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할아버지

감자로그 2015. 10. 20. 01:46

 

 

 

 할아버지 할머니들을 만나러 다녀온 삼박사일의 서울 나들이. 바다 건너 제주에서 낳아 지내고 있으니 할머니할아버지들은 보고싶어도 마음만큼 볼 수도 없어. 그러니 감자 돌을 맞아서라도 인사를 다녀오겠다 하면서 추석 명절도 건너뛰고, 이제야 육지엘 올라가.

 

 이미 한 차례 생각지도 못한 잔치가 제주에서 있기도 했고, 그게 아니더라도 무슨 연회장을 빌리고 손님들을 초대하는 뻑적지근의 잔치 같은 건 생각지도 않아. 그저 할머니할아버지들이랑 밥 한 끼 먹는 자리에, 하룻밤씩이라도 감자를 품에 안겨드리고자 나선 길이었지만, 서울에서의 사흘밤은 날마다 잔치가 되어버렸다. 눈에 선하기만 하던 녀석 하나가 올라왔으니, 오늘 보면 또 언제 보랴 하며 가는 시간이 아쉬운 마음이었으니, 커다란 잔치는 아니더라도 떡과 과일을 올려 돌상이라도 차려주고 싶은 할머니들, 할아버지들.

 

 비행기를 타고 서울에 올라가, 지하철을 타고, 버스를 타고, 이 할머니 댁으로, 저 할머니 댁으로, 또 저쪽 할머니를 만나러 정신없이 다녔던 삼박사일. 그랬으니 감자는 제주에 내려오자마자 곯아떨어지고 말아. 그러나 감자야, 얼마나 좋으니. 사랑 많이 받고 왔구나. 엄마 뱃속 품자도 형아 생일 잔치 따라다니느라 고생 많았다 ^ ^

 

 고맙습니다, 할머니들 할아버지들. 그리고 큰아빠큰엄마 이모이모부 고모고모부. 돌아서고나면 언제나 짠한 가족이라는 이름.

 

 

 

1. 회기동에서, 할머니랑

 

 

 

 

 

 

 

 

 할머니랑 하룻밤을 자고 나서는, 외할머니외할아버지를 만나러 잠실 이모네 집으로. 외갓집이 있는 울진까지 가기는 아무래도 무리라, 울진에 사는 외할머니외할아버지, 그리고 큰이모랑 작은이모, 이모부가 감자를 보러 서울까지 올라오기로 해. 서울에 살고 있는 이모네 집에서 외갓집 식구들을 만나기로.

 

 

 보따리, 보따리를 싸들고, 감자는 포대기로 싸서 아빠 등에 업히고. 마치 피난길 같은 모양새를 하고서 전철을 타고 가는 길. 이야아, 아빠 등에 업힌 채, 감자도 전철 손잡이를 잡았네 ^ ^

 

 

 

 

 

 

 

2. 잠실에서, 외할머니 외할아버지랑

 

 

 

 

 

 

 

 잠실 이모야네는 아파트였으니, 제주 촌놈 감자는 아파트란 데를 태어나서 처음으로 가본 거였네. 우아아아, 높은 집에 올라간다, 우뚝우뚝 우뚝우뚝 이거도 아파트, 저거도 아파트. 여기는 아파트 단지야. 주말이라 그런가 아파트 단지 놀이터에 언니형아들이 많이 있네 ^ ^

 

 감자도 처음으로 놀이터에 들어가 말을 타보곤 으아아아아~~~!

 

 

아하하, 신난다!

 

 

 

 

 

3. 광명시에 가서, 할아버지할머니랑  

 

 

 

 

 

 

 

 그러곤 할아버지네 집으로 가서 마지막 밤을.

 

 

 아구구구, 감자야~~ 그건 아빠 꺼라구. 너는 할머니가 삶은 밤을 우유에 갈아준 거, 그거가 니꺼야 ㅠㅠ

 

 

 어유, 그런데 이 녀석 술만 보면 이렇게 달려드네 ㅎㅎ 저게 뭐길래 나는 안 주고 아빠만 맨날 먹나, 궁금했을까. 뚜껑도 따지 않은 맥주에 입을 대보고는 저렇게나 좋아하네 ㅋ

 

 

 

 

 아, 그리고 이건 써비스 샷!

 

 

 잠실에서 아파트 놀이터에 갔을 때, 미끄럼틀이고 그네고 감자는 아직 놀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어. 엄마아빠가 안고 놀아보려해도 언니형아들이 얼마나 쌩쌩 뛰어다니며 술래잡길 하던지, 끼어들 틈조차 없어. 그래서 형아들 노는 거 구경만 하게 하다가,

 

 "감자야, 너 여기 올라가볼래?"

 

 혹시 싶어 내려놓았더니.

 

 

 

 

 

 

 

 그렇게 할머니할아버지를 만나러 나선 삼박사일 육지 나들이를 하고 돌아왔다. 밖에서는 잘 몰랐는데, 집에 돌아와서 한 숨 자고 난 감자를 보니, 그 사이에도 또 더 많이 커있는 게 눈에 보이는 것 같아. 다시 또 한 바퀴를 시작하네. 그 사이에 감자는 걸음마도 떼기도, 말을 배우기도, 그리고 형아가 되어 있겠지. 그렇게 일 년을 살았고, 또 일 년을 살아.

 

 달래야, 고생 많았어. 감자에게 고마운 것보다 더, 달래야, 고마워. (아마 언제부턴가 달래는 이젠 날 별로 안 사랑하는 거 같지만, 그래도 난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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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냉이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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