진행될 때마다 뜨거운 반응이 나오곤 했다던 들이의 그림과 이야기. 

 

 그렇게 5월부터 시작해 11월까지 이어진 작업을 통해 시민작가들의 그림책 서른 권이 세상에 나왔고, 그림책갤러리 제라진에서 그 시민작가들의 작품들을 전시하고 있어.

 

 

 그러곤 마침내, 시민그림책 전시를 시작하기 전날, 들이누나가 감자네 카페로 책을 들고 왔어. 한 권은 들이누나가 쓰고그린 그림책, 또 한 권은 들이네 할머니와 엄마가 함께 만든 그림책.

 

 들이누나 책 속표지에는 이렇게 예쁜 싸인을 담아 ^ ^

  

 

 

 

 

 할머니 그림책에는 그 다음 날 시민그림책 전시 오픈 행사에 가서 할머니께 싸인을 받아야지!

 

 전시 오프닝을 하는 날엔 시민그림책 작가들을 대표해서 들이네 할머니가 인사말을 하시기로 했다니, 얼마나 멋진 일인지.

 

 

 

 

 

 갤러리 안에는 감자의 눈길을 끄는 작품들이 얼마나 많던지 ^ ^

 

 

 

 

 들이네는 이천십오년 올 한 해가 얼마나 특별하고 기쁠까. 들이네 식구 한 사람 한 사람이 낸 책들을 한 데 모아놓고 보면서 이렇게나 나도 기쁘고 좋으니. 아, 정말 축하드립니다. 멋있어요, 아주 많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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