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군 형 카톡

냉이로그 2015. 10. 31. 15:18

 

 

 어젯밤, 자리에 누워 잠을 청하고 있을 때 까똑 소리가 울려. 그 시간에 또 누가 술을 먹다 연락을 보내오는 건가 싶었는데, 놀랍게도 래군이 형 프로필이 뜨는. 혹시! 나오게 된 걸까, 순간 와락 반가운 마음에 서둘러 메시지를 열었더니, 래군 형 카톡 계정으로 형수가 보내온 거.

 

 형수는 아직 투지폰 전화기를 쓰고 있어서 카톡이나 텔레그램으로 파일을 주고받을 수 없어. 그래서 사진 파일 같은 게 있어도 메일로 주고받곤 해야 했는데, 이번엔 형의 카톡 아이디로 사진들을.

 

 며칠 전 형수가 전화를 걸어왔거든. 검찰 쪽 증인을 변호인단이 쩔쩔매게 만들었다는 두 번째 공판 소식을 전하면서, 요즈음 지난 사진들을 정리하고 있다는. 누이는 아직도 스마트폰을 쓰지 않고 있으니, 사진을 찍어도 디카로 찍는 거여서 바로바로 전할 수가 없고, 일일이 컴퓨터로 옮겨 정리를 해야 한다고. 그러면서 디카 나오기 이전 필름 사진기로 찍은 사진들도 하나하나 스캔을 받아 정리를 하고 있는데, 그게 벌써 삼천 장이 넘었다던가. 그렇게 옮긴 사진들을 한 사람 한 사람 폴더를 만들어 챙겨 담고 있다고까지. 일단 정리한만큼만이라도 먼저 보내줄게, 하며 전화를 끊었는데, 그 사진들을 보내온 거였다.

 

 간밤에 래군 형 이름으로 카톡이 떠서 깜짝 놀랐어.

 

 이 가을이 다 가기 전엔 나올 수 있을까.

 

 겨울이 오기 전에.

 

 

 

 이천일 년이라고 사진에 적혀 있으니, 벌써 십오 년이 지난 사진이겠다. 그럼 나는 사진 속 래군 형보다 지금 나이를 더 먹은 게 되겠구나. 마석 모란공원이었다. 래전 형이 누워있는 곳을 찾아, 래군 형과 함께.

 

 

 

 

 

 지난 10월 23일로 래군 형은 수감된지 백일을 맞아. '박래군 석방촉구' 싸이트에서는 100자로 쓰는 석방촉구 메시지 운동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엊그제인 29일부터는 '국제엠네스티' 한국지부와 인권재단 '사람'을 중심으로 <<노란연필 : 변화를 쓰다> 캠페인이 광화문 광장에서 시작.

 

 

 날이 추워지고 있다.

 

 이 땅의 인권이, 

 눈물이,

 진실이,

 차가운 독방에 갇혀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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