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길 식구들과 함께 한 셋째 날.

 

 

 

 이 감동을 어떻게 말로 다할 수 있을까, 이 고마움을 어떤 말에 담을 수 있을까.

 

 기차길옆 작은학교 식구들이 감자 돌잔치를 해줄 거라고 했을 때, 감자네 식구는 그 말만으로도 고마웠더랬어. 글쎄, 우리가 인천이나 강화로 가지 않는 한, 그게 가능한 일일 수도 없었고, 그럼 꼭 돌상을 받으러가 아니더라도, 올 가을엔 인천이나 강화에 한 번 인사를 가볼까? 생각해보기도 했지만, 갑작스레 카페라는 걸 맡아 하게 되면서 그것도 마음 뿐인 게 되어버려.

 

 그런데 강화에서, 인천에서 이모들과 아가들이 열일곱이나 제주로 내려온다 하였고, 내려가서 돌잔치를 해준다고 했을 땐, 그야말로 어리둥절할 뿐. 그러나 여전히 돌잔치라는 건 머릿속에 잘 그려지지가 않아. 잔치는 무슨, 그저 그 많은 식구들이 감자를 보러 내려와주는 것만으로도, 이모들 품에 안겨보고, 형아친구동생이랑 함께 뒹굴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커다란 돌 선물인 걸.

 

 

 

 아직 감자의 첫 돌은 열나흘이 남긴 했지만, 아, 그런데 웬걸! 저 멀리 인천과 강화에서 제주까지 내려온 기차길 식구들은 세상 어디에도 없는 돌잔치를 마련해주었다. 이건 엄마아빠가 차려놓고 손님들을 초대하는 그런 돌잔치가 아니라 순전히 기차길 식구들이 마련한 거. 그러니까 감자네는 돌잔치를 한 게 아니라 돌잔치를 당했다는 게 맞는 말일지도. 너무나도 아름답고 눈물겨운, 가슴 벅찬 그런 돌잔치를.

 

 

 

 저녁 5시, 난장이공 카페에서 잔치를 할 거라는데, 엄마아빤 도무지 무얼 어떻게 준비하며 기다려야 할지. 도무지 어떤 모습으로 돌상이라는 게 차려질지. 어찌해야 할 줄을 모른 채 그저 미역국이나 한 솥 끓이며 그릇을 내고, 탁자를 옮기고 있는데, 세상에나 깜짝이야! 카페 문을 열고 들어오는 분은 지팡이를 짚은 문정현 신부님이었어.문신부님과 함께 두희 샘도, 딸기 님도, 그렇게 강정에서 평화바람 식구들도 감자 돌잔치에 와주어.

 

 그리곤 이내 소길리 마을 체험숙소에서 음식 준비를 마친 기차길 식구들의 봉고차와 승용차가 카페로 올라오는데, 으아아아! 언제 그렇게 준비를 했는지, 출장부페도 이런 출장부페가 없지 모야. 객지에 나와 민박을 묵는 숙소에서 준비를 한 걸 테니 양념이나 재료도 변변히 갖추지 못했을 거고, 조리기구 또한 그랬을 텐데, 어떻게 이 많은 음식들을 준비했을까. 

 

 기차길 식구들이 들어오고, 강정에서 올라온 식구에, 제주에서 가까이 지내는 이웃이며 친구들, 그리고 커피를 마시러 혼자 들렀던 어느 여행객까지, 그렇게 난장이공 카페에서 감자 돌잔치가 열렸다.   

 

 

 "디카 있어?"

 "아니, 우린 그런 거 없는데? 그냥 스마트폰."

 "아, 어디 디카 빌릴 데 없을까?"

 "왜? 그냥 이걸로 해."

 "잠깐 기다려봐. 늘보 집에 있는지 확인해 보고."

 

  말랴는 급하게 카메라를 수배했다.

 

 "아무래도 이건 기록을 좀 해둬야 할 것 같아."

 

 엄마아빤 그저 어리둥절. 이미 달래는 공부방 아이들이 감자에게 쓴 편지를 책처럼 만들어준 선물을 받자마자 눈물바람, 아빠는 뭘 어째야 할지 모른 채 감동에 젖어있기만.

 

 말랴가 오도바이를 부다다다 타고 올라가 늘보네 디카를 빌려왔고, 커피마시러 왔던 여행객이 자기도 가지고 온 게 있다며 머물던 펜션에 내려가 카메라를 들고 올라왔다. 그렇게 하여 말랴는 동영상을, 그 처음 만난 여행객이 사진을.  

 

 

 

 

 우선 말랴가 찍은 동영상들부터 여기에다 옮겨놓아.

 

 

#1. 감자가 돌상 앞에 앉았습니다.

     

 

 

#2. 지구별에서 일 년, 생일축하합니다 ♪ 

 

 

 

#3. 팔십 평생을 살아오며 돌잔치에는 처음이라던 신부님 말씀.

 

 

 

#4. 기차길옆 형아들이랑 친구들의 축하공연 - 곰세마리  

 

 

 

#5. 기차길옆 형아랑 친구들의 축하공연 - 작은별

 

 

 

#6. 감자의 돌잡이.

   

  

 

#7. 어떻게 말로 다할 수 있을까요.

 

  

 

#8. 형아들이 선물도 준비했어요.

   

 

 

#9. 세상 어디에도 없을.

 

 

 

 그날 밤이 있고, 두 밤이 지났건만 여전히 감자네 집에는 그 감동이 잦아들지 않아. 아마도 올 해가 다 가도록 이 눈물겨운 시간은 쉽사리 잦아들지가 않을 것만 같아. 그러곤 해가 바뀌면 이날 함께 했던 이람이에게도 첫 돌이 찾아오겠구나. 이제껏 기차길 언니형아들 잔치에는 한 번도 가보질 못했지만, 그때는 꼭 감자도 인천에 올라가 이람이를 만나 감동스런 시간을 함께 해야지. 그렇게 한 감동이 잦아들기 전에 또 새로운 감동이. 그리고 그런 뒤, 봄이 되면 품자를 만나게 되겠지.

 

 이 고마움을, 어떻게 말로 다할 수가 있을까.

 

 

 

 

 아마도 감자에게는 생을 살아가는 커다란 힘이 되겠지. 감자야, 네가 받은 이 엄청난 사랑들, 그 사랑은 온전히 세상에 다 돌려주어야 할 것들이다. 사랑은 받은만큼, 그보다 더 몇 곱으로, 세상에 돌려주어야 하는 것, 그렇게 사랑은 흘러야 하는 거고, 사랑과 사랑이 손을 잡아 더 큰 사랑이 될 수 있도록.

 

 한 목숨이 세상에 나온다는 건 이런 거구나. 세상에 나고, 자라는 것. 서로가 곁이 되며 보듬어 살아가는 일. 비로소 엄마아빤 이제껏 배우지 못한 너무나도 큰 거를 배우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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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냉이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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