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 10월 2일 기차길옆작은학교 식구들이 내려왔다. 간다간다, 감자를 보러 간다, 감자네가 카페까지 한다니 카페도 보러 간다 하더니 정말로 작은학교 식구들이 한꺼번에 움직였어. 금요일에 내려와 월요일에 올라가려니, 공부방을 다 비울 수는 없고, 이모들이랑 아직 학교에 다니지 않는 아가들이랑만.

 

 이모들과 아가들만이라지만 이모들 열하나에 아가들이 여섯. 삼촌들은 빼고, 이모들이랑 아가들만 움직이기로는 기차길옆공부방이 생긴 뒤로 처음이라지. 팔십칠년에 처음 만석동에 자리를 잡았으니 손가락을 꼽아보니 스물여덟 해만에 처음 있는 일.  

 

 

 

 감자야, 이모들이 온대. 형아랑 친구들이 올 거래. 그리고 이제 아홉 달 된 동생 이람이까지.

     

 

 기차길 식구들이 감자네 카페에 닿은 건 아홉 시가 너머 카페를 다 정리할 즈음. 봉고차 한 대와 승용차 한 대에 가득 타고 하나둘 내리는 반가운 얼굴들. 한 사람 한 사람 얼굴을 마주하며 인사하기에도 한참이나 걸릴. 카페 안에 있는 의자보다 식구들 수가 더 많아. 아래층에 다락까지 멀리서 온 식구들로 가득.

 

 

 

 지난 번 군포 북콘서트 때 만나고 처음 보는 형아, 친구들. 이모들 가운데에는 이제야 처음 만나는 분들도 있어.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감자야, 감자야 하고 부르며 눈을 맞추니 처음엔 어리둥절했을까. 이모들 뿐 아니라 하람이 형아, 래원이 형아, 하준이, 예준이까지 늘 함께 지내온 형아 친구처럼 감자야, 감자야 불러주니 그 또한 얼마나 놀라운지.

 

 

 

 와아~ 말띠 친구들이 다 모였다. 하준이랑 예준이, 그리고 지슬이. 동갑내기라곤 하지만 하준, 예준이랑은 열 달 차이가 나서 아빠도 자꾸만 하준이 형아, 예준이 형아 라고 말하곤 했네. (지금도 얘네 셋이 친구란 말은 사실 어색해 ㅎㅎ) 하준이 예준이는 벌써 걸어다닐 줄도, 말을 할 줄도, 어른들 먹는 밥을 함께 먹기도 하니, 말 한 마디 못하는 데다가 겨우 붙잡고 일어설 줄 밖에 모르는 감자는 한참 꼬맹이인 것만 같으니.  

 

 

 

 그래도 이렇게 셋이 함께한 역사적인 순간을 기록해놓느라 여기저기에서 전화기를 들고 찰칵찰칵! 

 

 

 

 앞으로 이 한 세상을 함게 살아갈 세 친구. 하준아, 예준아, 그리고 감자야! 얼마나 좋으니. 네가 네 곁이 되고, 또 네가 네의 곁이 되어주며 살아갈 테니.

 

 

 

 말띠 동갑내기 하준이 예준이가 형아 같았다면, 왠지 양띠 이람이하고는 더 친구 같아. 이람이는 감자보다 석 달 뒤에 태어난 동생. (그런데 몸무게는 이람이가 더 나가고 있어 ㅎ 사람들이 감자를 보며 튼실하단 말을 많이 하곤 하는데, 이람이 앞에선 그것도 아냐. 그래서 공부방 이모들은 이람이가 아기장사 우뚜리라고 ^ ^) 이람이하고는 드디어 처음 만났네.

 

 

 와아, 신기하여라. 감자와 이람이를 가까이 만나게 해주니 서로 말이라도 하는 것 같아. 음마, 음마, 우어어어, 어어어, 아아아……. 너희끼린 정말 통하는 게 있나 봐. 한참이나 말을 하고, 서로 손을 뻗어 만지려 하고, 마주보며 웃네 ^ ^

 

 

 

 감자야, 이모들 하나하나 눈 맞추고 인사하느라 정신이 없지? ^ ^ 그동안에는 서로 가끔 카톡으로 사진을 전하고, 사진으로 만나고 그러다가 어느날 공부방 공동체 회의에서 이모들이 그랬다지. 정말로 가자면서 그 자리에서 비행기표를 알아보고 예매를 하고. 공부방 일들이랑 학교다니는 아이들 챙기는 건 삼촌들에게 맡겨놓고 이모들이랑 아가들이라도 다 같이 내려가자고. 말이 나오자마자 그 자리에서 제주행이 결정되는 걸 보며, 아줌마들 추진력이 정말 쎄다며, 이모들도 만세, 공부방과 집을 지켜주는 삼촌들은 더 만세 ㅎㅎ

 

 

 

 

 감자랑 이람이도 안겨있기만 하는 건 싫어. 바닥에 내려주었더니 둘이서 얼마나 잘 어울려 기어다니던지. 그러더니 병수 아저씨가 전시해놓고 간 작품 하나를 붙잡고 일어서며 함께 노네 ^ ^

 

 

 

 그러니까 형아들도 아가들 곁으로 모여들어 함께 놀아주어 ^ ^

 

 

 

 감자랑 동갑내기 친구 예준이.

 

 

 

 달래 이모야가 도너츠를 꺼내오니 하준이 예준이가 쫓아오네 ^ ^ 둘이는 벌써 고맙습니다, 말도 얼마나 잘 하는지.

 

 

 

 

 카페에서 늦도록 놀다가 들어간 숙소. 여기는 감자네 집 바로 옆에 있는 소길리 마을체험관. 방이랑 거실이랑 얼마나 큰지 이모들에 아이들까지 열일곱이 지내기엔 딱이었어. 형아들, 아가들 하나둘 먼저 잠이 들어도 감자는 잠들 생각을 않으네. 이렇게나 많은 이모들이 감자를 보며 웃고 있어. 다들 감자가 보고 싶어 저 멀리 인천에서, 강화에서 내려온, 감자를 아끼고 사랑해주는 이모야들이란다.

 

 

 

 

 그리고 감자와 함께 손을 잡고 살아갈 친구 하준이랑 하람이 형아, 래원이 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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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냉이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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