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라비

감자로그 2015. 10. 28. 13:32

 

 

 카페가 쉬는 월요일, 빨래를 내다널러 아침에 나갔더니 날이 너무도 좋아. 그래, 오늘은 일찍부터 나서보자. 가을 억새가 한참이라는데, 가보고싶다보고싶다 말로만 하던 따라비오름, 더 미루었다간 가을이 다 지날지 몰라.

 

 

 

 그리하여 감자품자냉이달래 네 식구는 따라비엘 올랐다. 가을 오름의 여왕이라는, 제주 가을은 어디라도 좋지만, 억새를 보려면 따라비엘 가보라던, 그 따라비.

 

 

 

 

 제주라는 곳에서 잠깐 일을 하러 다녀온다 하고 내려온 것이, 어쩌다 보니 이 섬에서 아가를 낳고 또 한 아가를 맞이하려 준비하고 있다. 그렇게 어느 새 두 해를 꽉 채워가고 있지만, 막상 이 섬의 구석구석은 아직도 다녀보지 못한 곳들이 참 많아. 오히려 작정하고 섬을 여행하러 다녀가는 이들보다 가본 곳이 더 없네. 앞으로 이 섬에서 얼마나 더 살게 되려는지. 내년 봄 품자까지 나오게 되고, 나는 다시 현장으로 돌아가게 되고 그러면 아마도 여유있게 어딜 다녀보거나 할 시간은 더 없기만 할 텐데. 그러다 육지로 올라가게 되면 훗날 얼마나 아쉬운 마음이 들까.

 

 그래서 나름 제주에서의 버킷리스트라는 걸 생각해보기도 하였다. 앞으로 얼마나 더 제주에서 살지 모르지만, 제주살이를 마치고 돌아갔을 때 젤로 아쉬워할 게 무엇일지. 그때 가서 진작 왜 거기엘 가보지 못했을까 싶은 곳들, 혹은 왜 제주에 살면서 그걸 해보지 못했을까 싶은 거, 그런 걸 미리 상상해보며, 훗날 가장 아쉬워할만한 것들부터 하나하나 시간 날 때 다녀봐야지 싶은.

 

 그 가운데 하나가 따라비였고, 마침내 감자 품자를 안고 억새가 가득한 그 오름엘 올라. (2015.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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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냉이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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