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니 언니

냉이로그 2015. 11. 13. 09:28

 

 

 지난 주말엔 수니 언니의 공연. 협재에 있는 키친오즈라는 카페에서 연 하우스콘서트.

 

 

 아름다운 것, 평온한 것, 그리운 것, 눈물겨운 것. 익이 형님이 조율을 해 수니 언니가 부르는 노래들에는 섣불리 말할 수 없는 그것들이 있어. 때론 말이란 건 하려 하면 할 수록 구차해질 때가 있어. 참 좋았다, 는 말이면 다 되고마는. 

 

 제주에 살면서 좋은, 좋았던 거를 꼽자면 앞다투어 떠오르는 얼굴들이며 순간들, 장면들, 풍경들이 참 많지만, 그 가운데 하나는 수니 언니의 무대를 가까이에서 볼 수 있었다는 거. 이 가을만 해도 세화리 해변에서, 가시리 축제에서, 그리고 또 이렇게 협재의 공연 카페에서.

 

 아마 육지에서였다면 내가 한 번이나 공연을 찾아가 보거나 그럴 일이 있었을까. 그래도 달래는 공연장에 가기를 즐겨해, 미리 예매를 하고 서울까지 찾아가 공연을 보고 오기도 하고 그랬지만, 그렇게 공연 티켓을 예매하고, 그 공연만을 위해 먼 데까지 찾아가고 하는 건 나하고는 아주 먼 일이기만 했으니. 

 

 아름다운 공연을 보았다. 종종 예술이라는 건 무얼까 하는 생각을, 그전과는 다르게, 종종 떠올려보곤 한다. 장르야 다르지만, 음악이라는 것, 그림이라는 것, 춤이든, 공예든, 글이든 그 어떤 작품을 한다는 것. 그리고 아름다움이라는 것, 그리움이라는 것, 평화라는 것, 물처럼 따뜻한 태초의 그것들.

 

 어쩌면 나도 예술이라는 걸 긍정할 수 있게 되려는지 모르겠다. 비록 식의주를 직접 삼는 거는 아니지만, 사람 마음에 밥이 되고 옷이 되고 집이 되게 한다는 걸, 못지 않은 삶이며 살림이라는 걸, 그런 생각을 이제서야 비로소.  

 

 

 

    

 

 어쩌면 제주 생활을 생각보다 일찍 정리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연말이 지나봐야 알겠지만, 어쩌면 그럴지도 모르는 상황을 열어두고 있자니, 문득 날마다 보던 풍경이며, 얼굴들이 새삼 낯설게 느껴져. 카페를 나와 집으로 가는 장소로 언덕길을 내려가면서도 멀리로 보이는 바다가 왜 그리도 달리 보이던지. 아, 바다를 보러 나간 것도 한 달이 넘어가나 보다. 날마다 보는 거, 혹은 언제라도 볼 수 있는 것들에는 이렇듯 무심히 지나쳐버리고 말곤 한다. 언제나 그런가 보다. 닿을 수 없는 것에야 비로소 그리워하게 되고, 결핍이 있은 뒤에야 절실했음을 알아. 어느덧 십일 월하고도 열사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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